어설픈꿈

시 - 닫히는문

공현 2008. 1. 13. 23:21
닫히는문

그대 방 앞에서 닫히는문을 만났다
문은 매순간
쾅하는 소릴 내며 눈앞에서 닫혔고
그때마다 속부터
몸살이 번져버려 꿈틀대는 내장은
남에겐 안 들리는 금가는 소리를
까진 무르팍 딱지새로 흐르는
피처럼 흘렸다

닫히는 문틈으로 손을 들이밀어
문틈으로라도
그대의 손가락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다시 문이 닫힐 때
내가 얼른 오른손을 내밀어 보아도
닫히는문은 그럴 틈도 주는 일 없이
내 마음에 금간 딱지만 더해주었다
나는 한 번도 그대의 방 안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대 방의 닫히는문은
나무로 된 낡은 파란 문은
항상 쾅하는 소리를 내며 닫혔기에
곧 부서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닫히는문은 나를 다치게 하는데
한편으론 또 누굴 다치게 하는지

그대 방 앞에서 닫히는문을 만났다
나는 계속 닫히는문 앞에서
바랜 종이처럼 부서져가며
닫히는문 앞에서
손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