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꿈

윤리에서 벗어나기

공현 2010. 6. 13. 12:44



  "고집이라면 너도 나만큼 부릴 줄 아는 녀석이지. 마음껏 고집을 부려라. 집념을 발휘해라. 도덕을 요구하는 나약한 것들의 천박한 투정 따위는 무시해. 그것들은 도구인 도덕을 삶의 목적으로 만들어버려. 그리고 목적인 삶을 도덕의 도구로 바꾸지. 그런 것들은 무시해."

눈물을 마시는 새. 양장본 4권. p.33.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어느 시점에선가 내 사고방식은 '윤리'라는 틀에서 벗어나버리게 되었다.
내 행위든 감정이든 마음이든 무엇이 윤리적인가를 판단하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윤리로 내 삶을 판단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게 되었다는 것.
(거기에는 눈마새의 영향도 분명 있을 거야, 조금은.)


다만 내 행위, 감정, 마음이 내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작용을 하고 또 그것이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에 대해서, 즉 일종의 '실용성'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었다.
뭐, 물론 그 실용성은 정치적인 것에서부터 생활적인 것에까지 두루 미쳐있다.

그러한 실용성에 따라 행동하면 사실 통상의 윤리/도덕에서 사실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윤리에 얽매이지 않고 사유하고 행위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이미 나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내가 '윤리'나 '도덕'을 말한다면 그것이 일종의 정치적이거나 관계적 필요 때문에 차용하는 수사(라고 쓰고 거짓말이라고 읽는다)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이다.


내가 '윤리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그 윤리성이 정치성과 배치되는 독선과 배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심리적 이유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