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옷에게는 고향이 없다

공현 2010. 7. 18. 03:09


옷에게는 고향이 없다

삐그덕,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이불 위에 던진다, 아무렇게나

우리가 헤집고 다닌 먼지들
우리가 그려온 몸짓의 흔적들
그 모든 것이 주름진 옷으로
내 곁에 눕는다

나처럼 팔과 다리와 가슴과 배와
구멍을 가진 옷은 이마를 찡그리며
더 많은 주름을 삐그덕 찡그리며
내게 말을 건다, 아무렇게나

  주름 한 점 없던 날은 없다
  그리던 하늘이 높푸른 고향은 없다
  당신은 태어날 적 흘렸던 눈물과
  피범벅이 된 머리통 주름투성이 미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우리에겐 고향따윈 없다는 말과
  머무는 곳 어디든 고향이란 말은
  닮은 듯하면서도 사뭇 다르지 않은가

나는 눈가에 배꼽에, 주름을 어루만진다
뱃속에서도 소리가 난다, 삐그덕

던져진 옷은 다시 말을 걸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다시
주름투성이 생을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