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군대는 사람 죽이는 거 배우는 데 맞잖아?

공현 2010. 7. 25. 18:28




일단, 전체 발언의 맥락을 볼 때 저건 강의 도중에 웃자고 던진 이야기인 거 같긴 한데 별로 웃기지가 않아....
무리수야! -┌


하지만 "군대는 사람 죽이는 거 배워오는 곳"이라거나 "처음부터 안 배웠으면 세상은 평화로워요" 등등 전체적인 이야기는 틀린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바람의 검심』의 켄신도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술"이라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살인술을 가지고 "활인검"을 구현하고 지키는 검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속죄하는 것뿐이다. 군대를 옹호하고 싶은 사람들은 "군대가 사람 죽이는 곳" 임을 인정하고 그렇지만 그걸 통해서 뭘 하려고 하는지를 옹호하는 게 맞다.


병역거부를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고, 사상적으로는 모든 국가의 군축(최종적으로는 모든 군대의 폐지)을 주장하는 나로서는 저 분이 한 이야기는 당연한 거고 그리 새롭거나 놀랍지도 않다.


"맨날 떼쓰죠" "뭘 잘 했다고" 등등의 표현들은 군대 갔다 와서 '떼쓰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쾌하게 들릴 법하다.(아, 나는 '떼쓰는' 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떼를 써서라도 바꿔야 하니까.) 그렇다면 그런 부분에 발끈해야 하는데, 정작 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부분은 "군대는 사람 죽이는 거 배워오는 곳" 부분인 거 같아서 포인트가 이상하다.



한국에서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 혹은 가야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2년 동안 불합리하게 자기 시간과 노력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징병제나 군대의 존속에 커다란 의미부여를 하고 그것들을 옹호한다. 심리학에서 종종 등장하는 인지부조화 현상이다. (피엡 같은 경우는 '스톡홀롬 신드롬'이라고 하던데- )

하지만 인지부조화를 넘어서서 보자. 자기가 국가에 반강요/강요로 바친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기회들에 대해 울분을 터뜨려야 하는 대상은 바로 국가와 지금의 군대/징병제도가 아닌가? 그 강요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람들(대표적으로 여성 등등)이 아니라.


만약에 방송에서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들을 공격하면서 웃음을 끌어내려고 했다면 지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군필한 남성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인가? 물론 그들은 사회적으로 더 피해를 본 측면이 있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딱 잘라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 나도 이 부분이 계속 긴가민가해서 딱 잘라서 뭐라고 말 못하겠다.

차라리 저 발언에 대해, 사회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군필한 / 군필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롱이라는 식으로 주장을 전개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훨씬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나는 장희민 씨의 발언을 대체로 지지하고, 그 분이 이런 일로 그만두지는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