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것같은꿈

주는 만큼 안 돌려주는

공현 2010. 8. 10. 12:28


바텐더라고 술이 잔뜩 나오는 만화...를 보고서 만화에 취한 느낌으로 그냥 새벽에 쓰자면.
(이라고 쓰다가 깜빡 잠들어서 민망하게도 낮에 올린다 OTL)



어떻게든 노력하고 경험을 쌓아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
예를 들어 시험공부라거나(-_-;) 요리라거나 바텐더라거나 재봉기술이라거나 용접기술이라거나 운동이라거나...

그런 거랑 다르게, 운동이라는 게 항상 내가 노력하고 갈고 닦는 만큼의 결실을 돌려주지 않는 분야 중에 하나입니다.

오히려 외부 정세에 흔들흔들하면서 뭔가 사건 하나 터지면 지금까지 나름 잘 쌓아왔다고 여긴 게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고,
때로는 저희가 개고생을 하면서 일구어놓은 성과보다도 더 커보이는 대박이 터지기도 하지요.

그런 면에선 어쩌면 돈 벌기 위한 사업하는 거랑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행위, 사회 속에서 사회에 개입하는 행위라는 게 다 그런 속성을 가진 걸지도 모르겠구요.
그 개개인이 어떤 공부를 쌓아왔고 어떤 노력을 해왔나... 뭐 그런 능력주의적인 게 그리 결정적이지가 않다는 거죠.
바꿔 말하면, 개개인들이 무력감을 느끼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는 거;;


그래서 운동을 하면서... 내가 능력을 가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_-) 주위 사람들, 내 이후에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 이런 것들을 보다보면
때로는 내가 지금 하는 역할 중 많은 것들을 대신하고 또 더 발전시켜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쉽게 운동을 그만둬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얘기하는 논점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의 영역에 진입할 수조차 없는 현실에 벽을 느끼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또 많은 것들을 느낍니다.


운 동이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사람들, 그래서 차라리 뭐 니가 출세를 하라느니, 정부에서 한 자리(청참위든 뭐든) 하라느니 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그런 생각이 든달까요. 그 사람들도 주는 만큼 돌려주지 않는 운동에 지친/질린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밑바닥에서부터 사람들을 조직하고, 청소년인권운동의 주장들을 알리고, 의미있는 행동과 역사들을 축적해내가는 방법뿐인 걸 어쩌겠습니까. 아직까지 뭐 청소년운동하다가 크게 출세한 사람이 몇 없어서 그건 패스해보더라도, 정부에서 하는 청소년 뭐시기에서 한 자리를 해서도, 별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지난 10년의 청소년운동 역사가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청소년특별회의' 만들어진 지가 벌써 6년, 7년인데 무엇을 했습니까. 학생인권조례가 그런 이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나요?
어느 정도의 제도화된 형태의 참여는 항상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건 청소년운동의 기본이 만들어지고나서야 의미있는 거겠죠.

그렇게 따지면, 어쩌면 세상을 바꾸려고 들이부은 노력들에 조금이라도 보답해주는 건 운동밖에 없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가 체스나 바둑은 잘 못두지만 오목이랑 장기는 많이 두는데;
운동을 한다는 건 바둑이나 오목, 장기 같은 거랑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많은 돌들, 많은 수들을 깔아두면서
자기 진영을 좀 더 튼튼하게 하고
뭔가 될 것 같은 형세를 만들어가고.
이 돌, 이 말이 지금 당장 어떻게 미래로 연결될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어떤 막연한 비젼을 품고서 한 수 한 수를 두는 겁니다.
심리적으로는 '보험' 들어두는 거와 비슷할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그 확률 같은 것들을 따져보면 '도박'에 가까운 행위들이죠.

그래서 저는 청소년운동에 뭔가 본격적으로 발 담그려는 사람들이 친숙해져야 하는 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라고 생각해요.
"배신도 어둠도 다 알면서도 나아가는 자만이 누구도 결코 빼앗을 수 없는 정말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어." - 스파이럴, 추리의 끈






이런 소릴 주절주절하기 전에 얼른 총회-활동가대회-MT로 좀 쉬는 분위기인 서울지부나 추슬러야 할 텐데 말입니다. 섹슈얼팀도 그렇고.




(그래서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 결국 마지막엔 덕내 나는 인용으로 마무리?;)

참 요리 만화 이런 거 보면 노력하고 연구하면 되던데 왜 우린 노력해도 안 돼 엉엉 이런 생각에서 쓴 건 아니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