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펌] 마푸체 족 정치범들의 단식 투쟁과 칠레 인민

공현 2010. 8. 2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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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체 족 정치범들의 단식 투쟁과 칠레 인민


세르히오 그레스


  7월 12일, 콘셉시온과 테무코에 있는 감옥의 마푸체 족 정치범들이 밥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며칠 뒤 다른 앙골, 레부, 발디비아의 감옥에 갇힌 다른 에이차페(전사들)도 이러한 단식투쟁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자유를 찾아 거룩한 희생을 하기로 한 이가 300명이 넘는다. 그리고 이러한 단식투쟁으로 칠레의 모든 정치 사회계가 시험에 들었다.

  하지만 정부도, 중요 대중 매체도, 대 기업가들도, 제도권 정당과 국가기구들도 눈 길 한 번 돌리지 않는다. 아무 일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범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한 달이나 지났는데 법무부 장관 말이 하는 말이 그게 무슨 일인지도 모른단다. 국민여론도, 그 많은 사회조직, 그 많은 좌파 사람들, 인권을 지키자며 걸핏하면 불쑥 나오는 지식인들도 시큰둥하기만 하니 부끄러운 일이다. 재벌들이 쳐 놓은 그물에 텔레비전, 전국에서 팔리는 신문이 걸려 묶여 있다는 것, 사실이다. 그것이 마푸체 족이 겪는 잔인한 현실과 작심하고 싸우는 마푸체 투사들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가리고 있는 것,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로, 전통으로, 성명서로, 사회를 대표하여 이러한 이들의 억눌린 목소리를 쩌렁쩌렁 울려 퍼지게 해야 할 사람들이 잠자코 있을 핑계가 되진 않는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둘인가 셋인가 하는 전국 라디오 방송국,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국회의원들, 인권단체 몇몇에다, 제도권 밖의 수많은 정치 및 정치사회 조직(특히 청년 조직들), 마음씨는 좋지만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 같은 “대안” 정보 매체만이 예외였다. 이 사람들 아니었다면 얼빠져 멍해 있는 칠레 민중의 명예는 아주 사라졌을 것이다.

  수많은 좌파 사람들, 진보 지식인, 민중조직들도 입 꾹 다물거나 늘 하던 체면치레만 했다. 제대로 힘을 써서, 재주를 부려서, 영향력을 동원해 칠레 정부가 마푸체 족을 짓밟지 못하게 막지 않았다. 모두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마푸체 정치범들은 대 테러 법을 사회운동을 짓밟는 데 쓰지 말라 한다. 아라우카니아에서 군대를 물리라 한다. 범죄 추정 하나로 민법과 군법 양쪽에서 중복 처벌을 하지 말라 한다. 검사가 “얼굴 없는 증인”을 사서 마푸체 족 피고를 헐뜯게 하지 못 하게 하라 한다. 법정 심리를 올바르게 하라고 한다. 검사들이  어떤 형도 선고받지 않은 피고를 “범죄 예방 차원에서 잡아들여” 몇 년 씩 가둬두는 짓을 멈춰 달라 한다. 이 모든 일이 결국 칠레 공화국에 사는 모든 사람과 얽힌 문제임을 이해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마푸체 족의 싸움에는 마푸체 족만의 이익보다 더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자연과 인권과 민주주의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우리 일이다. 언제 어디서든 가슴을 펴고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칠레 정부는 폭력과 법으로 칠레인과 이민자들이 마푸체 족의 조상 땅을 빼앗는 것을 도왔고 마푸체 족은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 한다. 그리고 이 싸움은 자연과 인간을 먹이감 삼아 생산에 매달리는 경제체제를 멈추고 뒤집지 않는다면 목숨을 잃게 될 이 별과 인간과 다른 생물들을 지키는 인류 진보를 위한 싸움의 한 부분이거늘, 이 진보주의자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모두 자기 구역, 자기 조합 문제에만 빠져 있다. 신자유주의가 판을 친 몇 십 년 사이 각 사회조직도 망가지고, 조각나고, 허약해졌다. 대중매체가 작심하고 하는 거짓말에 속고 있다. 정치권에 보낸 대표들은 한 세기 넘는 세월 안에도 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줏대 없이 행동하고 있다. 손에 꼽을 만한 명예로운 예외를 뺀 모든 칠레 민중이 칠레 민족의 뿌리 가운데 하나인 민족이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판에 지독하게 차가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칠레 민중의 목소리이자 대변인이라는 자들은 왜 독재정부가 만들고 콘세르타시온 정부와 현 정부가 거침없이 쓰고 있는 대 테러법에 맞서 저항을 조직하지 않는가? 그저 거의 온 칠레사회가 정치와 멀어져서 그렇게 말없이 웅크리고 있는 건가? 입 밖에 내지 않고 낼 수도 없는 인종주의 때문에 “마푸체 문제”를 이렇게 다루는 것 아닌가?

  이러는 사이에도 “분쟁 중인” 마푸체 마을들은 계속 시위하고 있다. 단식투쟁을 이어온 마푸체 정치범 웨이차페들은 단식투쟁 끝에 이제 목숨이 위험할 지경이다. 이 사람들이 믿을 것이라곤 자기 자신의 힘과 이들과 진심으로 연대하는 몇 안 되는 칠레인의 도움뿐이다. 이 칠레인들은 19세기에 혁명을 꿈꾸던 위대한 사상가가 한 말, “다른 민족을 억누르는 민족이 자유로울 순 없다.”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법정이 법에도 없는 권한을 마구 휘두르고, 전지전능한 검사들은 고소 내용을 “증명”하려 증거를 꾸미고 증인을 구워삶는 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고, 고문에, 괴롭힘에, 루베틱 검사처럼 피고의 가족과 친구들까지 미친 듯이 탄압하고, 정당한 변호권을 침해하며, 때로는 100년이 넘는 형벌을 정당화하려 대중매체로 여론을 조작한다. 그 벌을 내린 원인이라는 이른바 ‘범죄’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도. 이런 짓들은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한다. 칠레 민족 자신도 머지않아 겪게 될 위협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체제와 수십 년 동안 칠레를 지배해 온 “유일사상”이라는 수면제를 끊고 깨어나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