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버스의 나비

공현 2008. 1. 26. 23:59
버스의 나비

버스는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사람은 노약자석에 앉아서
졸음을 가만히 곱씹는다
 
어느 정류장에선가 탑승한 나비 한 마리
다리지 않은 날개가 휘청거린다
도중에 내리려다가
달려내려가는 버스에 휘청이는 바람을
못 이기고 다시 돌아온다

내리지 못하는 나비는 타이밍을 노린다
새천년을 맞아 새로 페인트칠한 버스에서
내리막길이 끝나기 전에 내릴 타이밍

다음 정류장의 이름을 나비는 알지 못했다

사람은 졸음을 곱씹으며 삼키지 않는다
다리지 않은 치마가 팔랑거린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건 추억 같은 것이 아니고
내리막길을 굴러내려가는 시선들
졸음을 삼킨 시선들

다음 정류장의 이름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나비가 내릴 곳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