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망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기

공현 2011. 4. 6. 23:27

운동을 할 때, 가장 갑갑스러운 상황은 언제일까요? 여러 경우들이 다 갑갑스럽겠지만, 저는 감히 '망하지 않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 가장 갑갑스럽다고 하고 싶네요. 이걸 해서 최대치까지 해봤자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니라 겨우겨우 후퇴하는 거나 망하는 걸 막는 정도일 때... 노력하는 거에 비해 주어지는 보상이 없는 거 같죠, 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짓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많지요. 뭐 개중에는 우리가 그냥 무시하고 흘려보낼 수 있는 것도 없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는 것들도 많다는 게 문제죠. 그러니까 '갑갑스러운' 것 아니겠습니까?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에 참여하는 마음이 딱 그렇습니다. 뭐랄까, 청소년운동이나 청소년인권의 발전을 위해서 한다는 느낌이라기보다는, '학생인권'이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아득바득 꾸역꾸역 하는 기분이에요.

사실 그렇지요... 학생인권조례 서울본부 회의 중에 나온 말을 인용해볼까요?
" 서울 시민 1%가 서명해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를 성공하면, 서울 시민 중에 상당수가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서울 시민 1%를 못 모아서 주민발의가 실패하면, 서울 시민 중에 단 1%도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지 않는다가 되어버린다."

물 론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가 실패한다고 해서 학생인권이 바로 망하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커다란 정당성에 타격을 받고 주저앉고 몇 년은 후퇴할 것이 확실합니다. 조중동문이 얼마나 조롱거리로 삼을지, 상상하기도 싫네요.
그 상황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제가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삶을 올인하고 있는 거겠죠...


이 지경이 된 건 뭐, 그래요 아수나로 서울지부의 잘못은 아닙니다. 애초에 주민발의를 하자고 강력 주장을 한 사람들, 그러고도 책임을 못 진 사람들... 여튼 많지요. 만19세 이상이 서명을 해야 하는 주민발의 서명에서 청소년단체의 책임을 묻는 건 좀 부당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거리서명 등에 적극 결합해서 1만부 이상을 만들어낸 주역인 단체에 말이죠...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세상은 불합리한 걸.

만 약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가 실패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건 누굴까요? 물론 내부적으로야 정치적 책임을 물을 단체들이 많겠지만- 대외적으로 말입니다. 학생인권에 시큰둥하고 무상급식 무상급식 그러던 어른 단체들이, 뭐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중고등학생들이 주축인 우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겁니다.

역시 학생인권조례 서울본부 회의 중에 나온 다른 말을 인용해보죠.  (제가 한 말 아님요)
"지금 여기 있는 단체 분들은 이거 주민발의 실패해도 그냥 연대 활동 하나 실패했구나, 하고 넘어가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청소년운동 입장에서는 가장 힘 있게 오랜 기간 가져온 활동이 좌절을 겪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쨌건,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학생인권 이 쥐꼬리 같은 성과 하나 가지고 가기 위해서,

갑갑하고 짜증이 나더라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계속 투덜거리기만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오기로라도 성공시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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