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이성친구"와 "동성친구"

공현 2008. 1. 30. 13:26
“이성친구”와 “동성친구”

야빠빠야빠빠 웅묘익천 이곳에 빠지면 아빠 팬더곰
야빠빠야빠빠 돈익천 이곳에 빠지면 아기 꽃돼지
여기는 무엇이 될까 란마란마도 알 수가 없네
가슴이 두근두근해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되고
나의 모습을 찾아주세요
착한 일 하면 찾아올까 사랑을 하면 돌아올까
치마를 입고 학교 갈까 바지를 입고 갈까나
오늘은 어여쁜 여자 남자친구 만나면은
남자가 되어버릴까 약속시간 늦어버렸네
어떤 때는 새침 떼고 남자로 변하면 몰라 여자로 변해도 몰라
우리는 친구 사이야 란마란마도 친구 사이야
너와 난 무슨 사이지
남자 여자는 여자 남자는 우리 세상엔 친구가 안 돼


  『란마 1/2』이라고 좀 오래된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가사다. 무슨 소린지 알아먹기 힘든 이 노래의 아스트랄함을 즐기자고 가사를 다 써놓은 건 아니고….

  여기저기서 흔히 쓰이는 표현 중에 “이성친구”, “동성친구”라는 말이 있다.이게 그냥 단순히 “이성인 친구”, “동성인 친구”를 의미한다면야 여기서 이렇게 떠들어댈 필요도 없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데 있다. 여러분은 “이성친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말이 떠오르시나? 간단하게 말하면, 그래, ‘연애’다. 특히 설문조사 같은 데 보면 “이성친구”, “이성관계” 같은 말이 “애인(연인)”과 “연애관계”를 자연스레 대체해버린다.
  이런 식의 말 쓰임은 이성애 ― 그러니까 여성과 남성 사이의 연애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성친구”는 연애 관계, “동성친구”는 친구(우정) 관계. 이런 말 쓰임은 은연중에 동성애를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다. 좀 긴 용어로 말하면, “이성애중심주의”다. “남자 여자는 여자 남자는 우리 세상엔 친구가 안 돼” 그래서 여성과 남성이 좀 친하게 지내는 꼴을 보면 사람들은 연애 관계인가 먼저 의심부터 해보나 보다.
  도덕교과서의 경우도 심각하다. 아예 “건전한 이성교제” 따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써대는데, “건전한”이란 말도 맘에 안 들지만 여하간에 “이성교제 = 연애 or 성애(性愛)”라는 생각이 반영된 이런 교육은 아주 노골적으로 동성애를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덕교과서 어디에도 “동성교제”에 대해선 다루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자 남자가 친구가 안 되는 것은 “우리 세상”에서만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보나보다. 이성애중심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말들을 쓰지 않는 세상을. 헌혈할 때 문진표에 에이즈 관련 질문에 동성과의 성접촉을 묻지 않는 세상을. 치마를 입고 학교 갈지 바지를 입고 학교 갈지 성별에 따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여자 남자가 친구가 되고, 남자 남자, 여자 여자 등등 여러 종류의 사랑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