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이름 없는 증오, 까닭없는 얼굴

공현 2011. 4. 26. 08:10


이름 없는 증오, 까닭없는 얼굴

굳어가는 혈관에 소주를 맥주를 채워넣던 친구가 갑자기
물어본다 네 증오의 색깔은 무엇이냐고 나는 내심 당황하지만 태연히 아마도 피처럼 검붉지 않겠느냐고 생각이
나는 대로 말한다 돌아오는 길에 묘한 정적이
머리 속에 들려올 즈음 깨닫는다 내 증오에는
이름이 없다는 걸 그러므로
색깔도 없다는 걸

동시에 너의 얼굴이 까닭없이 떠오르고

내가 미끄러지는 이 대로변엔 시작이 없다 동작이 없다
다만 그저 요컨대 예컨대 달려가던 길고양이들만
우연히
차마 이름을 줄 수 없는 내 증오와
아무 까닭도 없이 눈을 뜨고 있는 네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