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꿈

어느 실무주의자와의 토크

공현 2011. 6. 25. 17:56
실무주의 명사

발음〔---의/---이〕



[명사] 실무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하는 경향이나 태도. ≒사무주의.



Q. 실무주의자. 일상에서는 잘 안 쓰이는 말 같은데 굳이 이 말을 들고 나온 이유는?

A. 실제로 그렇게 불리기도 하고, 대충 그게 나를 어느 정도는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Q. 실무주의자라는 말을 들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드는지?

A. 글쎄, 다소 야유가 섞인 호칭이긴 하지만... 그럼 실무 아니면 뭐가 있는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Q. 그런데 그럼 다른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실무주의자가 아니란 말인가?

A. 음... 실무주의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것 같다. 사전적인 정의 말고, 나에게 적용되는 맥락 속에서의 정의 말이다.
그 건 결국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가장 의미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또한, 옳은 것에 대한 확신을 희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 운동을 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상황들에 대처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Q. 옳은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뭐든지 필요하면 한단 말인가?

A. 실무주의자 일반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다. 말하자면,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 "하기 싫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상당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기 싫은 것"과는 다르다. 가능하면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하고 "하기 싫은 것"을 적게 하는 것이 하나의 대원칙일지도 모르겠다.


Q.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A. 글쎄... 회의의 예를 들면, 쓸데없는 논쟁을 최소화시키고 회의를 진전시키는 게 실무주의자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목표다. 반면 자신의 옳음에 대해 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입장을 관철시키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물 론 실무주의자에게도 자기 주장이 최대한 실현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디에 강조를 두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어차피 나 혼자서 뭘 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단체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무슨 일을 하는 데 내 입장만을 관철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논의나 활동을 더 실무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해서 해내려고 하는 게 실무주의자의 자세다.
실무주의자가 자기 원칙을 고집하고 회의를 마비시킨다면, 그건 논의를 마비시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계속 자신의 논의 틀을 고집할 때 뿐일 것이다.
실무주의자는, 자신의 욕망과 목적, 그리고 그 욕망들을 둘러싼 상황들을 놓고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Q.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막막할 때, 혹은 서로 다른 틀을 가지고 의견을 나누다보니 진전이 없을 때는 좀 더 실무적인 태도를 취해줬으면 한다.
결국 우리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 이 두 가지가 모든 질문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