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것같은꿈

넋두리, 구조, 관전

공현 2011. 10. 15. 02:47


만약 누가 나에게 너님 무슨 주의자냐... 하면 청소년인권 관련 얘기가 아니라면 아마도 나는 '구조주의자'일 거 같은데...
여튼 개인의 심리가 어떻든 간에 사회적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견고한 구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구조들을 바꾸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고...



...
참 못돼처먹은 인간이라서 그런가
"응원"하는 사람들은 공허하게 느껴지고
"훈계"하는 사람들은 불쾌하게 느껴진다.
어쨌건 이 문제를 '자기 문제'가 아니라 관전하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차라리 같이 하고 돕겠다는 말을 기대하는 내 과욕?
(근데 그런 말을 듣는다고 기분이 또 막~~ 좋아지진 않을 텐데;)

여하간, 그런 말들보다 차라리 내 이야기의 사회적 권력성-
그러니까 결국 그것도 학벌을 이용한 거고 현실이 엿 같다는 걸 지적하는 쪽이, 공허한 응원보다는 더 낫다.



...
내 뜻이 어떻든 그것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수용되고 흘러가는 것들이 있음을 안다.
그렇기에 욕을 먹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훨씬 바람직하고 건강한 일.

그냥, 그 잘못을 알면서도,
대학입시거부선언, 대학거부선언, 투명가방끈, 이런 단어들 한 줄 더 나가게 하려고 인터뷰를 아득바득 다 했다.


다만 내 주변 사람들은, 이번 운동이 내가 학벌을 노골적으로 이용해먹는 마지막 실천이니만큼
약-간만 너그럽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원래 좀 고민했는데 ㄸㅇㄹ가 니 학벌이 이런 데 말고 써먹을 데가 어딨냐고 했...




...
이런저런 것들과 별개로 그런 얘기를 나중에 해보고 싶다.
이번에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대학거부선언을 한 사람들 중에 짧으면 3, 4년 안에 길면 10년 20년 안에 마음이 바뀌어서 대학을 가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뭐, 같이 선언을 한 사람들은 서운해하고 뭐라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같이 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평가할 수는 없다.

무슨 거부선언을 한 사람들도, 그냥 당신들처럼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난 그렇게 관전하듯이 평하고 얘기하는 게 피곤한 거야.



...
글에 재입학 얘기 관련해서 뭔가 말이 많은 듯한데-
일단 재입학 하거나 할 생각은 딱히 없다.
근데 내 주변에도 대학 안갔다가 수년뒤 공부/연구가 하고파서 대학 간 사람들도 몇 있어서,
막 몇 년 뒤나 10년뒤에 마음이나 상황을 100% 장담할 순 없다는 정도;

난 내가 막 그렇게 투철하고 순결하고 꿋꿋하고 변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부자'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지와 무관하게-
난 불완전하고 우유부단하고 멍청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