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2008. 1. 30. 23:51

내가 바라는 세상

 (2005.08.)

 사회를 바꾸고 싶어한다지만 그렇게 바꾸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대체 어떤 것인가. EBS에서 제작한 드라마, "지금도 마로니에는"에서 나오는 말처럼 억울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세상인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 사회, 그건 평소에 누누히 말해왔듯이 '모든 존재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다. 사회의 범위가 인간사회라면 모든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다.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 행복할 수 있는 사회다. 나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천국을 꿈꾸진 않는다. 그런 세상이라면 오히려 살 의미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건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것처럼 마약을 돌려도 될 일 아닐까?

 행복할 수 있는 사회란 한 마디로 희망이 있는 사회다. 물론 지금도 희망은 있다. 그 빛이 너무도 미약하기에 못 보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다. 나는 세상에서 불의라든가 악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설령 부당하고 불의한 일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바꿀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희망있는 세상을 바란다. 나는 달이 없는 밤에도 별 하나를 가리키며 그래도 저기에 별이 있지 않느냐고, 이성의 빛이 인간적인 어둠 한 점 없이 세상을 집어삼키더라도 저기에는 그 빛을 피할 그늘이 있지 않느냐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어째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인간사회를 꿈꾸는가 하면, 나는 결국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자신도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주변이란 게 좁은 개념이었지만, 이렇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 전세계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 그 주변이란 전세계로 확장된다. 상당히 이기적인 발상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서 나는 바쿠닌씨의 "연대적 자유" 개념을 참 좋아한다. "세상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나도 자유롭지 않다."


 내가 어릴 때부터 학자가 되겠노라 한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의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문의 발달과 지식의 증진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릴 적 내 꿈은 자연과학자였다. 자연과학이 그것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금 나이를 먹은 뒤 다시 본 자연과학은, 과연 그것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의심을 품게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계속 어떻게 살 것인지 질문을 하다보니 철학사에도 손을 댔고 다양한 인문·사회분야에 눈을 돌렸다. 계속되는 질문은 '진리'를 해체한다. 도덕이나 윤리 등을 향해 계속 질문해서 나온 결론은 결국 다분히 결과주의적인 모든 사람의 행복이었다. 인식론을 향해 질문해서 나온 결론은 불가지론이었지만, 나름대로 그 과정에서 여러 결과를 얻었다. 어찌 되었건, 그런 생각으로 학자가 되기로 한 것이니 "실천적 지식인" "유기적 지식인" 같은 것에 눈길을 주게 된 건 당연한 것일지도.


 마찬가지로 지금 내 가치관의 대부분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가 나름대로 정당화시킨 것들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개인주의적인 이유는 내 눈으로 봤을 때 행복을 경험하는 최소단위는 개체이기 때문이다. 내가 공동체주의적인 이유는 개인은 공동체 안에서 여러 가지 행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세포의 눈으로 보면 체세포가 단위일지도 모르고, 사회의 눈으로 보면 사회가 단위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눈으로는 그렇다. 여기에서 나는 나라는 개념을 함부로 상정하고 있다. 사실 이것도 해체하려 들면 못할 게 없는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내게 '나'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극단적인 예로 내 오른팔 체세포들은 안전하게 둔 채 왼팔 세포들만 불에 지진다면, 아무래도 나는 행복하진 않을 것 같다.


 8.6 학생인권행사를 준비하느라 전단지를 나눠주고 홍보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이런다고 바뀔까요?"였다. 그에 대한 대답은, 여러분이 "이런다고 바뀔까요?"하며 주저하지만 않는다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을 사는 당사자들이 남의 일인 양 그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여러분 삶의 주인공은 여러분 자신이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다시 해줘야 하는 건가? 필요한 것은 열정. 희망. 의지. 소망. 제발, 모든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들이여,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자.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회는 이상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도 이상이다. 어쩌면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희망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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