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감옥에서2 - 방은 서향이다

공현 2012. 7. 13. 22:44


감옥에서 2

- 방은 서향이다


방은 서향이다

아침에도 빛은 들지 않고

밤이라고 어둡지도 않다

오후 한때 발자국만한 햇빛이 비스듬히

한두 시간 들러 안부만 묻고

지나치는 응달이다

사본 같은 상아빛 건물 십여채가 줄 맞춰

노을빛조차 볼 수 없는 응달이다

창살 새로 침입한 서풍엔

아무 소식도 실려있지 않고

아주 가끔 아카시아 향 같은 것이

풍겨오지만 이내 반짝 꺼져간다

밤이면 옆에 옆에 방쯤에서 누군가

옆 건물 벽을 향해 서쪽을 향해

큰 소리로 모르는 이름을 부르고

나는 잠을 깨곤 한다

방은 서쪽만을 향해있다

나는 어디로도 향할 수 없다



- 2012. 0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