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2
- 방은 서향이다
방은 서향이다
아침에도 빛은 들지 않고
밤이라고 어둡지도 않다
오후 한때 발자국만한 햇빛이 비스듬히
한두 시간 들러 안부만 묻고
지나치는 응달이다
사본 같은 상아빛 건물 십여채가 줄 맞춰
노을빛조차 볼 수 없는 응달이다
창살 새로 침입한 서풍엔
아무 소식도 실려있지 않고
아주 가끔 아카시아 향 같은 것이
풍겨오지만 이내 반짝 꺼져간다
밤이면 옆에 옆에 방쯤에서 누군가
옆 건물 벽을 향해 서쪽을 향해
큰 소리로 모르는 이름을 부르고
나는 잠을 깨곤 한다
방은 서쪽만을 향해있다
나는 어디로도 향할 수 없다
- 2012. 0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