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감옥에서6 - 금지된 것은 죽음

공현 2012. 11. 25. 16:29



감옥에서6

       - 금지된 것은 죽음



내가 밥을 적게 먹는 것은 굶어 죽기 위해서다

온몸이 맥박치도록 달리는 것은 숨이 차 죽기 위해서고

살을 빼는 것은 좁은 창살 사이로 투신해 죽기 위해서고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은 지겨워 죽기 위해서며

겨울에도 찬물로 씻는 것은 얼어 죽기 위해서

여름에도 불볕을 쬐는 것은 쪄 죽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도 잠을 깨는 것도

수음하는 것도 눈물 흘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모두가 다 죽기 위해서다


나는 단지 빼앗기고 금지당한 걸 되찾으려는 것 뿐이다

나는 매일 아침 안개 속에 어슬렁대는 죽음을 보며

내 안으로 그것을 불러들여올 궁리를 한다

몰래, 죽을 수 있는 능력이 내 속에 술렁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