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2. 12. 25. 14:37



교육에서 정치가 꽃 피게 하라


공현(청소년인권활동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선 불행하게도, 나는 대한민국 헌법 중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헌법 제31조에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문구도 내가 없애거나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이다. 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념이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것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묶는 사슬이 되고 있고 학생·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로는 기존의 교육체제를 고수하는 보수적인 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해롭기까지 한 이념이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공적인 문제이며, 우리 사회를 보는 가치관의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의 권익과 행복이 교육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교육은 사회적인 의사결정의 대상이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 즉 정치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교육의 내용, 교육의 방식, 교육 비용의 분담, 학교 운영, 학교 자체의 존폐까지 모두 정치적인 판단으로 정해지는 일이다. 지금의 교육체제 역시 특정한 가치관이 반영된,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으로 만들어져온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혹은 비정치성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 교육체제도 정치적 성격이 있음을 숨기고 현재의 것이 당연한 것, 최선의 것인 양 위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처럼 조금만 따져보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대체 무슨 뜻이고 왜 헌법에 규정돼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그 개념이 만들어진 맥락 등을 고려하여 선의의 해석을 한다면, 그것은 교육이 국가 권력 등에 종속되어선 안 되고 독립적이어야 하며 국가권력 등의 도구로 쓰여선 안 된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국민의례 등 학교에 뿌리 박은 국가주의나 교육과정, 교육 내용, 평가방식 등까지 국가가 정하고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문제 삼을 일 아닐까?

 

  수 년 전부터 시행된 교육감 직선제를 두고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이번 12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관해 박근혜 대선 후보와 같이 일했던 사람이 출마하는 것이나, 이른바 ‘보수’ 진영, ‘진보’진영으로 모여 교육감 선거에 임하는 모습 자체를 놓고 그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엄연히 교육에 대해 다른 관점, 다른 가치관, 다른 정책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거기엔 정치적 스펙트럼의 영향도 큰데, 그런 서로 다른 주장들이 모이고 부딪치고 경쟁하고 공론화되며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을 금기시하는 태도는 비합리적이다. 교육에서 정치적 구도와 논쟁을 추방시키는 것은 자칫 소수 교육 관료들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나는 오히려 ‘보수’, ‘진보’, ‘중도’하는 식의 구분 이상으로 더 다양한 교육에 대한 정치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으론 금지돼있는 정당 개입 문제 역시, 거대 조직인 정당에 휘둘리지 않도록 한계와 보호장치를 둘 필욘 있을지 몰라도 정당 개입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대선을 앞두고 가끔 개헌도 거론되곤 하는데, 만약 정말 개헌을 한다면 헌법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랑 구절을 없애거나 ‘국가(정치)·시장(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정도로 고쳐야 할 것이다. 교육도 교육감 선거도 계속 정치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근본적 논쟁과 공공의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병폐를 고치고, 새롭고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한 조건이다. 또한, 교육이 가장 노골적으로 권력의 도구가 됐던 사례를 살펴보면 역설적으로 그럴 땐 교육에 정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하나의 목소리 외에 다른 목소리, 비판적인 의견은 모두 짓밟히니까 말이다. 그러니 교육에서 정치가 꽃 피게 하라. 교실에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의제기 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하라. 학생·청소년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존중하고 정치 참여를 장려하라.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라. 그것이야말로 교육에서의 민주주의와 ‘교육 자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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