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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

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 돌이켜보니 제가 병역거부로 수감되어서 강제적으로 1년 이상 쉬는 기간을 가졌다가 출소하고, 다시 활동을 시작한 지가 만으로 4년 반 정도, 5년째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 6년 정도를 활동하다가 2011년 12월 정도부터 쉬었으니까, 긴 휴식 전에 살아왔던 만큼의 시간의 80% 정도의 시간을 또 어느샌가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이라는 게 그렇지만,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사람일수록 과거 자신이 했던 일들이 지금의 자신을 또 옭아맵니다. 요는 2013년 이후의 5년의 활동의 밀도가 훨씬 높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과거의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정리할 사람이 나밖에 없구나 하는 고독감과는 별개로 나밖에 할 수 없는 역할들이나 내가 쌓아올려서 그 앞을 또 내다봐야만..

울것같은꿈 2018.04.02

2018년에는 청소년 참정권 꼭

현재 대한민국 청소년(만19세미만)들은 선거권, 피선거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있고, 정당 가입이 허용되지 않으며,학교 등에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참정권을 크게 제한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 많은 운동이 있어 왔고,지금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이후로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외침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국회에서도 꼭 선거권을 현행 19세보다 그 이하로 낮추는 법안, 청소년의 선거운동/정당가입 권리 보장하는 법안 등이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고3 청소년이 올린 선거권 요구 청원이 많은 주목을 받..

걸어가는꿈 2018.03.11

[논평] 차별과 혐오에, 청소년 핑계는 좀 그만

차별과 혐오에, 청소년 핑계는 좀 그만 - EBS 〈까칠남녀〉 사태에 대한 청소년 단체 공동 논평 최근 EBS 토크쇼 〈까칠남녀〉가 조기종영되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공격을 공공연히 가하는 일부 단체(이하 ‘차별/혐오단체’)들이 〈까칠남녀〉를 공격하자, EBS 측에서 양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출연진인 은하선 작가를 출연 중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진 사태이다. EBS의 행태는 〈까칠남녀〉의 당초 기획 의도마저 훼손한, 잘못된 결정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차별/혐오단체들은 청소년들이 성소수자와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며, ‘교육방송’ EBS에서 그러한 내용을 방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며 청소년을 핑계로 삼는 부적절한 행동이었고, 차별/혐오단체들의..

걸어가는꿈 2018.02.19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논평] 1987년과 2017년, 청소년들의 민주주의 - 서울지역고등학생연합의 명동성당 농성 30주년, 그리고 대통령 선거 예정일을 맞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논평] 1987년과 2017년, 청소년들의 민주주의 - 서울지역고등학생연합의 명동성당 농성 30주년, 그리고 대통령 선거 예정일을 맞아 30년 전, 1987년 12월 1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수백 명의 고등학생들이 모여서 외쳤다. “노태우를 당선시킨 기성세대 각성하라!” “군부독재 타도하여 민주교육 쟁취하자!” 노태우 당선, 군부 독재 연장에 반대하며, ‘서울지역고등학생연합(서고련)’이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면서 선언문을 발표했던 것이다. 1987년 6월 시민들이 쟁취한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 무렵부터 청소년들은 민주주의를 외쳤고 선거 결과에 직접 행동으로 대응했다. 자신들은 참여할 수 없었던 대통령 선거의 반민주적인 결과에 대해 항의했고, 선거권을 가진 이들의 각성을 요청했다. 더..

걸어가는꿈 2017.12.20

청소년운동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요?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후원행사를 맞이하여 쓴 글 2편 -- 청소년운동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요? 한때, 청소년운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궁핍함을 상징하는 것은 교통비, 컵라면, 삼각김밥 등이었습니다. 경제적 약자인 청소년활동가들은 밥을 사 먹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돈조차도 없어서 어렵게 연명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당장의 돈이 없어서 활동을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넉넉한 이들만이 활동을 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물론 지금도 유효하고, 청소년활동가들에게 교통비, 외식비, 통신비와 같이 활동에 드는 최소한의 실비를 보장하는 것은 아직도 다 풀지 못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청소년운동의 발전에 따라, 그리고 청소년활동가의 확대에 따라 좀 다른 ..

걸어가는꿈 2017.12.01

그것이 바로 내셔널리즘 아닌가? - 〈아이 캔 스피크〉

그것이 바로 내셔널리즘 아닌가? ※ 〈아이 캔 스피크〉 미리니름(스포일러)이 가득합니다. 추석 연휴 직전에 〈아이 캔 스피크〉를 보았다.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최근 〈리얼〉이나 〈VIP〉나 〈군함도〉로 내려가 있던 한국 상업 영화에 대한 기대치와 상호 작용하여, 상대 평가를 한다면 꽤 높은 평가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본군 ‘위안부’ 내용을 다룬 대중적인 영화의 계보 속에서 이 영화가 실현한 미덕이나 진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쨌건 〈아이 캔 스피크〉가 한국 상업 영화의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재미있는 것 이후에라도 이 영화의 문제점이나 ‘해로움’을 좀 더 말해야겠다고 느꼈다. 어느 쪽으로든 말하고 싶어지는 욕망을 자극한다는 점에..

흘러들어온꿈 2017.11.05

축사 유감

축사 유감 어제 《세상을 바꾼 청소년》 책 출간기념회가 있었다. 축사를 하는 역할로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 등도 축사를 하였다. 축사를 하는 사람이 6명인가 7명인가 여튼 많아서 나는 나름 신경써서 짧게 말을 줄였는데 조희연 이수호 두 분은 말을 참 길게 하시더라. 말이 긴 것보다도 조희연 이수호 두 분의 축사를 들으면서 내용이 꽤 마음이 거슬렸다. 일단 축사 내내 "여러분"이라는 말이 참 많이 나왔다. 특히 여러분이 ~해야 한다, 여러분이 ~하기 바란다, 여러분이 18세 선거권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런 말이 적지 않았다. 축하를 하러 온 건지 훈계나 당부를 하러 온 건지 잘 모르겠다. 만약 내가 민교협이나 전교조가 뭐를 해 내서 축하하는 자리에 초대받아..

걸어가는꿈 2017.11.04

청소년은 시민이다 -《시민의 확장》

청소년은 시민이다김효연, 《시민의 확장》, 스리체어스, 2017 《시민의 확장》은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정당법센터 연구원인 김효연이 법학적 관점에서 청소년 참정권과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의 문제를 논한 책이다. 먼저 이 책에는 몇 가지 의의가 있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겠다.첫 번째로, 단지 선거권 제한 연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이라는 틀에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18세 선거권 자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슈가 된 문제지만, 국회나 언론 등에서는 그것을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로 잘 다루지 않았다. 또한 18세 선거권 외의 청소년 참정권 문제 역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민의 확장》은 청소년의 권리 문제로서 참정권, 선거권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기존에 나온 책들과 차별화된다. 두 번째..

흘러들어온꿈 2017.10.29

"법은 법적 미성년들의 성애에 대한 관심과 행위를 부정하고 처벌한다."

"법은 유년의 '천진무구함'과 '성인'의 섹슈얼리티 사이에 놓인 경계를 유지하는 데 특히 흉포하다. 우리 문화는 젊은이들의 섹슈얼리티를 인정하기보다, 그리고 배려하고 책임지는 태도로 그것에 대비하기보다, 지역마다 다르게 지정된, 합법적 성관계 동의 연령에 미치지 못하는 법적 미성년들의 성애에 대한 관심과 행위를 부정하고 처벌한다. 섹슈얼리티에 미리 노출되지 않게 나이 어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법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랄 지경이다.성 허용 세대sexual generation와의 분리를 보장하는 주된 기제는 '성적 동의 연령에 관한 법들age-of-consent laws'이다. 이 법은 지극히 잔혹한 강간과 지극히 온화한 연애를 구분하지 않는다. 17세와 성적 접촉을 했다는 죄목으로 유죄 판결..

흘러들어온꿈 2017.10.27

감사와 의무와 보상심리

1시답잖은 이야기부터. 나는 한때 택시에서 내릴 때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자니 내가 문을 열고 내려서 가는 입장 같았고, ‘안녕히 계세요’라고 하자니 택시는 머무르지 않고 떠나는데 계시라고 하는 게 어색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도달한 타협점은 바로 ‘감사합니다’였다.‘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참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서비스나 상품을 교환하는 거래 관계에서 말하게 된다. 일전에 어차피 그 사람들도 일로서 하는 거고 돈을 주고 거래하는 건데 왜 감사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틀린 말이야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에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물론 나한테 필요한 이런 서비스와 상품을 마침 알맞게 팔..

지나가는꿈 2017.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