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것같은꿈 39

무엇이 문제였고, 어째서 그렇게 했는지

강민진 사태가 공개, 공론화되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비판 및 사퇴 요구 성명을 발표했을 때 접했던 반응 중 이런 것들이 있었다. ‘나도 청소년인권운동 하다가 그만두면 저렇게 비판받는 거냐, 부담스럽다’, ‘활동하다가 다른 직업 가지거나 소속 옮길 수도 있는 거지, 왜?’, ‘사이가 틀어졌다고 사퇴 요구까지 하는 건 심하지 않나’……. 이런 반응을 보고서, 어떤 사람들은 참 내용을 꼼꼼히 읽지도 않고 내용을 정교하게 따져보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듦과 더불어,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기준이 흐릿해진 시대, 정치적 책임에 대한 공통 감각이 없는 시대라는 한탄이 나왔다. 타인의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는 ‘문학적 상상력’(마사 누스바움)이 모자란 채 상투적이고 단순한 틀로 이해하려 드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

울것같은꿈 2022.03.14

있던 일

강민진(쥬리) 씨와 있던('있었던'이라고 쓰고 싶지가 않다. 아직도 진행 중인 일 같아서.) 일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 하지만 개인적이진 않은 문제들. ---- 얼마 전, 어느 교차로 횡단보도 앞에 서서 기억에 잠겼다. ‘여기에서 당신과 긴 통화를 했지… 그때 난 당신이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음을, 우리의 앞길이 파국일 것임을 예감했었고.’ 계절은 요즘 같은 한겨울이었고 전화기를 붙든 손이 시렸고 한발짝 더 슬퍼진 날이었다. 당신은 집에서 국회로 무슨 행사에 참여하러 택시를 타고 가고 있었고, 가는 동안 통화를 해달라 했다. 사적인 볼일을 보러 걸어가던 중이었던 나는 당신과 통화를 이어가느라 길거리를 맴돌았다. 그때 당신은, 자기가 청소년운동을 떠나는 선택을 하면 나라는 사람을 잃게 될 것 같다고, 그러..

울것같은꿈 2021.12.21

배신을 마주하며

♭ 부질없는 질문.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었다면,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다면, 더 잘했더라면 다른 결말이 가능했을까? 내가 청소년운동을 더 크게, 더 자원이 많게, 더 체계적으로 만들었다면 어쩌면 그랬을 텐데. 내가 부족해서 또 이런 결과를 맞은 것일까. (내가 유한하고 인과에 매인 인간임을 거부하려 드는)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 논리란 건 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시간은 물론, 예전부터도 결국 가장 많이 탓하고 원망하고 책임을 물었던 것은 바로 나 자신에게였다. 가장 많이 운 것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였다. 그러다가 다시 이런 생각이 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나는 이런 인간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청소년운동을 했지. 오만하고, 고독하고, 비틀린 인간이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그렇..

울것같은꿈 2020.04.21

이렇게 살다가 안 되면 죽으면 되지만, 아직은 죽지 않고 활동하려고 하는지라

* 이것은 위로를 구하는 글이 아닙니다.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는 궁금하긴 합니다. 구체적인 묘사 등은 없지만 생과 사에 대한 이야기와 자살에 대한 이야기이니, 그런 이야기가 불편하신 분은 더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미적인 이유로 역순으로 쌓는 시도를 해 봤습니다. 4 요즘 자살 사고의 빈도가 늘었습니다. 예전 그때처럼 시도 때도 없이 드는 정도는 아닌데, 며칠에 한 번 정도는 그런 생각에 빠져 있곤 합니다. 그런 이유로 쉰 지도 2년이 채 안 됐는데 효율이 나빠진 건가 걱정도 되네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전이랑은 좀 양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지친 건 지친 건데, 일이 많아서 지쳤다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지쳤다고나 할까요. 오랜 옛날부터 느껴왔던, 저는 인간으로 받아들여지고 관계 맺기에 무언가 결함..

울것같은꿈 2019.12.29

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

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 돌이켜보니 제가 병역거부로 수감되어서 강제적으로 1년 이상 쉬는 기간을 가졌다가 출소하고, 다시 활동을 시작한 지가 만으로 4년 반 정도, 5년째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 6년 정도를 활동하다가 2011년 12월 정도부터 쉬었으니까, 긴 휴식 전에 살아왔던 만큼의 시간의 80% 정도의 시간을 또 어느샌가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이라는 게 그렇지만,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사람일수록 과거 자신이 했던 일들이 지금의 자신을 또 옭아맵니다. 요는 2013년 이후의 5년의 활동의 밀도가 훨씬 높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과거의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정리할 사람이 나밖에 없구나 하는 고독감과는 별개로 나밖에 할 수 없는 역할들이나 내가 쌓아올려서 그 앞을 또 내다봐야만..

울것같은꿈 2018.04.02

자명함 뒤로, 다양성 뒤로, 숨어선 안 된다

병역거부자로서의 경험이, 내가 언제든 사회적으로 소수의견, 대단히 비난 받는 의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게 하는 것 같다.(청소년운동을 하면서도 그런 위치에 많이 서긴 했지만.)내 주장은 자명하고 옳고 상대방의 주장은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어느 정도 평등하게 대해져야 한다는 인식. 그게 내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절박함. 자명함, 자연스러움 뒤로 도망쳐선 안 된다.다양성 뒤로 숨어서도 안 된다.

울것같은꿈 2014.05.15

넋두리, 구조, 관전

만약 누가 나에게 너님 무슨 주의자냐... 하면 청소년인권 관련 얘기가 아니라면 아마도 나는 '구조주의자'일 거 같은데... 여튼 개인의 심리가 어떻든 간에 사회적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견고한 구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구조들을 바꾸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고... ... 참 못돼처먹은 인간이라서 그런가 "응원"하는 사람들은 공허하게 느껴지고 "훈계"하는 사람들은 불쾌하게 느껴진다. 어쨌건 이 문제를 '자기 문제'가 아니라 관전하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차라리 같이 하고 돕겠다는 말을 기대하는 내 과욕? (근데 그런 말을 듣는다고 기분이 또 막~~ 좋아지진 않을 텐데;) 여하간, 그런 말들보다 차라리 내 이야기의 사회적 권력성- 그러니까 결국 그것도 학벌을 이용한 거고 현실이 엿 같다는 ..

울것같은꿈 2011.10.15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들은 스스로가 알겠지

시민들에게, 함께하는 단체들에게, 조금이라도 몸 바쳐 호소하고자 7시간 동안 서명을 받으며 13.5km를 꼬박 걷고 다음날에도 뻐근한 온 몸을 억지로 스스로 두들겨 깨워 거리서명에 나서는 청소년 활동가들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해온 서명 받는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리는 청소년 대상포진인데 약 먹어가며, 급성 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며,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김밥을 사서 먹으면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 반까지 거리서명을 벌이는 민주노총 활동가들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들은 스스로가 알겠지...

울것같은꿈 2011.04.20

후퇴

운동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운동에서 자기 역할을 이야기하거나 할 일을 하는 사람은 적은 조건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하다보니 운동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드는 데 소홀해졌다지만, 여튼 동의하는 사람을 만들지 못한 건 결국 내 정치적 능력의 부족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정적으로 100% 그렇게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결국 나와 운동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정확히는 공유하고 있으면서 그걸 정리된 주장의 형태로 제출할 수 있는 / 하려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패배로 받아들이고, 어차피 병역문제라는 피할 수 없는 퇴장을 앞뒀으니, 나는 지친 몸을 끌고 나와 같은 봉우리에 같은 높이에 서있는 사람은 없다고 선언할 것이다. 여하간 내가 그렇게 ..

울것같은꿈 2011.03.30

주는 만큼 안 돌려주는

바텐더라고 술이 잔뜩 나오는 만화...를 보고서 만화에 취한 느낌으로 그냥 새벽에 쓰자면. (이라고 쓰다가 깜빡 잠들어서 민망하게도 낮에 올린다 OTL) 어떻게든 노력하고 경험을 쌓아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 예를 들어 시험공부라거나(-_-;) 요리라거나 바텐더라거나 재봉기술이라거나 용접기술이라거나 운동이라거나... 그런 거랑 다르게, 운동이라는 게 항상 내가 노력하고 갈고 닦는 만큼의 결실을 돌려주지 않는 분야 중에 하나입니다. 오히려 외부 정세에 흔들흔들하면서 뭔가 사건 하나 터지면 지금까지 나름 잘 쌓아왔다고 여긴 게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고, 때로는 저희가 개고생을 하면서 일구어놓은 성과보다도 더 커보이는 대박이 터지기도 하지요. 그런 면에선 어쩌면 돈 벌기 위한 사업하는 거랑 비슷할지도 모..

울것같은꿈 201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