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2. 3. 30. 15:46

< 논 평 >

시민들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경찰․검찰의 반성을 촉구한다

플래시몹―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2012년 3월 29일, 바로 어제 대법원 3부는 평화적 플래시몹에 대해 과잉 대응한 경찰의 부적법한 공무집행에 대해 저항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우리 인권․사회단체들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바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11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회원 및 누리꾼 10여명이 "3분간 잠시 멈춤" 플래시몹을 진행할 때 일어났다. 이 플래시몹은 별다른 피켓 등도 없이 3분 동안 10여명이 인도에서 자유로운 자세로 멈춰있는 평화적이고 짧은 플래시몹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플래시몹이 시작되자마자 참가했던 고등학생 한소영씨를 체포․연행하였고, 경찰에게 항의하는 사람들 중 유윤종씨 역시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했다. 한소영씨는 경찰에서 훈방 조치되었지만,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된 유윤종씨는 하루 넘게 구금당하고 기소당했다.


서 울중앙지방법원은 2011년 7월, 이 사건에 대해 공무집행이 부적법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변호인 법무법인 한결한울 박주민 변호사.) 이 판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경찰의 부적법한 공무집행 등이 낱낱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공권력 남용,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이를 대법원까지 상고했다. 이처럼 반성할 줄 모르는 경․검의 행태는 그 빈약한 인권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며, 시민을 괴롭히기 위해 무리하게 재판을 끌고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번 대법원 판결은 1․2심에 이어서, 공무집행은 엄격한 법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안 되며, 시민이 부적법한 경찰권력 행사에 저항하였다고 해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치주의는 시민을 억압하는 수단이 아니라 공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원칙인 것이다. 또한 이는 경․검이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함부로 자의적으로 억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그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 리는 다시 한 번 이 판결을 환영하며, 법원이 이밖에도 경․검의 부적법한 공무집행 또는 사람들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과도하게 억압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도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 다만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소수의 인원에 의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적 표현 방식인 플래시몹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규제하는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 현행 집시법은 법률이 규제하는 집회를 명확히 정의하지도 않고 있으며, 평화적인 단순미신고집회의 경우에도 형사 처벌하는 등,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사건과 같이 경․검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이후에도 우리는 시민들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더욱 더 확고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2년 3월 30일

이채,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첨부 : 1․2심 판결문)


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판 결

사 건 2010고정2619 공무집행방해

피 고 인 유윤종 (88XXXX-XXXXXXX), 학생

주거 서울 관악구 …

등록기준지 천안시 영성동 90

검 사 박대환

변 호 인 법무법인 한결한울(담당 변호사 박주민)

판결선고 2011. 7. 1.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학생이다. 2009. 11. 14. 13:05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 제1제대 소속 순경 이하나, 서유나, 강수아, 임미자, 조나영은 시위대 20여명과 함께 소위 '플래쉬몹' 형식의 미신고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한소영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고 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손으로 위 서유나의 어깨에 있는 무전기를 빼앗으려 하고, 위 강수아, 임미자, 조나영의 어깨와 몸을 밀치고 다시 위 이하나, 서유나, 조나영의 근무 모자를 벗긴 후 한소영을 태운 경찰호송버스 번호판을 잡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순경 이하나, 서유나, 강수아, 임미자, 조나영을 폭행하여 현행범인 체포에 관한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판단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증인들의 법정 진술․CD 검증 결과를 종합하면, 피고인을 비롯한 몇 명이 '플래쉬몹'을 위해 3분 예정으로 행동을 멈춘 사실, 경찰은 이들이 3분후 자진 해산할 것이라는 알면서도 시작한 지 2분도 지나지 않아 집회 단순 참가자인 고등학생 한소영을 해산명령도 하지 않고 피의사실의 요지․체포이유․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않고 체포하려고 한 사실, 그러자 피고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경찰에게 항의하거나 경찰버스에 한소영을 태우려는 소극적으로 막으려고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관이 한소영을 체포하는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경찰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정도의 폭행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장창국




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제 2 형 사 부

판 결

사 건 2011노2717 공무집행방해

피 고 인 유윤종 (88XXXX-XXXXXXX), 학생

주거 수원시 장안구 …

등록기준지 천안시 영성동 90

항 소 인 검사

검 사 최준호

변 호 인 법무법인 한결한울

담당변호사 박주민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7. 1. 선고 2010고정2619 판결

판결선고 2011. 10. 14.

주 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경찰관들을 폭행하여 공소사실 기재의 미신고 옥외집회를 주최한 한소영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에 관한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① 피고인을 비롯한 몇 명이 약속된 특정행동을 한 다음 흩어지기 위하여 3분 예정으로 행동을 멈춘 사실, ② 경찰관들은 피고인 등이 3분 후에 자진해서 흩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2분도 지나지 아니하여 해산명령도 하지 아니한 채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아니하고 한소영을 체포하려고 한 사실, ③ 그러자 피고인 등이 경차관들에게 항의하거나 한소영을 경찰버스에 태우려는 것을 소극적으로 막으려고 한 사실은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경찰관들이 한소영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 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경찰관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정도로 폭행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원심판결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재영

판사 양우석

판사 조수진


※ 대법원 판결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서 첨부하지 못했습니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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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1. 9. 13. 12:40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흔들림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무리한 구속수사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곧 진행될 검찰의 기소로 교육감의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곽노현 교육감의 운명과는 별개로, 학생인권조례와 같이 시민의 열망을 받아 안아 진행되어 온 교육개혁 정책이 흔들림없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교육감의 직무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학생인권조례를 좌초시키려는 부당한 외압이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던 지난 8,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은 향후 서울시교육감 직무대행을 맡게 될 임승빈 부교육감에게 학생인권조례 추진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시교육감이 선거와 관련해 어려운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할 것학교에서 학생지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학부모와 교육현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인권조례 추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그 동안 학생인권조례의 전국화 물결을 막고자 온갖 꼼수를 써왔던 교과부가 곽노현 교육감의 직무정지 사태를 계기 삼아 이 같은 외압을 다시금 일삼는 것은 지방교육자치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자 학생인권 보장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는 반인권적 행태이다.

 

교과부와 일부 보수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학생인권 보장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이미 지난해 교육감선거를 통해 서울시민의 다수 지지를 획득한 바 있다. 이미 지난 8월초 서울시민 10만여 명의 서명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주민발의까지 성사되어 시의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안을 마련해 온 것은 서울시민과 교육주체들의 뜻을 받들고 선거공약을 책임있게 이행하려는 정책 추진으로 보아야 한다. 게다가 경기도에서는 이미 1년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돼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광주, 전북 등지에서도 학생인권조례안이 입법예고돼 의회 심의와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시기 상조이고 왜 서울에서만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뒤늦게 꽃핀 학생인권 시대에 발맞추어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흔들림없이 추진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반대와 부당한 외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좌초시키려는 시도는 학생도 인격체라는 당연한 진실에 대한 부정이며, 학생인권을 지지해온 시민들의 연대에 대한 부정이며,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대한 부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의 구속과 직무정지 사태에도 추호의 흔들림없이, 지난 1년간 준비해왔고 서울시민에게 연거푸 약속해 왔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감 개인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이 아니라, 학생인권의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된 서울시민과 교육주체들의 염원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오는 920일 입법예고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수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역시 서울지역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울시민 10만여 명의 지지를 받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은 늦어도 104일까지 시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행여 정치적 고려나 외압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서 발을 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주민발의에 참여하고 지지해 준 시민들의 열망이 물거품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2011913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건강세상네트워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교육공동체 나다, 국제앰네스티대학생네트워크, 군인권센터, 대안교육연대,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당서울시당, 민주노총서울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불교인권위원회, 서초강남교육혁신연대, 어린이책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 인권운동사랑방, 전교조서울지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서울지역본부,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서울특별시지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즐거운교육상상, 진보교육연구소, 진보신당서울시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서울지부,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서울지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평등교육실현을위한서울학부모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학벌없는사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흥사단교육운동본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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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0. 6. 16. 18:58



경찰의 고문 사건이 터졌다.

막나가는 경찰, 불심검문에서 고문까지



안 그래도 최근에 양철북 출판사에서 의뢰받은 원고로 고문, 자의적 체포 등 신체의 자유에 대해 글을 쓰고 있었는데 사건이 -┌;;

그런데 이런 고문이 '이명박 정부 들어 부활'했다는 식의 언술에는 다소 어폐가 있지 않을까?



분명히 2002년에도 검찰에서 피의자에게 물고문을 하고 폭행을 가하여 피의자가 죽음에 이른 사건이 크게 공론화되었던 적이 있다. 수사 중에 폭행을 했다,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은 잊을 만하면 1-2년에 한 번씩은 제기되는 문제였다.

그리고 경찰이나 검찰이 조사받는 사람에게 잠을 재우지 않거나, 모욕을 가하는 문제 등은 반복해서 '고문'의 일종으로 쟁점이 되었던 수사 '관행' 중 하나였다. 그래서 잠을 재우지 않고 장시간 조사를 강행하는 등의 수사 방식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 않았나.



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서의 폭력적인 통치 분위기와 경찰력 강화 등이 이번 고문 사건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흉악범들은 다 죽여버려야 한다거나 아동성폭행범은 모두 거세해버려야 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범죄자들 대한 '엄중처벌'을 요구하고 '그새끼들은 인권이 없다' 같은 언술을 내뱉던 사람들도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의 고문이나 수사 중의 폭력 등은 어쩌면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가 폭력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는 사실 80년대 후반 90년대까지도 불법 체포, 불법 구금, 고문 등이 심심찮게 일어났었던 나라다.

마치 한국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엄청나게 민주화되었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고문까지 부활할 정도로 독재로 달려가고 있다는 식의 언술이 불편한 이유다.

민주주의는 계속 진행 중이었을 뿐이고, 경찰과 검찰 등 국가권력의 문제는 우리가 계속 갖고 있던 문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 비민주적인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고...



추신 : 사실 체벌도 고문의 일종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참에 체벌 문제도 쫌...
추신2 : 사람들이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텐데, 그게 아니라 그냥 이명박 개새퀴로 가겠지? ㅅㅂ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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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 군인이라 그저 이런 문제에는 함구할 뿐이긔... 절대로 노코멘트만 해야한다는 현실 -_-;
    난 언제 전역을 하나염~

    2010.06.16 19: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개인적으로는, '부활' 보다는 오히려 '증가', '강화' 정도로 쓰는 편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2010.06.17 16:22 [ ADDR : EDIT/ DEL : REPLY ]

걸어가는꿈2010. 2. 7. 10:41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교사들을 옹호하는 것은 제게는 그리 끌리지 않는 일입니다. 교사들이 뭐 얼마나 잘 하고 있다고 굳이 청소년들,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이 나서서 교사들을 편들어줘야 한단 말입니까. 저는 교육의 문제점을 교사들에게만 돌리고 교사들을 갈구고 굴리면 된다는 식의 교원평가제도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써서 교사들을 옹호해줄 마음은 잘 생기지를 않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 선생님을 빼앗아 가지 마세요.” 같은 닭살 멘트도,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권력관계와 대립, 갈등을 무마하는 너무나 순진한 소리가 아닌가요.

  그렇지만, 저는 교사들을 옹호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립니다. 좀 더 콕 찝어서 말하면 전교조를 옹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제가 이명박 정부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제가 별로 서고 싶지 않은 위치에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한다는 것. 그 전 정권 때도 그런 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좀 심하게 그 빈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뭐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를 하니, 눈치 빠른 분들은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눈치 채셨을 줄로 믿습니다. 최근 검찰․경찰 등에서 저지르고 있는, 전교조에 대한 ‘정치 탄압’ 이야기입니다. 시국선언을 했다고 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검경이 전교조 교사들을 징계를 하고 고발을 해서 처벌을 하겠다고 설치더니만, 이게 잘 안 될 거 같으니까 이젠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네 안 냈네 그러면서 검경에서 서버를 압수수색을 하겠다며 난리굿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 슬픈 일은, 이런 이야기가 ‘먹히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교원(교사)의 정치적 자유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들에서 성실한 분석 기사를 내고 있으니까 그런 것 관련해서는 다른 기사들을 뒤적여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처럼 뭐 시국선언 했으니까 처벌, 후원금 냈으니까 처벌, 이러는 곳이 기껏해야 일본 정도 말고는 없다는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전교조에 대한 이런 공격들에 근거가 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사실 표현이 좀 오해의 소지를 가지고 있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원래 ‘교육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역사적으로 나치 독일에서 ‘히틀러 유겐트’ 같은 것들에 대한 끔찍한 기억들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개념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 개념은 교사들이 정치권력의 탄압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는 뭐 이런 취지였지, 교사들이 자기 신념에 따라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막으려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에 따라, 사람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에서는 이 개념이 교사들을 정치권력이 탄압하는 핑계거리가 되고 있다니… 이 문제를 역사적으로 추적한다면 박정희 정권 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어쩌구저쩌구가 헌법에 명시되고 그게 실제로는 어떻게 정권 입맛에 맞게 적용되었고… 하는 것까지도 떠들어볼 수도 있겠지만요.

  문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말이, 교육의 비정치성 비슷한 말로 이해되면서 생기고 있는 많은 폐해들입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최근에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만 보십시오. 학생인권조례 반대한다면서 ‘집회․결사의 자유’ 조항에 딴지거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가 “학교를 정치 선동의 장으로 변질시키려고 한다.”와 같은 말들이잖습니까?

  이처럼 교육에 심볼처럼 박혀 있는 ‘정치적 중립성’≒‘비정치성’은 교사들 뿐 아니라 학생들의 정치적 자유까지 모두 억압하는 것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청소년인권활동가로서 굳이 전교조의 정치적 권리를 옹호하는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그때문입니다. 교사의 정치적 권리와 학생의 정치적 권리는 같은 원인 때문에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촛불집회에 10대 학생․청소년들이 많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 청소년들의 정치적 자유를 싫어하는 사람들(ex :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말했습니다. “이게 다 전교조 때문이다. 전교조가 애들을 선동한 거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보고도 말하더군요. “전교조가 학교를 운동권 양성소로 만들려고 한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정치적 자유를 동시에 공격하는 꽤나 효과적인 음모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시국선언에 대한 탄압, 정당에 후원금 낸 것을 빌미로 한 탄압도 결국 청소년들의 정치적 자유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사들을 징계하고 고발하는 것의 깊은 곳에는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정치적인 색깔을 가진 교사는 은연중에 (아니면 대놓고)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생들은 미성숙해서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므로 그래선 안 된다. 그 교사들을 다 내쫓아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전교조에게 가해지고 있는 탄압은 우리 청소년들의 자존심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무시이고 모욕이기도 합니다. 참 열 받는 일이죠.
 


우리는 정치적 동물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찬찬히 따져보면 인간이 하는 행위 중에서 정치적이지 않은 행위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이번 전교조 탄압에 대해서 ‘형평성’ 문제로 이야기하면서 왜 한나라당에 돈 낸 교총은 그냥 두면서 전교조만 표적 수사하느냐, 하는 것도 전교조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대응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청소년들의 입장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것, 교육은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교조 입장에서야 아무래도 “그래 우리 정치적이다. 왜?” 이런 식으로 나오긴 부담스럽겠지만요.

  지금 당장 검찰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전교조 표적 수사는 뭐 그 절차든 내용이든 너무 몰상식하고 반인권적이긴 합니다.(별건수사, 해킹의혹 등등) 당연히 전교조에 대한 이런 식의 억지스런 탄압은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무리한 탄압에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는 걸로는 2% 부족함을 느낍니다. 정치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교사들을 징계하고 처벌하는 게 당연시되는 ― 최소한, 용인되는 ―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청소년들이 “우리는 미성숙하지 않다.” “우리는 정치적이다.”라고 외치며 정치적 세력으로 이 사회에 자신들을 증명해 보이는 것 아닐까요? 전교조에 대한 이런 식의 공격은 청소년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는 것을 당당하게 선언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어쩌면 그게 전교조에게도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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