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2014. 11. 15. 23:43
페미니스트라는 낙인페미니스트라는 낙인 - 10점
조주은 지음/민연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저는 이 책을 2007년에, 나온 직후에 집어들어서 읽게 됐었습니다. 그때도 꽤 깊은 인상을 받았던 걸로 아는데... 제가 갖고 있는 페미니즘에 관련된 관점이나 센스는 이 책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받았더군요. ㅎㅎ;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관점도 가지게 됐지만, 이 책에서는 아동이나 청소년에 관련된 내용, 사회운동-노동운동 등에 관한 내용들도 많이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으로 가족 문제를 보고 교육 문제를 보고 청소년인권 문제를 유비추론해보자는 생각도 이 책 덕분에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조주은씨가 청소년운동이랑 굉장히 잘 맞을 거 같단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내용들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버릇이라는 것을 가르칠 때가 있다. 아이가 말문이 트여 제법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할 무렵 부모들이 먼저 가르치는 것은 존댓말이다. ˝~하셨어요?˝라는 높임말부터 ˝어른이 무슨 말을 하면 `네`하고 잘 듣는 거야˝처럼 순종적인 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더군다나 한쪽은 반말을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존댓말을 한다면, 그 관계는 권위로 움직이는 권력관계가 된다. … 우리가 흔히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고 하는 예의 바른 어린이란 곧 어른들의 권위에 순응하고 복종하는 아이를 의미한다. 가족은 연령에 의한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아동, 청소년(녀)들은 가족 안에서 보호와 숨막히는 통제를 동시에 경험하기도 한다. 혹시 우리는 저항과 비판 속에서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가 이루어진다고 하면서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자기 아이를 어른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려는 욕구는 없는가? 또는 말 잘 듣는 자녀이고자 하지는 않는가?˝(89~90쪽)

˝전시 현장에 있는 어린이는 전쟁 반대의 다양한 이유 중 하나가 되지만, 그 논리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또 다른 착취를 빚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아동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릴 수 있을까? 그리고 아동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동기의 발명으로 아이와 어른의 세계가 분리되었지만, 아동이 어른의 세계에 통합된다면 새로운 세상이 가능하지 않을까?˝(124쪽)

조주은씨는 아동기 문제를 모성착취, 모성신화와 연관지어서 많이 풀어냅니다. 그리고 가족에 관련해서는 `정상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 또, 가족 안에서의 권위나 권력관계 문제에 대해서 지적하죠. 경험이나 사례에 근거하면서도 이론적인 고민, 일반화된 관점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잘 와닿습니다.
가족 안에서의 권력에 대해서 어른-아동 문제도 이야기하지만, 역시 페미니즘이니까 남성-여성 문제도 많이 이야길 해요. `사랑`이라는 환상, 성폭력, 불평등한 가사노동이나 양육... 그리고 가족 안에서도 그렇게 폭력이 존재하고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생각을 보여주는데, 저도 그걸 보고 가족 안에서 자식과 부모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단 아이디어를 얻었던 거 같아요.

˝모순되게도, 단일한 계급이라고 치부되는 한 가족 안에서도 취향은 위계화되어 있다. 남성들이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하여 우아하게 지속하는 반면, 여성들은 결혼 전에 알았던 음악이 마지막인 경우가 많다. … 계급분류적 문화 행위의 상징성이 궁극적으로 계급구조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는 부르디외의 지적은 의미심장하지만, 남성과 여성이라는 계급이 어떻게 차별적으로 재생산되는지는 분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229쪽)


조주은씨 본인의 논문 주제가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 가정`에 관련된 거였는데, 그래서 그런가 조주은씨는 가족의 문제도 잘 분석해내지만, 노동운동 내부의 문제도 적절하게 지적을 하더라고요. 칼럼을 모은 것 같은 책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여러 이슈들과도 관련지어서 쓴 글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도 읽어볼 만합니다.


다른 활동가 분들이랑 꼭 같이 읽고 싶은 책입니다!


물론 페미니즘이 오랫동안 다뤄온 주제인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해서도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딱 펼쳐보니까 ˝프리섹스주의자를 자처하는 여성 활동가들은 남성들에게 창녀로 이해되고 프리섹스주의자인 남성 활동가들은 섹스 파트너를 선택할 권리를 향유한다.˝(195쪽) 같은 통렬한 서술이 눈에 들어오네요.


다만 다양한 주제들을 간결하면서도 핵심적 문제를 짚으며 다루긴 하는데, 하나하나의 글들이 좀 짧은 편이라서 아쉽기도 합니다. 더 길게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게 몇 개 있었습니다.



아, 사소한 단점 하나. 책 편집상 쪽수 표기가 책의 제본 안쪽에 돼있는데요. 그거 때문에 쪽수 찾기가 힘드네요;;; 왜 이렇게 했지...

http://gonghyun.tistory.com2014-11-15T14:43:230.31010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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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0. 6. 27. 03:35










최저임금은 거의 모든 서민들(부유층 외의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는 의미에서)의 문제입니다. 최저임금 언저리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법규들을 놓고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체 기본급을 정할 때도 기준이 되지만 재난·사고 피해자나 사회변동 희생자, 서민, 사회적 약자 등에 정부가 돈을 지급할 때도 기준이 된다. 이렇게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주요 법률은 14개, 사안별 제도는 20개로 모두 34개의 법제도에 적용된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투쟁은 대체로 고령 여성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해왔습니다. 대다수가 청소노동자이고 민주노총 여성연맹 소속 조합원들인 경우가 많은 이 분들은 해마다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집회를 해야 했습니다. 민주노총에서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을 조직하여 최저임금 투쟁을 하는 것도 몇번 있었으나, 몇 년 동안 꾸준히 해오지는 못했습니다.
(참 이런 거 보면, 사람들이 흔히 '여성운동'이라고 하면 최저임금 인상 투쟁 같은 건 생각도 잘 안 할 텐데...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여성운동 이슈이기도.)



며칠 전에 청소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 발표 등에 참여하고나서, "이거가 최저임금 투쟁의 주체들이 더 많이 확대되는 거라고 보이려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청년유니온에서도 최저임금과 관련하여 실태조사 결과나 인상요구를 발표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주로 해온 여성 청소노동자 분들이 혹시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이제 10대, 20대 노동자들이 많이 참여하나보다 생각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저임금 인상 투쟁의 주체들이 넓어져간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인식 속에서 광범위한 참여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바로 언저리의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면서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것은 썩 좋은 일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학비는커녕 생활비도 마련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20대-대학생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오는 게 노동운동의 발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 사회환경, 실질임금의 후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동시에, 누가 '최저임금'을 받게 되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하게 됩니다. 여성들, 청소년들, 20대들... 등등등. 지금 사회에서 돈을 벌어오는 '가부장'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들 또는 노동의 가치를 폄하당하는 이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가 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투쟁의 당사자가 됩니다. 최저임금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혹시 기대를 하고 계셨을 분들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청소년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청소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 발표도 서명운동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고 실제로 조직되어 있는 청소년 노동자들은 10명도 채 못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시작으로 해서 청소년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까, 멀지 않은 시일 내에 10대 청소년 노동자들의 조직이 출범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추천을!)





추신 : 그러니까 지금 경총 측에서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10원을 올리네 15원을 올리네 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시급 5180원은 별로 많은 돈이 아니라는... 얼마 전에 1만5천원 정도로 최저임금을 정한 호주는, 물가를 비교해도 한국보다 좀 더 비싸거나 식품 등에서는 더 싼 것도 꽤 많고... 쨌든 5180원은 전체적으로 낮은 실질임금을 전제한 상태에서 나온 최소값입니다. =_= 근데 4110원에서 10원 올려서 4120원 하자는 뻘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최저임금 투쟁이 더 쎄져야 하는데 에구구...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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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디어 없음!(<-)

    2010.06.27 21:28 [ ADDR : EDIT/ DEL : REPLY ]

흘러들어온꿈2010. 3. 27. 01:26


작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에 중앙일보에서 1면에 낸,
철도 파업이 한 고등학생 분의 꿈을 짓밟았다는 투의 기사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레디앙에서 그 건에 대해서 다룬 기사가 나왔네요.








중앙일보 기사 조작의 전말

"'철도 파업으로 서울대 불합격' 기사, 사실과 전혀 다른 악의적 조작"



지난 해 12월 4일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파업으로 열차 멈춘 그날 어느 고교생 꿈도 멈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철도파업이 일류대를 진학하려는 어려운 환경의 젊은이의 꿈을 망쳤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각 보수 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누리꾼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이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된 기사임이 드러났다”며 관련 증거들을 제시했다.


언론중재위 "직접적인 연관관계 밝혀진 바 없다"

   
  ▲ 당시 <중앙일보> 기사.

언론중재위도 지난 3월 5일 이군의 지각과 철도 파업은 연관이 없다는 요지의 정정보도 할 것을 직권 조정했다. 언론중재위가 철도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언론중재위는 “해당 수험생이 서울대 면접에 늦어 서울대에 불합격한 것과 철도노조 파업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지 밝혀진 바 없다”는 보도를 중앙일보 2면에 게재할 것을 직권으로 조정했다.

또한 같은 내용을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 조인스 닷컴에도 하룻동안 게재하라고 조정했다. 언론중재위는 이어 만일 중앙일보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100만원을 철도노조에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일보 장정훈 기자는 "승차한 역과 시간에서 틀린 점은 있었다"면서도 "이 모군이 면접을 보지 못한 것은 구로역 사고이기 때문에 언론중재위의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쟁점 1. 이군은 몇시에 어디서 전철을 기다렸나?

중 앙일보는 12월 4일자에서 "이군은 27일 오전 7시 소사역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렸다"면서 "10분, 20분, 시간은 흘러가는데 열차가 오지 않았고 그때 '구로역 전동차 사고로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철도노조는 이 부분부터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구로역 사고가 난 시각은 오전 7시 44분으로 그 이전까지 철도는 정상운행됐기 때문에 7시부터 열차가 오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모군도 사건 이후 중앙일보에 메일을 보내 "소사역이 아닌 부천역에서 승차했으며 7시가 아닌 7시 20분부터 전철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이 부분에서 잘못이 있음을 시인했다.

쟁점 2. 이군은 어떤 열차를 탄 것인가?

중앙일보는 이후 언론중재위에 보낸 답변서에서 이군이 7시 32분 부천역에서 출발한 K38 열차를 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앙일보는 이 열차가 사고 없이 갔다면 8시 20분을 전후해 서울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중앙일보 답변의 요지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는 8시 15분 입실시간이 지나도 이 군이 도착하지 않자 이군에게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군도 구일역에서 서울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K38 열차는 8시 5분경에 구일역을 빠져나와 8시 8분경 구로역에 접근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따라서 이군이 탄 열차는 K38 열차 다음 열차인 K40 열차를 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옳다. K40 열차는 부천에서 7시 40분에 출발한 열차다.

쟁점 3. 이 모군은 서울역에 몇시까지 도착해야 했나?

중 앙일보는 “이날 이군은 오전 9시에 있을 면접시험을 보러 서울대에 가는 길이었다.(중략)서울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9시 20분이었기 때문에 (중략) 면접은 불허되었다.”고 전했다. 마치 서울대 면접장 도착시간이 9시인 것으로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과 달랐다.

서울대 2009년 수시면접 보조위원은 “애초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면접학생이 면접실에 입실해야 되는 시간이 8시 15분으로 공지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서울대 면접 시간은 9시이나 8시 15분까지는 서울대에 도착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쟁점 4. 부천역에서 서울대 면접장까지는 얼마나 걸리나?

부천역에서 신도림까지 18분, 신도림 환승 시간 10분, 신도림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14분, 다시 택시 등을 타기 위한 환승시간 8분, 서울대 입구역에서 서울대 도서관 건물 진입시간 등을 고려한 시간 15분(철도노조는 버스 이용 22분, 중앙일보는 택시 이용 10분 주장)을 합하면 65분이 걸린다.

더욱이 이 시간은 아침에 혼잡한 시간 등을 감안하지 않은 시간으로 실제 아침 출근시간은 이보다 5-~0분 정도 더 걸린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전언이다. 이를 감안해 볼 때 이 군이 부천역에서 7시 40분에 전철을 탔다면 당초 서울대 면접 입실 시간 8시 15분은 물론, 서울대가 제시하는 마지막 면접 가능 시간인 8시 45분까지 입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쟁점 5. 그 밖의 중앙일보의 말바꾸기 또는 모순

중앙일보는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린 버스 승강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이군은 서너 대의 버스를 놓친 뒤 가까스로 서울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군은 이후 구일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갔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취재가 전혀 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일보는 또 이 군이 9시 16분에 신도림역에 도착하고 9시 30분을 넘어서 서울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14분만에 신도림에서 서울대까지 전철을 이용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시간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면접은 불허됐다."고 보도했다. 마치 이군이 늦었지만 면접장에 도착했으나 서울대측에 의해 면접이 불허된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거짓이었다. 이 군은 "건물로 들어갈 생각도 포기하고 그 자리서 충격으로 잠시 정신이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감"이라고 밝혔다. 아예 면접장에는 들어가지도 않은 것이다.

철도노조는 "이 악의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는 곧바로 각 보수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라며 "철도파업뿐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분노했다. 철도노조는 또 "이군의 미래를 위해 그냥 넘어가자는 내부 의견도 상당수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놔둘 경우 이 조작기사를 계속 이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03월 26일 (금) 17:33:15 윤춘호 현장기자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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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간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을 달리는 이군!?

    2010.04.01 19:41 [ ADDR : EDIT/ DEL : REPLY ]
  2. 리잔느

    ㅋㅋㅋㅋㅋㅋ 아 이 기사.. 기억난다. 역시나........ ㅋㅋㅋㅋ

    2010.04.13 20:37 [ ADDR : EDIT/ DEL : REPLY ]

흘러들어온꿈2009. 6. 5. 14:25

노무현 '동지'를 꿈꾸며

 

 

김진숙 /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집회도 없고 수련회도 없는 휴일은 외려 잠이 일찍 깨요.
아무 일도 없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언제부터 저는 평화가 실감나지 않는 삶을 살게 된 걸까요.
아무 일도 없는 이상한 토요일.
아니나 다를까. 텔레비전 화면에 뉴스속보가 뜨는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 뇌출혈로 입원”
검찰조사가 시작되면 입원으로 시작해서 휠체어나 마스크가 구명보트처럼 등장하는 꼴을 늘 봐오긴 했습니다만
당신은 그런 쇼를 할 사람은 아닌지라 스트레스가 어지간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10여분 후 “노무현 전대통령 사망한 듯”이라는 자막이 뜨고 그제서야 뒹굴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나날이 일구 우일구하기 여념없는 시시껍절한 방송이 중단되고 속보가 이어지더군요.
경호원, 사저뒤편, 부엉이 바위, 세영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심폐소생술, 열상 따위의 일상과 밀접하지 않은
단어들이 바퀴벌레처럼 툭툭 튀어나와 소름을 돋게 했습니다.
정신적 공황상태까진 아니었지만 불면 탓으로 약간 멍한 채로 이틀을 보냈고 월요일 아침 부산역까지 가긴 했으나 조문은 못하고 역 광장을 몇 바퀴 빙빙 돌다 왔습니다.
선뜻 신발을 벗고 절을 하는 문상객들의 거리낌없는 몸놀림이 참 부럽다고 생각하며.
잠이 안오대요.
다음 날 다시 부산역엘 갔습니다.
역 광장을 또 빙빙 돌다가 그냥 돌아가면 다시 닥칠 불면의 밤이 성가셔
문상객들의 뒤에 얼른 붙어 섰습니다.
방명록에 몇 줄 쓰기도 했습니다. 잠을 자야하니까.
“오랜 세월 동지였고 짧은 시간 적이었습니다.
90년 변호사 접견 오셨을 때처럼
봉하마을 어딘가에 앉아 각자의 위치가 만들어 낸
그동안의 원망과 미움들을 두런두런 털어낼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곧..
고맙고 죄송합니다.“
 
90년. 제가 첫 징역을 살 때였습니다.
접견을 오셨었지요.
보통 변호사 접견은 재판 전날 와서(사실 재판 전날도 안 오는 변호사도 많습디다만)
재판절차를 일러주고 이빨도 맞추고 하는데 재판날짜와는 아무 상관없는 시기였던지라
많이 의아했던 만큼 20년 전인데도 이리 생생하네요.
접견실에 먼저 오셔서 기다리시더군요.
보통은 재소자들이 한 시간 이상씩 주리를 틀면서 기다리는데.
요샌 교도소 반찬이 뭐가 나오냔 얘기, 여사에선 뭐하고 노냐는 얘기, 변호사가 해주던 징역살이 얘기, 남사에선 뭐하고 논다는 얘기,
법무부 시계도 가니까 재밌는 놀이를 많이 개발해서 징역을 잘 깨라는 얘기.
변호사가 접견을 와선 재판이야긴 한마디도 없이 노닥거리기만 하다 그 더디기로 유명한 법무부시계가 세상에 한 시간이나 흘렀습니다.

 

“가야겠네” 일어서시길래 하도 황당해서 물었습니다.
“왜 오셨어요?”
“진숙씨 징역살이 힘들까봐 놀아 줄라고 왔지요”

 

그리고 당신은 정치권으로 갔고,
정치권으로 갔다는 건 권력을 탐하는 변절로 규정하는데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으니
변호사비용을 거침없이 떼먹고도 사기꾼의 돈을 떼먹은 것 마냥 일말의 부채의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복직하면 갚으마. 유전 발견하면 갚으마. 보물선 찾는대로 갚으마. 막연한 약속이 선임비였던 시절이었으니.
그게 인권변호사의 당연한 책무였으니.
이제와 생각해보니 상실감이었어요.

 

그 시절 당신은 우리들의 유일한 빽이었는데.
공돌이 공순이 편을 들어주는 가장 직책 높은 사람이었는데.
당신이 있어 우린 수갑을 차고도 당당할 수 있었는데.
그때 직감적으로 생각했어요.
이제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겠구나.
재판장 앞에서 수갑을 찬 채 잔뜩 주눅 든 우리를 향해, “피고인은 무죕니다.”
외쳐 줄 사람이 이젠 없겠구나.
이제 재판에서 지더라도 찾아가 울 데도 없겠구나.
노동자들이 그들의 부엉이바위인 크레인 위에 올라갈 때 따라 올라가지도 않겠구나.

 

그리고 당신을 잊었습니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없어서 혼자 진행했던 1심 재판에서 당연히 지고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왜 항소를 안했어요?” 라는 질문에 “항소가 뭔데요?” 라고 되묻던 저에게
“노동자가 항소를 알면 그건 노동자가 아니지.” 하던 말도 잊었고,
노동자도 이론이 있어야 세상을 바꾼다며 함께 했던 소모임도 잊었고,
군사정권 시절 해고된 노동자의 그 막막한 눈빛을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유일하게 내 얘기를 그대로 들어주던 무료법률 상담소도 잊었고,
어느 날은 밤에 오라 길래 밤에 찾아갔더니 그날이 전태일이라는 노동자의 기일이라고
변호사 사무실 구석에 조촐한 제상을 차려놓고 아무 말도 없이 유령들처럼 절을 하던
그 뭉클하던 밤도 잊었고,
함께 같은 거리를 달리던 6월 항쟁도 잊었고,
최루탄 가루가 싸락눈처럼 내린 범냇골 국민운동본부 옥상에서 막걸리를 나누던 걸판지던 뒤풀이도 잊었습니다.

 

그리고 침례병원이 초량에 있을 때였습니다.

 

노동조합 조합원 교육에 초청을 받았는데 앞 시간 강사가 당신이었더군요.
당신은 내려오고 나는 올라가던 계단에서 마주쳤습니다.
난 참 어색하기가 짝이 없습디다.
그냥 모른 척 할라고 했습니다만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지요?”
굳이 손까지 내미시더군요.
그때 대답을 했거나 웃기라도 좀 했으면 지금 잠을 이루기가 좀 쉬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 출마한 대선에서 전 4번을 찍었습니다.
단 한 번도 단 한순간도 고민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외포리를 한번도 벗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평생 1번을 벗어난 적이 없는
큰언니가 전화를 했더군요.
“이 노무헤니가 그 노무헤니지? 니 벤호사. 그 사람 찍었다. 너 인쟈 깜빵 안가지? 복직두 되갓지?” 얼른 대답할 말이 떠오르질 않더군요.

 

제가 왜 “내 변호사”를 놔두고 4번을 찍었는지 우리 큰언닌 죽을 때까지 이해 못할 거예요.
2번과 4번의 극심한 차이를 설명하는 일도 이리 막막한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그 미세한 차이를 설명하는 일은 저의 재주로는 난망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기뻐서 우는 사람도 있습디다만 이회차이가 당선된 거보다 노무혀이가 당선된 게 노동자들에게는 더 힘들 거라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고립은 깊어졌고 고착화되었습니다.
김영삼이가 당선되었을 때 운동권이 1/3이 떨어져 나갔고, DJ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이른바 재야가 사라졌고,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서는 그야말로 오롯이 노동자들만 남았습니다.
한 사업장에서 수천 명이 한꺼번에 해고될 때 그 무지막지한 자본을 향해 호통쳐주는 어른 하나 없습디다.
노동자들이 핏발 선 눈으로 거리로 나설 때 역성들어주기는커녕 죄 우리만 나무랍디다.
그거 아세요. 당신은 조중동이랑 열심히 싸우셨습니다만 우리에겐 조중동이랑 한편처럼 보인 거.

 

“야~ 기분좋다!” 시며 봉하로 가셨을 때 오리농법보다 더 중요한 일은 농민들의 삶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왜 목숨 걸고 한미 FTA를 반대했는지.
그리고 전용철, 홍덕표 그들의 죽음에 당신이 늦게나마 사과를 하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랬다면 제가 봉하마을을 갔을까요. 아마 갔겠지요.
그리고.. 김 주익 얘기도 했을까요. 아마 그 얘긴 못했을 거예요.
말로 꺼내긴 크나큰 상처였으니까.

 

죽음이 투쟁의 수단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 말씀.
유난히 노동자들에겐 가혹하셨습니다.
2003년도 한진중공업에서 저는 한꺼번에 두 명의 지기이자 동지를 잃었습니다.
김 주익은 600여명 조합원의 명퇴에 맞서 2년을 싸웠고 노사가 합의를 했고
그 합의를 회사가 번복을 했고 그래서 크레인에 올라갔고 그 크레인 위에 129일을 매달려 있다가
아시다시피 목을 맸습니다.

 

죽음이 투쟁의 수단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시대는 정말 지났을까요.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에게 종종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조각인 것을..

 

저는 당신을 부정한 게 아니라 당신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지배가 없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시대에 그 꿈은 가장 허황되고 지리멸렬해졌습니다.
때론 우리가 품은 꿈이 너무 초라했고 궁색했습니다.
당신의 시대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짤렸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구속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됐고
그리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귀족으로 격상됐고 그들은 언론과 자본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조차 적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이기주의를 꾸짖으십디다만 동료가 수백 명씩 짤리는 걸 목격한 노동자가 비정규직에게 내밀 손이 남아 있겠습니까.
저 살아남는데 써야지.

 

징역을 살 때 만난 사형수가 있었어요. 이 여잔 영치금이 한 푼도 없는 개털이었는데
새로 신입이 들어오면 아주 불쌍한 표정으로 샴푸나 속옷을 사달라는 거예요.
출소한 사람들이 쓰다만 물건들도 다 그 여자 차지였죠.
언제 죽을지 모를 사람이 사소한 물건에 집착하는 게 도덕의 눈으로 보자면 참 추접스럽습디다.
그 여자 집행되고 보니 샴푸나 속옷 나부랭이가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옵디다.
백분의 일도 못쓰고 죽었죠. 생에 대한 나름의 집착이었던 거죠.
샴푸 생길 때마다 빌었겠죠. 이거 다 쓰고 죽자.
정규직 노동자들은 삶의 벼랑에서 그런 심정으로 잔업하고 철야를 합니다.
얼마가 남았을지 모를 정규직의 삶을 그딴 식으로 저축하면서.
그 무렵쯤이었을 거예요.
변호사비용을 이제 그만 갚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당신의 시혜나 은전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건.
적이 될 거라면 호적수이고 싶었습니다.
실력도 한참 모자라고 열정도 전만 못하고 진정성마저 잃어 그리 되진 못했습니다.
그게 참 부끄러워요.
똑똑한 사람들은 다 떠나 우리를 속속들이 아는 가장 무서운 적이 되었고 남은 자들은 동네북이 되어
초딩들마저 두들겨대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크레인엘 올라가고 굴뚝엘 기어 올라가도 언놈 하나 눈길주는 놈이 없어졌습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고등학교 밖에 못나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입 달린 사람은 죄다 침이 마릅디다만
고등학교도 못나온 저 같은 노동자들은 당신의 시대에 대부분 절감해야 할 원가가 되어
구조조정 당했고 효율화를 위해 비정규직이 됐습니다.
차라리 군사독재 시절엔 대드는 노동자만 짤렸으나 당신의 시대엔 남녀노소가 짤렸습니다.
서민의 벗이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나 부자와 빈자의 간극은 훨씬 더 까마득해졌습니다.
당신이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24년의 세월 동안 전 아직 복직도 못한 해고노동자로 찌질한 50대가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짧은 시간 동지였고 오랜 세월 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뜨겁고 바른.
만고 씰데없는 소립디다만 그래서 대통령 같은 거 하지 말았으면 참 좋았겠단 생각
지금도 해요.

 

불안하고 불길한 기운으로 떠돌던 예감이 당신의 죽음으로 확연해집니다.
한 시대가 갔다는..

 

이제 상고출신이 변호사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양양한 가도가 보이고 그 길을 편하게 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의 있습니다!”
외칠 때, 그 외침에 뒤돌아보는 사람도 이제 더는 없을지도 몰라요.

 

만 명이 울어주면 천국에 간다했던가요.
천국에 가셨을 거라 믿어요. 진심으로.
김주익 곽재규 배달호 김동윤 최복남 이용석 이해남 이현중 정해진 하중근 박수일 허세욱..
당신의 시대에, 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서러움으로 억울함으로 목 놓아 울었던
죽음들입니다.

 

당신처럼 벼랑 끝에 내몰렸던..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죽음을 당신이 이해해주길 바란 적이 있었어요.
하도 야속해서. 노동자의 삶을 안다는 사람이 어찌 저럴 수가 있나 너무 미워서.
아무리 야속하고 미워도 그런 바람은 품지 말걸 그랬다 싶어요.
애증도 부질없어 졌습니다.

 

언젠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말들이, 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말들이 기형도의 시처럼
떠돌다 때때로 부딪히겠지요.
이제 변호사비용은 영원히 안 갚아도 되게 생겼습니다.
 
다음 생에 오실 땐, 너무 똑똑하게 오지 마시구려.
사법시험 같은 것도 합격하지 마시구요. 그냥 태생대로 기름밥 먹는 노동자로 만났으면 해요.
저는 당신에게 변절이라 손가락질 할 일 없이, 당신은 절더러 경직되었다거니 세상을
모른다거니 한심해 할 일 없이. 떠날 일도 보낼 일도 없이 그냥 내내 동지로.
그래서 언젠가 하셨던 말씀대로 자본가가 지는 해라면 노동자는 뜨는 해다.
그 멋진 말씀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순수한 열정, 남다른 정의감 그대로 만날 수 있길.
다시는 미워할 일도 상처 받을 일도 이렇게 미어질 일도 없이..

 

 

[출처] http://bsnodong.tistory.com/30






추신 : 이제보니까 프레시안에도 이 글이 올라갔네요.

덧글들은 좀 압박스러운 게 많습니다.

제가 살지 않은 시대를 살아온 김진숙 씨의 글이 여러 모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제가 산 시대(2000년대 이후, 특히 운동을 시작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졌던 2004년 이후)에서 노무현 씨는 '변절'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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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꿈2009. 4. 8. 12:09



"노동운동이나 빈민운동은 '정치경제 계급'의 운동이다. 젠더 운동이나 청소년, 장애인 운동은 그 성질이 다르다. 애초부터 minority라고나 할까."




오승희 편집을 열심히 하다가, 하기 지겨워져서 길지 않게 쓴다.


노동운동을 '계급운동'(또는 '변혁운동')으로 규정하면서 여타의 운동과 다른 성격을 지닌 운동으로 생각하는 것을 나는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반대는, 단지 운동과 운동 사이의 위계 관계와 그로 인해 생기는 폐해들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이 사회 근본 구조를 건드리는 변혁운동이라고 생각되어야 할 하등의 특별한 이유가 없다.
만약 누군가가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한다면 진지하게 수용하려고 해보겠다.
(노동운동이 계급운동으로서 변혁운동의 성격을 띄고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라는 당위 주장은 기각이다. 당위는 현실이 아닌 목표일 뿐이다. 노동운동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난 후, 또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다시 생각해보겠다.)


1. 먹고 사는 문제가 인간의 가장 근본적 문제이며 따라서 경제적 문제가 가장 근본이므로 노동운동이 사회변혁의 기본적 핵심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 계급은 자본가-노동자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여성의 계급성, 아동의 계급성, 장애인의 계급성 등에 대해 이미 이런저런 이야기가 된 상태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그렇게 단순히 자본가-노동자의 관계로 구성되지 않는다. 노동자들 또한 그렇게 단순히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이 사회에서 경제적 문제가 노동자이거나 빈민이라는 이유 등으로 크게 결정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노동자나 빈민의 지위 자체가 여성이거나 아동이거나 장애인이라는 것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아 결정되며, 어떤 노동자이고 어떤 빈민인지도 그런 것들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의 성격과 가치 또한 그런 것들에 의해 결정되고, '노동'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가정에서의 재생산이건 교육이건)은 '노동'을 사회변혁의 핵심으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노동운동이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을 모두 포괄하게 되면 그때는 진정으로 그것이 '변혁운동'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되면 이건 더 이상 노동운동이 아니다.
따라서 '경제적 문제'는 곧 '노동 문제'라는 관점이야말로 '먹고 사는 문제', '경제적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다.


2. 노동운동은 사회구조를 직접 타격하고 다른 운동들은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 예컨대 여성운동에서 여성들의 가사노동이나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지위 문제에 맞서 싸우는 건 경제적이며 사회구조를 직접 공격하는 투쟁이다. 여성들이 조직화되어서 비임금가사노동에 대해 파업을 선언해도 마찬가지고, 청소년들이 교육을 거부하거나 집단적 가출 투쟁을 조직해도 사회구조를 직접 타격하는 투쟁이다. 무엇은 사회구조이고 무엇은 '문화/인식'이라는 구별 자체에서 뚜렷한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 사업장에서 파업하면 경제투쟁이고, 학교에서 파업하면 문화투쟁인가? 두발자유나 입시폐지 캠페인은 문화투쟁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알리는 캠페인은 경제투쟁인가?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사회 가치생산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으며 따라서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사회를 정지시키는 실질적 힘이 된다고들 떠드는데, 사실 그런 식이라면 사회를 정지시키는 건 간단하다. 여성들이 모든 가사노동에서 총파업을 선언해도 사회는 곧 정지할 거다. 청소년들이 모든 교육에서 거부를 선언하고 실천해도 사회는 곧 정지할 거다. 장애인의 경우는 애초부터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으니까 '거부'가 좀 애매하긴 한데, 만약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이 노동할 것과 교육 받을 것을 선언하고 전국적인 점거에 나서도 사회구조는 바뀔 거다.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가치생산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정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수가 많아서 그렇단 거 아님? -_- 왜냐하면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노동'들은 노동자들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3.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같은 이론의 문제에 대해서
- 이건 뭐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없다. 마르크스가 변증법적 유물사관을 설파하고 계급의 철폐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향하는 노동운동을 주창했다고 해서, 그 이론을 바탕에 둔 노동운동은 보편적 운동이라는 뭐 이런 건데, 그렇게 따지면 페미니즘도 충분히 그런 인류 보편의 이상을 밑그림으로 둔 이론이고, 장애인운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운동의 경우 아직 이정도로 체계화된 이론은 없지만.


4. 현실적인 동력의 문제에 대해서
- 이건 어느 정도 수긍은 할 수 있지만 경험적인 문제라서 논리적으로 딱히 뭐라 말하긴 어렵다. 그러니까, 노동운동은 현실적으로 수만 수십만의 조직화된 노동조합원-노동자들을 동원할 수 있기에 다른 운동보다 더 사회를 뒤엎을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나 여러 자본주의 국가들의 노동조합들을 보면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긴 한데 말이지.
여하간에 역사적으로 볼 때 노동자-농민들을 동력으로 삼아서 사회 혁명이 발발해온 여러 사례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농민이 아니라 학생-교사들이 주축이 된 혁명 같은 것도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다. 유사한 선례도 없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가 '혁명'이고 어디까지는 '혁명이 아닌 변화'인지에 대한 민감한 구별이...)
여하간 이건 역사적인 경험을 가지고 하는 주장인 건데, 정작 20세기 이후 주요 경제대국으로 자리잡은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거대 노동자 조직에 의한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경험을 주장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사실 이 논리는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가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거라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혹시 모르지. 노동자들이 아니라 다른 걸 기반에 둔 조직이 더 큰 힘을 가진 혁명 세력으로 등장할지. 이건 결국 숫자와 급진성의 가능성 문제인데, '급진성'으로 따지면 현재 노동자들은 그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여하간에 노동운동이 근본 변혁 운동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뭔가를 가지고 오면 기꺼이 논의해보겠지만,
그런 뭔가가 저 위에 제시한 이야기들에서 벗어나지 않는 거라면, 나는 노동운동이 변혁운동이고 근본운동이며 정치경제계급운동으로서 핵심에 있다는 주장에 가차없이 실질적 근거 없는 허위라는 딱지를 붙여줄 것이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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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색 글은 누가 쓴거야?

    2009.04.08 23:01 [ ADDR : EDIT/ DEL : REPLY ]
  2. 호적돌

    1. 노둥운동이 정치경제 계급적인 성격인 것 맞다.
    뭐랄까. 정치, 계급에 대한 개념으로 들어가면 골치아파지니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운동형태, 내용"으로 정의하면 되지 않을까나. 난 정치경제적 계급이 근본모순이라는 것과 정치경제적 계급 성격을 성격을 띄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함.

    2. 운동의 '부문, 영역'에 관한 정의
    엄청나게 애매한데, 청소년, 장애인이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아가서 노동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차별과 억압들을 공격하는 것도 '노동운동'이라는 영역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지. 너의 이야기대로 노동의 광의적 범위를 따라 노동운동의 의제들이 넓어진다면 애매하단 말야... 다만 그것을 '노동운동'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는 건 단언할 수는 없을 문제인 것 같고.

    3.나의 전제
    이러한 고민지점에서 내가 소수자운동과 노동운동을 나누는 기준은 간단하게 '숫자.'
    최근에 '대중성'이라는 것에 대해 사유하면서 느끼는 건 노동운동과 소수자운동이 현재-현실적으로 그 성질이 다르다는 것. 사실 여성운동의 관점에서 보자면 남성 및 소수자들을 다 포함할 수도 있고 그건 청소년, 장애인 운동 등도 마찬가지.. 그러나 현실적으로 펼쳐지는 운동에서, 한국 전체 인간들에 대비하여 '대중성'을 지니는 건 노동운동밖에 없지. 뭐 이것도 "민주노총 80만 밖에 안된다."고 논박당할 수 있지만, 현재적 가치의 보편성(혹은 대중성)과 현실적 역량범위는 다르게 사고해야할 듯.
    (현재적 가치의 대중성과 현실 역량범위 둘을 기준으로 가지고 소수자운동/노동운동을 나눈거임.)

    물론 깊이 들어가면 어떤 운동이든 그 본질적 철학은 인류공통의 것이겠지만- 요건 또 다른 논의.

    4. 정리
    난 노동운동과 여타 소수자운동이 현실적 위치상으로건, 그 현실적 내용으로건 다르다고 생각함. 다만 다시 이야기하지만 노동운동이 '근본모순'이고 가장 근본적 변혁을 추구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은 아님.

    2009.04.09 06:30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글은 엄밀히 말하면 니 글에서 '촉발'된 거긴 해도 정확히 네 글에 대한 이야긴 아니니까.

      하지만 글쎄- 그렇게 따지면 여성운동도, 청소년운동도, 장애인운동도 '정치경제 계급적 성격의 운동' 아니려나 싶은 거지.

      그리고 숫자라 -ㅂ- 아니 나는 실제 역량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가능성으로 본다면... 한국 상황에서는 자영업자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실 노동조합 방식으로 조직 가능한 대중의 수가 그렇게 높을까? 여성운동에서 '여성'의 수와, 청소년운동에서 '청소년'의 수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그리고 조직가능성으로만 본다면 여성운동은 남성 일부까지 포함하심 ㅋㅋ
      현실적인 조직화된 역량이 100% 현 시점과 사회 상황에서 조직 가능한 수를 반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추측할 근거는 된다고 생각되는데.

      2009.04.09 10:29 신고 [ ADDR : EDIT/ DEL ]
  3. 호적돌

    솔직히 말하면 정치경제 계급의 성격이라는 거ㅡ 굉장히 애매하다고 생각함(위에서도 밝혔지만). 다만 현재 드러나는 양상이 정치경제적 문제에 대한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그렇다는 거고.
    그러고보면 너의 글을 촉발한 문장에서 노동운동가 기타의 소수자운동을 나누는 분류가 '정치경제계급'은 확실히 아닌 것 같구먼..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민주노총이 실업자 및 자영업자까지 끌어안고 가야한다는 입장이라 후훗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이해가 안돼오~_~

    2009.04.12 01:19 [ ADDR : EDIT/ DEL : REPLY ]
    • 마지막 문장에 대한 설명은..
      어떤 운동의 조직(동원?참여?) 가능성, 이라는 게
      그 운동 자체의 어떤 속성에 있다...고 생각되지가 않는다는 거지.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파악해야 한달까나.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이만큼...인 건데, 물론 상황의 변화(사회 인식과 운동 전략과 조직의 변화를 포함해서)에 따라 조직 가능한 규모도 달라질 테니, 현실에서 조직화된 역량이 앞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건 현재의 조직 역량과 운동 규모가, 그 운동이 이 사회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먹히고 있는가를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가 아닐까 싶은?

      2009.04.13 12:05 신고 [ ADDR : EDIT/ DEL ]

걸어가는꿈2008. 9. 21. 03:14




제3회 대학생비정규포럼을 시작합니다!

〔공개강연〕비정규노동과 한국사회
- 강사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 9월 23일(화)/ 7시/민주노총교육원

〔공개강연〕비정규노동자와 노동운동
-강사 :조돈문(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톨릭대사회학교수)
-9월 25일(목)/7시/민주노총교육원

〔공개강연〕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 강사: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9월29일(월)/7시/민주노총교육원

〔간담회〕대학생,비정규 노동자를 만나다.
- 10월 1일(수)/7시/민주노총교육원

비정규노동과 노동법 Ⅰ, Ⅱ, Ⅲ
- 강사 : 이수정, 최지복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 시간,장소 미정(재공지)

〔직접행동프로젝트〕
-대학생학내비정규직을 만나다-학내비정규직실태조사
-비정규직을 몸으로 말하자-플래시몹
-노래와 율동으로 비정규직을 이야기하자
-노동,아는만큼 즐겁다-아르바이트 노동인권 실태조사

-각각의 프로젝트 구체적 내용은 홍보물 게시판에 올려진
소책자를 참고하세요.
-이외에 여러분들이 희망하는 직접행동 프로젝트의
주제를 받고 있습니다.
참가신청서의 ''''''''''''''''희망프로젝트''''''''''''''''란에 적여주세요^_^

※참가신청: 참가신청 게시판에 올려진 양식을 다운받 아 작성후, 참가신청게시판에 올려주시거나
futureaction@jinbo.net으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12-1632~3
010-7502-5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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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아르바이트랍니다 라랄

비정규직 관련 운동을 비정규직(아르바이트)로 한다는 게 참 -ㅂ- ㅋㅋㅋ;;;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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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들어온꿈2008. 8. 14. 04:55
계약직-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

                                                 김명환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
나는 껌을 씹지 않는다.
컵라면도 통조림도 먹지 않는다
봉지 커피도 티백 보리차도
드링크도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물티슈도 내프킨도 종이컵도
나무젓가락도 볼펜도 쓰지 않는다

눈이 하얗게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
아스테이지에 돌돌말려
빨간 리본을 단
장미 한 송이 받아들고

나는 울었다
내가 불쌍해서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제복을 입고 스카프를 두르면
어느 삐에로의 천진난만한 웃음보다
따뜻하고 화사하게 웃어야 했지만
웃으면 웃을수록
자꾸자꾸 눈물이 났다

사는 것이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구차하고 비굴하고
가슴이 미어질 줄은 몰랐다

KTX 여승무원이 되고나서야 나는
이 세상이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의
눈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흐르고 넘쳐
자꾸자꾸 밀려오는
파도란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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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휴식
                           김명환

나는 오이에게 미안하다
나이 스물이 되면서
이 땅의 시인이려면
민주화운동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나는 고추에게 미안하다
나이 서른이 되면서
이 나라의 시인이려면
노동운동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나는 호박에게 미안하다
자식노릇 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아버지는 늦도록 고생만하시다 돌아가셨다
나는 콩에게 미안하다
어머니는 집도절도 없이
몇 년을 떠돌아 다니셔야했다
나는 토마토에게 미안하다
아내는 첫아이를 낳고도
남편 얼굴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는 딸기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늦게 본 아들 녀석이
쑥쑥 자라는 걸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내 철들 무렵 바라본 세상은 암흑이었다
지금은 새벽동이 터오고 있다
나는 가지에게 미안하다
조합 활동을 하다 시골 역으로 쫓겨나고
오랜만에 휴식을 갖는다
길에서 벽돌을 주워오고
산에서 흙을 퍼 나르고
베란다에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오이 고추 호박 콩 토마토 딸기
가지 부추 파 생강 수박 참외 상추
채송화 맨드라미 사르비아 양분꽃
봉숭아 해바라기 이름 모를 들꽃들
내 불쌍한 화초들이 지르는 비명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가 잔인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휴식은 어색하다
나이 마흔을 바라보며
나는 어색한 휴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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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난 <비정규직의 애환·농촌현실 고발…노동문학, 다시 숨을 쉬다>(07.08.23.)라는 기사를 보고서 김명환 씨의 시에 흥미가 생겨서 찾아봤던 시들인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홍보물을 하나 만들다가 생각이 나서 다시.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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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2008.08.19 17:5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