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2. 3. 6. 16:30




투명가방끈 콘서트 참가제안서


3월 18일 6시 홍대 클럽 FF

http://cafe.daum.net/wrongedu1



수신 : 경쟁에 쳇바퀴 위에서 죽을때까지 달려야 하는 당신께
발신 : 투명가방끈 콘서트 팀


안녕하세요. 저희는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입니다. 투명가방끈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저희는 대학입시거부/ 대학거부자 그리고 그 움직임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모임입니다.

제안서를 쓰면서 ‘거부’라는 표현이 무겁게 다가가면 어쩔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이 상징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는 것과 제도권을 벗어나는 것의 급진성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차별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대학을 거부 하려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부조리와 잘못 된 편견을 ‘거부’하고 나아가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중 고등학교는 대학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부터 사회가 원하는 상품이 되어갑니다. 대학은 대기업 혹은 안정된 고수익직종이 되어 사회의 주류계층에 편입하기 위한 취업양성소가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끝없는 줄 세우기로 인해 자신의 존엄성을 잃어버립니다. 조기 교육된 경쟁은 심장 속에 깊숙이 박혀 공부보다는 오히려 성적에 따른 우월감 혹은 자기비하를 가르칩니다. 배움의 과정 자체도 폭력적입니다. 토론을 통해 서로의 다양한 주장과 가치관을,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닌 하나의 정해진 답을 외우고 시험지에다 옮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과정자체도 권위주의 적입니다.

매년 수백 명에 이르는 고교생들이 자살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긍정의 힘’과 1%만이 가질 수 있는 ‘성공신화’ 가 아니라 진정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배우도록 선택할 수 있는 환경 그러면서도 경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사회의 안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안티수능페스티벌', '입시폐지대학평준화페스티벌' 등의 문화제가 열려왔고 많은 뮤지션들이 함께 해왔습니다. 이 같은 문화제들 처럼 대중 들에게 좀 더 편하게 다가가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투명가방끈 멤버 중에 음악을 하고 있는/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어느새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육과 경쟁의 모순들을 다시 한 번 문제제기하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경쟁을 벗어난 삶, 꼭 승자가 아니더라도 매순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안합니다.당신이 콘서트에 함께 해주실 것을!

고통 받고 있는 청소년/청년들에게 위로를 넘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에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학업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인한 고교생들의 자살. 등록금을 내지 못해 목숨을 끊은, 취직을 하지 못해 세상을 등진 우리의 청춘을 위해서.

잘못된 교육과 환경이 그들의 삶과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검은 싸인 펜은 끝없이 OMR CARD 위에 자살자 숫자를 마킹할 것입니다.

함께 만듭시다. 가방끈의 길이를 잴 필요 없는 투명가방끈의 세상을 !



* 콘서트 후원계좌 : 제일은행 577-20-127407 김동혁 (투명가방끈 콘서트)




Posted by 공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걸어가는꿈2011. 11. 10. 17:20



대학입시거부선언

우리는 대학입시를 거부한다. 오늘 우리와 같은 청소년들 수십 만 명이 대학수학능력평가, 수능시험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그 시험은 대학에서 배울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시험이 아니라 수십만명을 점수로 등급으로 줄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걸. 대학입시경쟁은 남의 꿈을 밟고 올라가는 전쟁이라는 걸. 우리의 삶에 가격을 매기는 상품화의 과정이라는 걸. 이 경쟁에 미친 입시위주 교육과 불안정한 모두의 삶을 무시한 채 폭주하는 사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우리는 대학입시라는 단단한 제도에 시비를 건다. 조용히 경쟁에서 지쳐 떨어지는 대신, 경쟁에 뛰어들어 남을 짓밟고 뜀박질 하는 대신, 사회가 붙여준 루저라는 딱지를 버리고 스스로 거부자의 길을 택한다.

우리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낼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부추기는 사회에게 묻는다. 어째서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배움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공부만을 해야 하고 주어지는 정답만을 외워야 하는지. 서로를 도우며 즐겁게 공부하고 성장하지 못하고, 무한경쟁을 견뎌내야만 하는지. 대학은 왜 선택이 아닌 의무처럼 강요되고, 다양한 삶의 길이 아닌 "명문대"에 가는 것만이 성공이라 하는지. 왜 대학만이 독점적으로 ‘학력’, ‘자격’, ‘지식’을 판매하고, 대학 밖에서는 다른 배움의 길을 찾기 어려운지. 정부와 사회는 왜 교육을 책임지지 않고 우리 개개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떠넘기는지. 점점 가혹하게 자신을 채찍질해도 우리의 삶의 조건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늘의 불행을 저축해도 내일의 행복이 오진 않을 것 같고, 불안과 경쟁만이 이어진다. 도대체 누가 우리에게 이런 불안하고 불행한 삶을 강요하는가.

우리는 대학입시를 거부한다. 우리의 거부는 그저 대학을 안 가겠다는 선택이 아니다. 지금의 입시가, 대학이, 교육이, 그리고 사회가 잘못되었음을, 온몸으로 외치는 것이다. 일단 그래도 대학은 가고 보라는 유예의 주문에 맞서, 지금 여기서 바꾸자고 말하는 것이다. 더 이상 교육에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혀만 차지 말고, 지금부터 같이 바꿔나가야 한다고 손을 내미는 몸짓이다. 우리는 낙오자라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거부가 낙오가 아니라 온전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기에, 우리는 거부라는 길을 택한다. 잘못된 쪽은 우리가 아니다. 획일적인 경쟁에서 밀려난 누군가는 불행해져야만 하고, 그래서 모두가 불안과 불행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이 사회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배우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제는 이 교육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이 우리의 보편적 권리로서 존재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누릴 수 있기를 원한다. 대학 밖에서도 다양한 배움의 길, 삶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원한다. 무한경쟁교육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교육을 원한다. 학력이 학벌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으며 학교가 서열화되지 않은 사회, 우리를 상품이 아닌 인간으로, 우리의 모습 그대로 보는 사회를 원한다. 불안과 두려움에 쫓겨 달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 사회가 모든 이들의 최소한의 생존, 사람다운 삶,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를 요구한다.

우리에게 수능만을, 순응만을 요구하는 교육, 남을 밟는 것 외에 살 길은 없다고 말하는 이 사회. 이것들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우리의 오늘이 너무 아깝기에. 학력과 학벌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에 갇혀있기에는 우리들의 배움이 너무 소중하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선언한다. 여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이들이 있노라고. 자유로운 배움을 위해, 존엄하고 안정된 인간적인 삶을 위해, 유예되지 않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 행동하겠다. 살아가겠다.


2011년 11월 10일
대학입시거부선언자들


고예솔 김민성 김재홍 김해솔 문동혁 민다영 박제헌
양현아 이찬우 이현지 임준혁 장주성 전경현 정열음
조만성 최경수 최난희 한소영 (18명)



---------------------------------------------------------------------------------------


수능일에 수능거부선언,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본 게 벌써... 직접 본 것만 3번.

올해는 이례적으로 18명의 참가자

100명을 목표로 했지만 18명에 그쳤다.

꼭 거부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아니 거부자 말고 다른 분들 많이 많이 오시라고 마련한 자리이니

거리행동 많이 오시랍!

경쟁과 학벌만을 강요하는 교육과 사회를 바꾸는

11월 12일 거리행동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 언제?

11월 12일 토요일, 오후 3시 (사전행사는 오후 1시부터)

★ 어디서?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 센터 앞 (1,2호선 시청역 4번출구, 5호선 광화문역 5번출구)

★ 누구와?

19살 대학입시 거부자, 20대 대학거부자, 그리고 대학입시거부 운동과 대학거부자들을 지지하는 여러분과 함께!

 

 

11월 12일 거리행동 소개

 

더 좋은 성적,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만을 향해 달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학교와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불행하고 불안합니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교육은 이미 대학에 가기 위한, 학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고 그 안에서 진정한 교육의 의미는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경쟁만을 강요하는 지금의 이 교육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진정한 교육을 찾기 힘든 지금의 입시를 철폐하고 대학을 평준화하기 위해 당당하게 대학을 거부하는 대학거부자들의 목소리와 이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이 사회에 전달하고자 이번 거리행동을 준비합니다.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홈페이지 cafe.daum.net/wrongedu1

트위터 @wrongedu

후원계좌 우체국 014019-02-153534(김해솔)

 

 

공동주최_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교육혁명 공동행동 (관 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교육노동운동의전망을찾는사람들, 경기교육운동연대꼼, 노동해방실천연대, 노동전선,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다함께,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서울대법인화반대공대위,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본, 전국공무원노조, 전국교수노조, 진보교육연구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벌없는사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학술단체협의회)

 
Posted by 공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화이팅!화이팅!화이팅!
    맞습니다.
    경쟁과 학벌이 사람 죽입니다.
    이건 모순입니다.

    거리행동하시는 분들은 모두 선구자이십니다.
    선구자님들 사랑해요!

    2011.11.10 23: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걸어가는꿈2011. 10. 27. 07:45

[나의 대학거부] 4년의 공장 제련기간을 거부한다

레쓰



나는 전문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아니 이제는 학교를 잘린 전문계고 고등학교 학생이다. (졸업을 불과 몇 개월 남겨두고 무단결석이라는 엄청난 행위를 감행하고 있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계속 여러 인권운동, 사회운동에 참여해왔고,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을 만났다. 하지만 입시교육이나 대학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도, 대학에는 일단 갈 생각을 한다. 나도 기존의 권위주의, 군사문화, 이성애중심주의, 마초 쩌는 이 ‘학교’라는 시스템을 잘 버텼고 수없이 많은 체벌과 욕설 속에서 큰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나름 길들여졌기 때문이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고3인 내 주변에 넘실거리는 입시의 물결 속에 조용히 휩쓸려 수능을 보고, 대학교에 들어갈 줄 알았다.

청소년운동을 열심히 해온 청소년 중에는 대학에 자기가 활동해온 경력들을 제출해서 수시나 특별 전형,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도 있다. NGO(엔지오, 비정부기구) 활동 전형이 있는 성공회대학교 같은 곳에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학에 활동한 경력을 낸다고 다 붙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대학에 간 경우가 없진 않다. 어떤 사람은 그런 모습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아 “활동 팔아 대학 간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청소년 활동가들의 현실을 자조하는 의미에서, 때로는 그렇게 대학에 간 본인이 말하기도 한다. 나도 그냥 조용히 활동한 경력을 팔아 대학에 가려고 했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던 곳은 역시 성공회대학교였다.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라는 성공회대학교. 단지 그 학교에 NGO 활동 전형이 있고 몇 명의 청소년 활동가들이 그 대학에 청소년운동 경력을 통해 입학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성공회대가 표방하는 이념을 동경했기 때문에 “나는 저 대학에 들어가리라, 반드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도 하나의 수험생으로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위 사진:5차 희망버스에서 대학입시거부를 외치다


반값등록금 집회와 대학의 현실

당연히 대학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대학 진학에 대한 회의를 부채질한 것은 바로 등록금 집회였다.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 이렇게 외치는 대학생들의 현재 모습보다도, 대학을 졸업한 그 후, ‘대졸’의 생활이 눈에 더 들어왔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풍족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직업의 질과 소득, 임금은 양극화되고 있었고, 취업 경쟁에 매달리고, 취업을 하더라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수백만 원 수천만 원씩 등록금을 내느라 받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 7, 8년의 세월을 보내는 선배들을 보았다.

그렇게,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여하면서 그리고 대학생들의 현실을 보고 들으면서 과연 한국에서 대학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 우리는 굳이 빚을 내가면서까지 대학을 다니는 것일까. 왜, 대학 교육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대체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리도 목숨 걸고 대학을 가려 하고 있을까.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토록 동경했던, 내가 가고 싶어 했던 성공회대 또한 내가 대학입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줬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교수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바로 그 대학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사건들이 일어났고,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던 학생들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 사건도 일어났다. “인권과 평화의 대학”은 학교 운영 전반에서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고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학교의 특색을 만들고 학교를 꾸미는 상품 포장일 뿐인 것일까? 과연 성공회대에 진학하면 나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성공회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엄청난 동경이 무너지면서, 또 다시 내가 과연 대학을 가야 하는가, 가고 싶은가 되새겨보게 되었다.

대학이라는 공장에서 제련되는 상품이길 거부한다

대학이 여러 잘못을 저지르고, 학생들을 탄압하고, 기업화되는 것은 성공회대만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념이 사라진 대학교, 언론의 자유가 사라진 대학교, 학문의 자유가 사라진 대학교.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교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기대했던 그런 의미들마저 잃어버린 그런 대학에 가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문 끝에 얻은 답은 간단했다. 그런 대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취업을 위한 1등급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위 사진:레쓰.
나 는 그런 ‘나의 상품화’에 반대한다. 김예슬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고 대자보에 썼듯이, 상품의 길이 아닌 인간의 길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년간 대학교라는 이름의 공장에서 또 다시 제련되는 것에 불과한 이 현실, 더 좋은 스펙 상품이 되기 위해 등록금과 시간을 갖다 바쳐야 하는 현실에 반대하기 때문에 나는 대학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

대학생들의 현실 뿐 아니라, 우리들, 청소년들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보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계속 상품화 되는 과정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교육이 점수 매겨지고 등수 매겨지는 무한경쟁의 과정이지는 않은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초중고를 경쟁 속에 보내는데, 그렇게 가게 된 대학마저도 경쟁 속에 상품화되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이 무한경쟁 사회에서 대학입시거부는 미친 짓일지도 모른다. 대학진학률 세계 최고, 80%가 대학을 나오는 이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가지 않고 살겠다는 선언이니 말이다. 운동사회 내부에서조차 학벌을 따지는 이 현실. 그렇지만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 나와 같이 이 운동을 하는 다른 누구는 서울대를 자퇴하고, 누구는 수능을 거부한다.

대학입시거부가 정말 미친 짓일까? 사람들은 기억이나 하고들 있을까 모르겠다. 올해, 한 고등학생이 성적을 이유로 분신자살을 기도했던 사건을. 몇 년 전 초등학생이 도복 끈으로 목을 매 자살했던 사건을. 그런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말 미친 것은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이 미친 경쟁교육을 견뎌내고 대학에 가도 우리는 구원받지 못한다. 다시 미친 경쟁사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 정말 미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청소년 수십 명 수백 명이 입시경쟁으로 목숨을 끊고 꿈을 잃어도 기사거리조차 되기 힘든 이 나라에서 정말 미친 것이 뭔지, 사람들이 우리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듣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레쓰 님은 19살, 중졸과 고졸에서 간당간당하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진보신당 청소년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정 삭제
인권오름 제 272 호 [기사입력] 2011년 10월 26일 11:58:36
Posted by 공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광흠

    e 노트에 소개했습니다^^

    2011.10.28 14:08 [ ADDR : EDIT/ DEL : REPLY ]

걸어가는꿈2011. 10. 20. 01:33

[나의 대학거부] 고졸 스무 살, 저는 안녕합니다

호야



[편집인 주] 2012학년도 수능과 입시철을 앞두고 대학입시를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학력을 비유하는 ‘가방끈’을 비꼬아 ‘투명가방끈’이라는 이름을 지은 19살 청소년들이 준비하는 <대학입시거부선언>은 입시경쟁, 학벌사회, 불안정노동, 양극화 등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불복종 운동이다. 진작 대학을 안 갔거나 자퇴한 사람들도 함께 <대학거부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인권오름>은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고졸 스무 살로 살아가고 있다. 나도 한때는 대학에 안 가는 인생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대학에 안 가고도 사지 멀쩡, 정신 멀쩡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대학에 안 가면 삶이 끝날 것만 같은 이 땅에서 고졸자로서 목소리를 내고자 글을 써본다.

고졸 인생의 서막

나는 사실 대학 거부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을 모아놓고 전교생을 기숙사에 수용하여 공부하는 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 학교 학생들은 모두 대학을 목적으로 그 학교에 진학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대학에 대한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았다. 나의 제도교육에 대한 반감은 고등학교 3년간 서서히 발전을 거듭했지만 난 차마 대학을 안 간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고3 봄, 아직은 조금 쌀쌀했던 3월의 어느 날, 고려대 김예슬 씨가 대학을 자퇴했다. 나는 당시 경향신문을 보고 있었던 터라 그날 아침 1면에서 그녀의 소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그때 내 반응은 ‘드디어 대학생의 입으로 신자유주의가 삐걱대는 소리를 듣는구나!’ 뭐 이런 거였다. 하지만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내가 가진 것을 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미치자 어려워졌다. 고3이라는 멍에가 나를 죄여왔고, 더 이상 깊은 고찰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다만 ‘나도 대학이 별로 맘에 안 들면 박차고 나와야지.’라고 생각한 채 다시 입시공부에 몰두했다.

나는 그때까지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제도교육의 목에 비수를 꽂자.’ 나의 고3 좌우명이었다. 그 말인즉슨 일단은 제도교육에게 몸이고 마음이고 다 내주고 교대에 가서 교사가 되어 제도교육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계획은 올해 2월 1일, 정시 다군 발표가 있던 날 산산이 깨졌다. 불합격. 가, 나, 다군 정시에서 몽땅 떨어져버린 것이다.(수시는 쓰지 않았다.) 예상치 않게 틀어져버린 인생에 눈물이 나왔다. 그날 공교롭게도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 병원에 가야했던 나는 진료가 끝나고 나오면서 신촌 대로를 질질 짜며 걸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나의 인생, 이제 어쩔 것인가. 나는 고뇌에 빠졌다. 나는 내 삶의 1년을 또 유보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그것은 해선 안 될,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김예슬 씨가 스쳐지나갔다.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녀도 나눔문화에서 활동하면서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 나는 1월 말부터 아수나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래, 나도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면서 내 인생을 대학 없이 그려 나가보자. 나는 그렇게 용기를 얻어 다시 일어났다. 이것이 바로 나의 ‘고졸자’ 인생의 서막이다.

대학 거부, 그 이후_ 고난

그럼 대학을 거부한 이후에 나의 삶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먼저 고난 편. 내가 대학생이 아닌 ‘고졸 스무 살’로서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고난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자퇴랑 아예 안 다닌 거는 전혀 다른 거야! 그래도 일단 가보고 결정하자.”, “재수는 훨씬 쉬워, 이미 공부한 거 한번 더 하는 거잖니.”, “1년 그걸 못 참냐.”, “사이버대학이라도 원서 넣는 게 어떠니?” “우리 언니가 대학을 안 가다니! 언니, 재수하면 안 돼? 친구들이 너네 언니 어느 대학 갔냐고 물어보면 쪽팔려.” … 고졸자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선포한 후 가족들에게서 들은 수많은 말들은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초기에는 재수를 끊임없이 종용하던 말들이 시간이 흘러서는 “돈이나 벌어라”, “언니 취직 안 해?”로 변해갔다. 나는 한순간에 집에서 가장 창창했던 사람에서 가장 무가치한 사람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지갑을 여는 어머니가 눈치를 주기 시작하고 동생에게서 멸시의 눈빛을 받는 기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가정에서의 탄압도 힘들었지만 사회에서의 차별도 피부로 다가왔다. 대학 진학자가 80%에 육박하는 이 사회에서 나는 ‘유별난’ 20대였다.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나 강연의 이름에는 언제나 ‘대학생’이 있었고, 만나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학생이시죠?”하고 운을 뗐다. 이 사회의 ‘대학중심주의’는 도처에서 나를 공격해왔다.

대학 거부를 결심했을 때 앞으로 펼쳐질 고난은 각오했지만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가끔은 정말 대학생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의 미래가 너무나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은 취업의 관문까지는 자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너의 미래를 그려내 보여줘!’라며 나를 압박했다. 하지만 나는 기껏해야 몇 주 앞밖에 그려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길은 다른 누군가 체계적으로 닦아놓은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그려낼 수 있는 미래 청사진의 양이 행복과 비례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에 집착하게 한다. 이러한 압박과 차별들이 대학에 안 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가정과 사회 도처에 깔려있는 대학중심주의와 학벌 차별, 이제 아파하고 있지 말고 우리도 아프다고 소리쳐 보는 건 어떨까.

대학 거부, 그 이후_ 변화

이번에는 변화 편이다. 고졸 스무 살로 살아가면서 상처도 받았지만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대학에 안 가면 인생이 끝나버릴 것만 같던 그 압박감은 단지 사회가 만들어 놓은 허상에 불과했다. 이번엔 나에게 일어난 변화와 대학 거부에 관한 나의 생각을 풀어보겠다.

대학을 거부하기로 마음먹은 그 날을 기점으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만약 내가 운 좋게 그때 대학에 합격했더라면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4학년처럼, 과제와 시험에 여전히 시달리면서, 거기에 부모님의 등록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장학금을 노리려고 정말 대학 공부에 몰두하는 인생. 결국 젊음의 증표인 저항을 실현할 기회는 쥐꼬리만큼 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쥐고 있던 것을 (반강제적이었지만) 놓음으로써 변화했다.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나의 의식을 깨고 나온 것이다. 내가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그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변화는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 접속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활동가들과 함께 사회에 소리치기 시작했다. 소리치는 것에 비해 그 반향은 아주 미약했지만 그래도 사회에서 소리치고, 움직이면서 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내가 대학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취업→결혼(가정)=행복한 인생’이라는 공식에 돌을 던지고 싶어서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내가 단 한 번도 대학의 존재 이유와 내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매우 부끄럽다. 분명 개개인의 삶과 행복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시대, 사회인데 왜 정작 본인 인생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기를 미루고 다들 정해진 루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대학 진학률 80%는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학에 관한 진지한 고찰 없이 그냥 너도 나도 가는 것, 그리고 대학을 가지 않는 자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이 존재하는 사회라는 의미가 아닐까?

최근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을 보고 놀랐다. 거기의 진로 상담 부분을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정형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지 명확하게 나온다. 대기업에 취직하려면 스카이(SKY;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뜻하는 은어) 중 한 곳에 들어가서 토익 몇 점을 넘기고 해외 어학연수를 가고 성형수술을 하고…. 우리는 그저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 아무런 의심 없이, 그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며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정해진 길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쁘다, 잘못되었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부딪치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면서 나의 삶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분명 불안하고 어두컴컴한 가시밭길이겠지만, 그것이 내가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탈학교 예찬자가 되었다는 것일까. 나는 12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가 나에게 주는 억압에 대해서 불평만 할 줄 알았지 어떠한 거부도 하지 못했었다. 지난 9개월간 학교 밖을 나와 여러 가지 활동과 세미나를 하면서 ‘길 자체가 학교’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나는 지난 3년간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을 이 9개월간 길에서 배웠다. 유유상종하던 학교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활동하면서 나의 시야는 훨씬 넓어졌다. 또한 대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공부할 곳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찾아보면 여러 가지 세미나를 하고, 함께 살아갈 방안을 모색하는 대안 공동체들이 꽤 있다. 나도 그중 한 곳과 접속하여 몇 달간 세미나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대학을 안 가면 배우지 못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배움은 도처에 있다.

앞으로의 행보

대학에 가든 안 가든 행복한 삶에는 언제나 질문이 함께한다는 것을 느낀다. 언제 어디서든 나에게 답을 찾고자 하는 질문이 있다면 배우게 되고, 내가 갈 길이 보인다. 그런 질문을 갖지 못한다면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몰라서 헤매게 된다. 나도 한동안 갈팡질팡 했지만 이제는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좀 알 것 같다. 나는 불의에도 자주 침묵하고, 도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학교에 다니던 12년간 순응만을 배워서 그런지 머리는 저항하라고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나는 불의를 맞닥뜨려도 피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 또 내 마음이 가라는 데로 충실히 갈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꼭 하고 싶었던, 한번뿐인 기회들을 날려버리는 일이 많다. 좀 더 나에게 떳떳하고 솔직한 내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또 아직 나는 글 외에는 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음악, 미술, 춤 등 여러 가지 수단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내 꿈은 이 정도다. 이 꿈들과 나의 질문들이 서로 융합하면서 아직 어떤 직업까지는 아니더라도(직업이면 더 좋고!!) 내가 나아갈 방향을 비춰 주리라 믿는다. 요즘 나를 장악하고 있는 키워드는 자립과 주거권이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상반기에 아수나로 친구들과 스쾃 운동을 해 보는걸 제안해보고 싶다.

다시 대학 거부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땅의 약 20%, 대학생 아닌 20대들이 조용히 입 닫고 사회의 흐름에 묻혀 살아간다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입을 열고, 여기 우리도 있다고 외친다면 어떨까. 무언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이번 대학입시거부 20대 선언이 개개인이 조금씩 틀에서 빠져나와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아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원 없이 외쳐보면 좋겠다. 부디 많은 분이 용기 내어 동참해주시길! 가지 않은 길, 분명 어려운 선택이지만 한번 뿐인 인생이라면 조금 스릴 있게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호야 님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수원지부 활동가입니다.
수정 삭제
인권오름 제 271 호 [기사입력] 2011년 10월 18일 18:14:59
Posted by 공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밀댓글입니다

    2011.10.20 02:33 [ ADDR : EDIT/ DEL : REPLY ]
  2. 나동

    접때 중국집에서 밥 먹으면 한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었네요. 한겨레 1면 나온 거 보고 깜놀..
    앞으로 욕 많이 드실텐데 기운내시고 저처럼 맹목적이고 열광적인 팬도 있으니..ㅎㅎ

    2011.10.20 23:25 [ ADDR : EDIT/ DEL : REPLY ]
  3. Very good, thanks for sharing

    2013.01.02 14:3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