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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31 『공의 경계』 - 인간은 한 명밖에 죽일 수 없다
흘러들어온꿈2008. 1. 31. 00:45

 "그러나 관계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살인이 아냐. 살육(殺戮)이야. 사람이 서로의 존엄과 과거를 저울질 한 후 어느 쪽인가를 소거한 경우에만, 그것은 살인이 돼. 사람을 죽였다는 의미도 죄도 떠맡는 거지. 하지만 살육은 달라. 살해당한 쪽은 사람이지만, 살해한 쪽은 사람으로서의 존엄이 없어. 남아 있는 의미도 죄도 없어. 사고(事故)는, 죄 그 자체를 떠맡지는 않겠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자기 자신도 죽인다는 것.

 "그럼, 살인귀란 뭔가요?"

 "말 그대로지. 사람을 죽이는 귀신이니까, 그런 건 자연재해와 마찬가지야. 말려든 쪽이 운이 나쁜 거지."

……그것과 같은 의미의 말을, 시키는 분명히 했었다.

 시키와 헤어지기 열흘 전의 밤. 뉴스를 보며, 살인귀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시키는 가르쳐 주었다.

 그녀는 말했다.

 인간은 평생 한 사람밖에 죽일 수 없다고.

 나는 말했다.

 사람은 평생 한 사람 분의 죽음밖에 짊어질 수 없다고.

 "생각― 났다."

 ……그래, 둘 다 의미는 같은 말이다 ― 그것은 전에, 그녀가 내게 이야기해준 시키의 할아버지의 유언이니까.



(중략)



 반가운, 꿈을 꾸었다.


<사람은 평생에 반드시 한 번은 사람을 죽인다>

 그런, 거야?

 <그래. 자기 자신을 마지막으로 죽게 하기 위해, 우리는 딱 한 번, 그럴 권리가 있단다>

 자신을, 위해?

 <그렇고말고. 사람은 말이다, 한 사람 분밖에 인생의 가치를 맡을 수가 없단다. 그래서 모두, 최후까지 도달하지 못한 인생을 용서해줄 수 있도록 죽음을 존중하는 거야. 목숨은 모두 동등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자신의 목숨이라고 해서 자신의 것은 아냐>

 그럼,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안 될 거다. 벌써 몇 명이나 죽여 버렸어. 죽여 버린 그들의 죽음을 떠맡고 있기 때문에, 내 자신의 죽음을 맡을 수가 없어. 할아버지의 죽음은 아무도 맡아주지 않아 혼자 텅 빈 곳으로 간단다.

 그건 정말 쓸쓸한 일이야>

 한 번밖에 안 되는 거야?

 <그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은 한 번뿐이란다.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의미없는 것이 돼. 단 한 번뿐인 죽음은, 중요한 거야. 누군가를 죽여서 그것을 사용한 자는, 영원히 자신을 죽일 수가 없어.

 인간으로서, 죽을 수 없어>

 ……할아버지, 힘들어 보여.



(나스 기노코 지음, 권남희 옮김 『공의 경계 下』 [살인고찰] 中)




그냥 문득 인격의 동등에 관해 생각하다보니 이 장면이 떠올라서 뒤적거려 옮겨 봅니다.


공의 경계...

작중에서는 사람을 참 많이도 죽게 하면서, 그러면서도 인간애와 일상에의 사랑을 담고 있는 조금은 짓궂은 명작.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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