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2014. 11. 15. 23:43
페미니스트라는 낙인페미니스트라는 낙인 - 10점
조주은 지음/민연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저는 이 책을 2007년에, 나온 직후에 집어들어서 읽게 됐었습니다. 그때도 꽤 깊은 인상을 받았던 걸로 아는데... 제가 갖고 있는 페미니즘에 관련된 관점이나 센스는 이 책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받았더군요. ㅎㅎ;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관점도 가지게 됐지만, 이 책에서는 아동이나 청소년에 관련된 내용, 사회운동-노동운동 등에 관한 내용들도 많이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으로 가족 문제를 보고 교육 문제를 보고 청소년인권 문제를 유비추론해보자는 생각도 이 책 덕분에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조주은씨가 청소년운동이랑 굉장히 잘 맞을 거 같단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내용들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버릇이라는 것을 가르칠 때가 있다. 아이가 말문이 트여 제법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할 무렵 부모들이 먼저 가르치는 것은 존댓말이다. ˝~하셨어요?˝라는 높임말부터 ˝어른이 무슨 말을 하면 `네`하고 잘 듣는 거야˝처럼 순종적인 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더군다나 한쪽은 반말을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존댓말을 한다면, 그 관계는 권위로 움직이는 권력관계가 된다. … 우리가 흔히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고 하는 예의 바른 어린이란 곧 어른들의 권위에 순응하고 복종하는 아이를 의미한다. 가족은 연령에 의한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아동, 청소년(녀)들은 가족 안에서 보호와 숨막히는 통제를 동시에 경험하기도 한다. 혹시 우리는 저항과 비판 속에서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가 이루어진다고 하면서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자기 아이를 어른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려는 욕구는 없는가? 또는 말 잘 듣는 자녀이고자 하지는 않는가?˝(89~90쪽)

˝전시 현장에 있는 어린이는 전쟁 반대의 다양한 이유 중 하나가 되지만, 그 논리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또 다른 착취를 빚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아동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릴 수 있을까? 그리고 아동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동기의 발명으로 아이와 어른의 세계가 분리되었지만, 아동이 어른의 세계에 통합된다면 새로운 세상이 가능하지 않을까?˝(124쪽)

조주은씨는 아동기 문제를 모성착취, 모성신화와 연관지어서 많이 풀어냅니다. 그리고 가족에 관련해서는 `정상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 또, 가족 안에서의 권위나 권력관계 문제에 대해서 지적하죠. 경험이나 사례에 근거하면서도 이론적인 고민, 일반화된 관점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잘 와닿습니다.
가족 안에서의 권력에 대해서 어른-아동 문제도 이야기하지만, 역시 페미니즘이니까 남성-여성 문제도 많이 이야길 해요. `사랑`이라는 환상, 성폭력, 불평등한 가사노동이나 양육... 그리고 가족 안에서도 그렇게 폭력이 존재하고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생각을 보여주는데, 저도 그걸 보고 가족 안에서 자식과 부모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단 아이디어를 얻었던 거 같아요.

˝모순되게도, 단일한 계급이라고 치부되는 한 가족 안에서도 취향은 위계화되어 있다. 남성들이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하여 우아하게 지속하는 반면, 여성들은 결혼 전에 알았던 음악이 마지막인 경우가 많다. … 계급분류적 문화 행위의 상징성이 궁극적으로 계급구조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는 부르디외의 지적은 의미심장하지만, 남성과 여성이라는 계급이 어떻게 차별적으로 재생산되는지는 분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229쪽)


조주은씨 본인의 논문 주제가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 가정`에 관련된 거였는데, 그래서 그런가 조주은씨는 가족의 문제도 잘 분석해내지만, 노동운동 내부의 문제도 적절하게 지적을 하더라고요. 칼럼을 모은 것 같은 책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여러 이슈들과도 관련지어서 쓴 글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도 읽어볼 만합니다.


다른 활동가 분들이랑 꼭 같이 읽고 싶은 책입니다!


물론 페미니즘이 오랫동안 다뤄온 주제인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해서도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딱 펼쳐보니까 ˝프리섹스주의자를 자처하는 여성 활동가들은 남성들에게 창녀로 이해되고 프리섹스주의자인 남성 활동가들은 섹스 파트너를 선택할 권리를 향유한다.˝(195쪽) 같은 통렬한 서술이 눈에 들어오네요.


다만 다양한 주제들을 간결하면서도 핵심적 문제를 짚으며 다루긴 하는데, 하나하나의 글들이 좀 짧은 편이라서 아쉽기도 합니다. 더 길게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게 몇 개 있었습니다.



아, 사소한 단점 하나. 책 편집상 쪽수 표기가 책의 제본 안쪽에 돼있는데요. 그거 때문에 쪽수 찾기가 힘드네요;;; 왜 이렇게 했지...

http://gonghyun.tistory.com2014-11-15T14:43:230.31010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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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들어온꿈2014. 3. 23. 12:54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10점
오찬호 지음/개마고원


'자기계발논리'를 원인이자 핵심으로 지목할 수 있는 걸까?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읽고 난 후 단상 겸 메모


# 우선은 이 작업에 찬사를 보낸다. 2008~2012년, 4년 간 다양한 20대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과 인식구조에 대해 탐구하는 이런 연구는 분명히 우리 시대상을 기록하는 작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또한 단편적인 분석과 인상비평들이 주를 이루던 '2000년대 대한민국의 20대(또는 청년?)' 논의들 속에서, 이정도의 성실함을 가지고 이야기를 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다.


# 읽다가 든 궁금증 : ‘대학생 아닌 20대’, 또는 ‘전문대학생’들은 어떨까? 그것이 자기계발담론이든 체념이든 분명 공유하는 큰 맥락과 줄기가 있겠지만, 저자가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또 다른 위치에서 또 다른 결을 발견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홍보 문구 등에서 ‘20대’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는 약간 어폐가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사소한 아쉬움이 있는데, 사실 이건 이 책의 한계라기보다는 추가 연구, 다른 연구들이 더 많이 보태져야 하는 것이리라.


# 저자가 기본적으로 이런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당사자로서는 잘 와 닿지 않는다. “지금의 20대들은 과거의 20대/대학생/청년들과 다르다! 왜 그렇지? 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약자에 연대하지 않지?” 같은 것들. 그것은 저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궁금하고 문제적인 현상이었을 테지만… 정작 내 입장에서는 ‘그럼 그 옛날에는 대체 어땠는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20대의 관점에서 과거, 90년대의 20대(지금은 40대 정도가 되어있을)들은 대체 어땠던 것인지 그 사회적 조건과 인식 구조를 탐구해보는 작업도 재미있을 것이다. 어쨌건 저자의 그런 인식들 때문에 초반부에는 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인식들에 대해 저자가 계속해서 붙이는 자기 변호 같은 것들이 오히려 더 산만하다는 느낌도 들었다.(-_-)

이와 비슷한 맥락의 문제의식일 수 있는데, 과연 ‘자기계발논리’가 지금 20대에 고유하고 특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자기계발논리’의 근간을 이루는 ‘능력주의’, ‘자기책임논리’ 자체는 굉장히 뿌리 깊은,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온 이데올로기이다. 다만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변화하면서 ‘자기계발논리’가 좀 더 세련되고 전면적으로 나오고 있을 뿐인 것 아닌가. 그리고 저자는 ‘학벌주의’가 과거와 현재의 양상이 다르다고 하는데,(과거에는 ‘패거리문화’ 같은 것이었는데 현재 20대에게는 그것이 능력주의와 촘촘한 차별 기제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과연 얼마만큼 다른지 나는 좀 의문스럽다. 질적으로는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미 과거의 학벌주의 안에 내재해있던 모습이었다는 생각도 들고.



# '능력주의' 문제에 대한 비판은 교육사회학에서 계속해서 나오던 문제이다. 교육체계가 차별을 정당화하는, 능력에 따른 보상/성과라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한다! 결국 이 연구는 그러한 효과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제목 자체도 그렇고. 그것이 크게 새삼스러울 것은 없는데, 다만 생각보다 그게 노골적이고 강력하게 뿌리 박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 책이 기본적으로 20대의 ‘인식’, 집단적 의식을 탐구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보니 ‘자기계발 논리’가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사회학이 아니라 심리학적인 연구가 좀 더 뒷받침되어야 분석이 설득력을 얻을 것 같은 구절들이 몇 개 눈에 띈다. 면접한 여러 20대들의 말들로부터 그 사람들의 심층 심리를 분석하는 여러 부분들이 그러하다. 오히려 책의 마지막인 4장의 부분들이 더 사회학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느낌인데... ‘자기계발논리’ 문제에 대해서도 의식 조사 수준을 넘어서 좀 더 여러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논지를 구성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4장에서 왜 지금 경쟁이 불공정하고 능력주의가 왜 허구인가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은 가져다가 써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자기계발논리’가 과연 20대의 인식구조에서 핵심적인 문제이자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나는 그 부분에서 동의가 잘 되지 않았다. 자기계발논리도 일종의 현상이고 체제 정당화이자 자기 정당화를 위해 동원된 논리인 것 같다. 20대의 의식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10대 당시 경험, 그리고 조직화라고는 없이 개인화, 원자화되어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 구조와 삶의 경험들, 그런 것들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환위기 이후 정착된 한국 사회의 모습, 입시경쟁, 부모 문제 등등 그런 이야기들이 없지는 않지만 비중이 좀 적다. ‘자기계발논리’를 중심에 두고 여러 가지 것들을 설명하다보니까 그림에 공백이 생기는 것 같다.



# 며칠 전에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스무살인 걸로 추정되는 분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솔직히 우리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에서는 우리가 공부하고 능력을 갖춰서 들어가면 함께할 인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써먹을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아는 오빠는 회사에서 일은 일대로 했는데 별 이유도 없이 잘렸다. 나이가 좀 들고 40대만 되어도 자르지 않더라도 막 눈치를 주고 명예퇴직시킨다고 한다. 무슨 왕따도 아니고 그런 것들…. 진짜 말도 안 되는 건데 우리 입장에서 당장 뭘 어쩔 수가 없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부딪히고 있는 ‘문제’가 뭔지를 모르고 있지 않다. 문제들에 순응하게 되는 것도 일종의 인지부조화 현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히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저 “어쩔 수가 없다”라는 부분일 것이다. 자기계발논리도 결국은 그 ‘개인으로서는 뭘 어쩔 수가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창궐하게 된다. 나는 ‘무력감’의 문제를 좀 더 집중해서 우리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력감’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개인’이 어떻게 ‘집단’이자 ‘조직’이 되게 하고, 무력감을 넘어서 최소한 뭔가 작은 거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느끼게 할 것인가. 그런 여건과 사회적 관계, 조직을 변화시키고 만들어가는 실천이 이 단단한 ‘구조’를 바꾸고 넘어서는 길일 것 같다.

http://gonghyun.tistory.com2014-03-23T03:54:59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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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모임'에서 세미나로 같이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리뷰입니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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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들어온꿈2013. 9. 7. 12:50
무신예찬무신예찬 - 10점
피터 싱어.마이클 셔머.그렉 이건 외 지음, 김병화 옮김/현암사
난 신이 ‘없으면 좋겠는 쪽’이다. - 『무신예찬』 서평



  지금의 날 아는 사람들은 놀랄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이른바 ‘모태신앙’이었다. 날 태어났을 때부터 길렀던 외가 사람들은 모두 독실한 개신교(아마 장로회였던 것 같다.) 신자였고 나도 태어났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성경 만화 같은 건 수십권을 읽었고 집에서도 기도가 일상이었다. 당연한 일상이었던 신앙 생활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대 초중반 때부터였다. 처음 찾아온 것은 내 신앙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의심이었다. 나는 내가 신을 믿는다는 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 내게 신앙이라는 게 있긴 한 것인지 의심스러워졌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결과, 나는 사실 내가 신과 기독교에 대한 진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과정은 특별한 계기 없이 서서히 진행되었다. 굳이 계기를 든다면 내가 중학교 때 여러 철학입문서들을 읽으며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해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던 것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 나는 데카르트적인 방식으로 내 안에서 회의를 극한까지 밀고 나가면서 내 사유를 바닥에서부터 다시 쌓으려고 시도하곤 했다. 내 습관화된 신앙도 그런 회의의 대상 중 하나였다. 할머니는 내가 어느 장난꾸러기 친구를 잘못 사귀어 경건한 신앙을 잃은 거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지만, 사실 그 친구에겐 아무 잘못이 없었다. 이미 신앙을 버린 나와 교회에서 옆자리에 앉아 좀 떠들었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신이나 그와 관련된 여러 교리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 경험적으로도 보편적 근거가 없었고 내적 개연성도 부실한 면이 많았다. 나는 내가 어릴 때부터 종교를 접해 와서 익숙해졌다는 것 외에는, 나 자신에게서 어떤 믿음도 찾지 못했고, 새로 믿음을 세울 근거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믿을 만하지가 않다’ 정도의 입장은 곧 적극적인 모습으로 급진화되었다. 거기엔 아마 10대 후반에 자라난 독립적 성향, 그리고 일체의 강압이나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적․반항적 태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친구와의 대화가 있는데, 그때 나는 “죽었는데 만약 사후세계가 있고 신이란 게 있다면 달려가서 그 신의 싸대기를 날려주겠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예를 들면 세계를 이따위로 만든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거나, 죽은 뒤에 내 삶을 감히 심판하느니 어쩌니 하는 게 참을 수 없이 불쾌하다거나, 뭐 그런 이유들이었다.




   지금도 내 입장은 근본적으로 그때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조금 더 정리되고 다듬어졌을 뿐이다. 나는 신의 존재가 믿을 법하지 않다는 입장일 뿐 아니라, 만일 신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면 없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이 있을 법하냐 아니냐의 쟁점을 떠나서, 신이 없기를 바란다.

  솔직히 나는 신의 부재를 논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악의 문제’ 논리는 다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플라톤의 「에우티프론」에서 진작 말이 나왔듯) 만일 어떤 인격적인 신이 존재한다면 애초에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인간이 논하는 것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려주는 어떤 절대적 존재가 있다면 우리의 자유(설령 그것이 생물적․사회적 중층 결정의 결과물에 불과할지라도)는 불가능해지거나 위협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바쿠닌의 예를 따라, 신의 존재는 ‘악의 문제’보다는 ‘자유의 문제’와 부딪힌다고 하고 싶다.

  좀 더 정리해서 적자면 이렇다. 나는 사회주의 또는 아나키즘에 영향을 받은 인권활동가로서, 원칙적으론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평등한 자유’, ‘자유로운 인간들의 평등한 공동체’ 등을 바란다. 만약 인간이나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보다도 절대적으로 우월한 인격적 존재가 있고 그 존재가 우리에게 개입하거나 사후에라도 판단을 내린다면, 그 존재는 우리에게 전제적 지배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좋은 지배자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런 지배자의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바라는 좋은 세계의 요건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옳았는지 어땠는지, 죄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 것을 대신 판단해버리고 심판하거나 대가를 주는 존재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그렇지 않은가? 활동가인 나는 그런 존재를 타도하고 세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할 텐데, 아무래도 절대적으로 우월한 존재를 대상으로 투쟁을 하는 것은 가망도 없고 피곤한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내가 바라는 좋은 세상을 위해 그리고 내가 좀 덜 피곤하기 위해 신이 없으면 좋겠는 쪽이다. 그게 인과응보의 법칙이 됐든 하나님이나 알라가 됐든 그런 신은 없는 게 낫다.

  인격적 의식이나 윤리적 성격이 없는 초자연적 실체? 그런 거야 있는지 없는지 진지한 탐구가 밝혀줄 일이고, 근거 없이 논의하는 건 난센스다. 그런 존재는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은 없지만, 있다는 증거가 없다면 일단은 그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 같다. 그럼에도 믿는단 사람을 굳이 말리진 않겠지만. (그런데 인격적․윤리적 요소가 없는 신을 믿는다는 것은 사람들이 종교에 바라는 것을 충족시키는 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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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예찬』(피터 싱어 ․ 마이클 셔머 ․ 그렉 이건 외 지음(러셀 블랙포드 ․ 우도 슈클렝크 엮음), 김병화 옮김, 현암사)
을 읽은 뒤 이 책에 가장 어울리는 비평은 나의 신에 대한 생각을 적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상의 이야기를 써봤다. 『무신예찬』은 신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신과 종교적 신앙에 대해 회의적인 52명의 사람들이 쓴 50편의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마이클 로즈와 제이 펠란, 그리고 피터 싱어와 마크 하우저가 글을 공저하여 필자 52명에 글 50편이다.) 여러 글들을 모아서 엮다 보니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올 때도 있고 잘 정리가 안 되어 읽기가 힘든 글에 마주칠 때도 있다. 그러나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에 여러 독자들의 각각의 취향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책에는 ‘악의 문제’, 증명 책임 문제, 우주론 문제 등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인 논거에 의한 유신론 반박, 생물학적 방식이나 정치․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신에 대한 관념이나 종교의 내용 분석, 다양한 종교들에 대한 상대주의적 인식 등이 주로 등장한다. 종교에 관한 개인적 체험들도 소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신이 없는 게 낫다는 견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사랑을 위해서든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든 또는 차별 없고 자유로운 사회를 위해서든 말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선, 이 책에 실린 〈불신앙을 넘어서〉(필립 키처)와 같은 글도 참고할 만하겠다. 신의 존재 여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동료 인간들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사랑하는지는 중요하다. 신은 과연 거기에 도움이 되는가? 거기에 꼭 필요한가? 나도 그렇고, 이 책의 필자들 중 여럿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http://gonghyun.tistory.com2013-09-07T03:50:170.31010










2013년 1월에 옥중에서 읽고 썼던 서평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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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09. 6. 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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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 = "http://cafe.naver.com/mphrstory" target="_blank"> <img src =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66E24254A32742C36"></a>


감히 인권을 넘보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느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된 것, 알고 계셨나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라는 발칙한 제목이었죠

하지만 청소년인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실 끝날 수 없죠 @_@
청소년인권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출간에 만족하지 않고,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는 이런 좋은 책에 더 좋은 이야기들을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서평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ㅎㅎ

바로 여러분이, 직접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써주세요!  라는 이야기입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를 읽고 서평을 써서 서평대회 카페에 올려주세요.  ^^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과 관련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청소년인권에 대한 이야기라면 다!!!!!! 좋습니다.

(꼭 책을 칭찬하는 내용이 아니어도 좋고, 욕하는 내용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책 자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 않아도, 청소년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읽고 나서 글로 써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


여러분이 쓰신 개성있는 청소년인권 이야기들을 기다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청소년 분들의 참가를 권장하지만, 청소년이 아닌 분들의 참가도 막지는 않습니다.)


7월말까지 접수 받습니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대충 10장 이상. A4로는 대략 1페이지 정도.





많이 퍼날라 주세요 ^^

서평대회 홍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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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 = "http://cafe.naver.com/mphrstory" target="_blank"><img src =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56E24254A32742C35"></a>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인터넷서점에서 사러 가기 (알라딘)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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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그에 소개문을 올리고, <바이러스>에도 소개 기사를 올릴 예정입니다. (너무 늦게 보았어요 OTL)

    아, 그리고 배너도 만들었네요. 잘 썻으면 좋겠습니다.

    2009.06.15 18:33 [ ADDR : EDIT/ DEL : REPLY ]
    • ㅋㅋ 스카이젯님이 직접 서평대회 참가하시죠!
      배너와 홍보 등에 감사합니다

      2009.06.16 11:25 신고 [ ADDR : EDIT/ DEL ]

흘러들어온꿈2009. 4. 29. 12:38

청소년들 한국사회에 도전장

[새책]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공현 외, 메이데이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9년04월28일 18시04분

일단 제목에서 '움찔'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라니. 청소년들이 쓴 '인권' 이야기라는 점에서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라고 반응하려던 '어른'들은 허를 찔리고 시작한다. '청소년' 뒤에 붙어올 말로 '문제'를 떠올리는 대다수 기성세대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청소년이 '미성숙'한 존재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보호'받는 존재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신 <유엔인권헌장>과 <헌법>을 근거로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청소년기를 생각하며 탈선과 반항을 떠올리건 공부와 입시를 떠올리건 애초에 모든 '문제'란 '문제'는 어른들이 만들었다. 보호와 훈육을 명목삼아 통제하거나 억압하거나. 그래서 청소년들은 "청소년의 반대말은 자유"라고 얘기한다.


▲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 공현 외 지음, 메이데이, 332쪽, 1만2천 원
"공부, 공부, 공부, 공부. 좁디좁은 교실에 선풍기 4대, 히터 2대, 40명이 넘는 아이들. 같은 곳에서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닌아이들이 오직 한 가지만 배우고 있었어. 대학가는 법." - '이딴 것도 교육이라고!?'중에서

"두발과 복장이 자유롭게 된다고 해서 누가 피해를 보나요? 설령 누군가가 피해를 본다 해도 인권의 가치는 그런 가치보다 더 우선하지요."
"학생간 폭력이 지극히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할 때, 그리고 그런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오래 걸리더라도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감시카메라들을 설치하겠다고 날뛰는 것 이상의 더 좋은 대책이 나오리라 믿는다." - '미친 학교를 혁명하라' 중에서

"제가 '청소년보호주의'씨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청보'씨가 청소년들의 인권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입니다. '청보'씨 당신은 "청소년들은 미성숙하다"라거나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이라는 식의, 청소년들에 대한 현재의 차별과 인권제한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중에서

"한 현직 동성애자 교사가 "청소년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일거에 해소할 대안이 있다"며 한마디 했다고 한다. "청소년 동성애자, 서울대 진학률 이성애자보다 높아! 이런 기사 하나면 됩니다"하고 말이다. 슬픈 웃음이 눈물이 되어 흐른다." - '우리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마!' 중에서



경쟁사회의 '자원'으로 키워내야 할 존재,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어리숙한 존재, 육체와 감정이 불안정한 미성숙한 존재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로 봐달라는 외침. 그래도 청소년들을 풀어두는(?) 것이 너무나 걱정돼 못견디겠다는 분은 신경 끄시는 것이 차라리 도움 되겠다.

'운동권'들 사이에서조차 '기특하지만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했던 촛불소녀들이, 일제고사 반대를 외치고 입시경쟁을 거부하고 교육과 인권문제에 해박한 활동가로 거듭나고 있다. 이 과정은 비단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모순의 해결 방법에 한 길 숨통을 틔워주는게 아닐까.

책 제목에 'ㅋㅋ'가 붙어 있다는 것에 "'ㅋㅋ'라니... 무려 'ㅋㅋ'라니..."라고 개탄했던 심정은 책을 펼쳐보고 이들의 날카로운 진지함에 날아가 버린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가 발표한 '2008 청소년인권선언'도 책 뒤에 수록돼 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
<목차>
청소년 ‘문제’에서 청소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1부 이딴것도 교육이라고!?
청소년의 눈으로 입시경쟁 바라보기
‘제대로 된’ 학습권과 여가권을 쟁취하자!
교육, 꼭 이래야 하진 않아요
강요되는 종교, 강요하는 교육
사교육과 청소년인권
학생 아닌 청소년의 권리 & 교육의 재구성
2부 미친학교를 혁명하라
두발.복장 규제, 넌 대체 뭥미?!
교편과 벌점에 맞서서
‘학교폭력’, 학생간 폭력? 학교의 폭력? 사회의 폭력?
사생활의 자유를 짓밟는 소지품검사!
청소년도 예외일 수 없는 정보인권 스토리
먹는 것에도 민주주의가 있다
3부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학생회+학교에서의 ‘정치’
청소년은 정치적 동물이다
맹랑하지만 허무하진 않은 청소년 언론의 자유
청소년의 두 가지 ‘빈곤’
상상력이 청소년노동인권을 쟁취한다
청소년보호주의 씨에게 보내는 결투장
4부 우리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마!
가출하고 싶다...
친권과 가정의 ‘사회화’
‘야한 것’에 대한 이야기
‘이반 검열’에 도전하기
페미니즘(여성주의)과 청소녀니즘의 다면적 만남
2008 청소년인권선언
<지은이>
저자들은 가장 평범한 청소년이자 청소년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당사자들이다. 청소년의 눈을 통해 바라본 청소년인권의 현실을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근본적인 고민을 실천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활동가들이다.
공현/김명진/김찬욱/무직인꿈틀이/바람/박승훈/밤의마왕/블랙투(한김종희)/생선/이름없음/피엡(김동욱)/호적돌(최성용)/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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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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