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09. 12. 7. 16:59


버거세트 값도 안 되는 청소년 시급


마음 따로 얼굴 따로…“항상 웃어야”


[짱돌토크] 10대들의 ‘알바’ 뒷담화…“우리도 노동자예요”



겨울방학과 본격적인 아르바이트 시즌을 앞두고, 이번 ‘짱돌토크’는 10대 청소년들의 ‘알바’ 이야기를 준비해봤다. 주변을 둘러보면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주유소 등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왜 알바를 할까.이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레디앙>은 어른들의 문제에 가려져, 잘 조명되지 않았던 청소년들의 노동현실을당사자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해봤다. 이야기꾼으로 참석한 ‘짱돌’들은 현재 ‘커피숍 알바’를 하고 있는 김해솔양(17세)과 ‘패스트푸드점 알바’ 등의 경험이 있는 윤혜진 양(18), ‘옷가게 알바’ 등을 해본 한소영 양(17)이다.이들은 현재 고등학교 재학중이거나 탈학교 학생이다.



청소년 노동자들의 실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 2,200원짜리 ‘헐값 노동’을 한 사연부터, 자신의 감정과는 달리 손님들한테는 항상웃어야 하는 애로사항, 선생님이나 부모님 모르게 알바를 하게 된 이유, 가게에서 만들다가 실패한 와플을 저녁으로 먹은 사연까지다양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또 알바를 뛰는 주변 친구들의 고민도 생생히 전했다.  

   
  ▲ 왼쪽부터 한소영 양, 윤혜진 양, 김해솔 양 (사진=손기영 기자)


청소년들이 알바를 하게 된 이유도 다양했다. 이들은 부모님에게 자유로워지기 위한 일종의 ‘독립 자금’ 마련부터, 학교에서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여가활동비, ‘사고’를 친 뒤 뒷수습을 위한 자금 마련 등의 이유를 들었다. 또 소비문화 및 사회적빈곤의 확산도 청소년들을 ‘생계 전선’으로 내모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좌담회에참석한 청소년들은 “우리들도 노동자”임을 강조하며, 학교에서 교칙으로 무조건 알바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직업의식을형성하도록 ‘노동인권 교육’이 필하다고 밝혔다. 또 사업주에게도 청소년들을 노동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번‘짱돌토크’는 지난 3일 저녁 청계광장 주변 모 커피숍에서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 * *

- 어떤 알바를 했나?

김해솔 = 저는 올해 처음으로 알바를 해봤다.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테이크아웃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체인점이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이다. 시급 4,000원을 받으면서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일을 한다.”

한소영 =중 3 때인 지난해 처음 알바를 했다. 그 때 동대문에 있는 옷가게에서 일을 했다. 손님들한테 사이즈를 물어보고 옷을 골라주는일을 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일당으로 25,000원(시급 2,200원 수준)을 받았다. 힘들어서 며칠뒤에 그만뒀다. 당시 돈을 많이 받는 줄 알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완전히 ‘착취’였던 것 같다.  당시 최저임금이3,770원이었다.



10시간 넘게 일하고 25,000원 받아

올해에는 워크넷이라는 곳에서 ‘전화알바’를 했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을 상대로 ‘이번에 인턴을 뽑을 거나 정규직을 채용할거냐’ 그런 걸 물어봤다. 오전 8시반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하고 일당 45,000원을 받았는데, 제가 미성년자인 사실이 들통이 나서 며칠 못하고 잘렸다.그밖에도 다른 곳에서 하루 동안 ‘주거조사 알바’도 해봤다.  

   
  ▲ 한소영 양 (사진=손기영 기자)
윤혜진 = “첫 알바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의 하루짜리 ‘전단지 알바’인 것 같다. 이후에도다양한 알바를 했지만 올해에는 시급 4,000원을 받고 모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고, 엑셀 작업을 하는 ‘사무보조 알바’도해봤다. 일당 2만원 수준으로 하루에 3시간 반 정도 일했다.”

- 알바를 하는 이유는 무언가.

해솔 =부 모님과 이런 저런 문제로 싸우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으로부터의 ‘간섭’과 ‘도움’을 줄이기 위해 알바를시작했다. 요즘은 적금을 들고 싶다는 생각에 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일종의 ‘독립자금’이다.(웃음) 당장은 힘들겠지만, 월세방을 마련해 보고 싶다.

주변 친구들은 용돈이 필요해서 알바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게 있지만, 그걸 사고 싶어도 경제권자인 부모님이 반대를 하면 사기 힘들다. 그래서 경제적인 문제 전반에 대해서 좀 더 자유롭고 싶어서 알바를 하는 경우가 있다.”

소영 =저 같은 경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해 차비가 많이 든다. 또 먹는 데에도 돈을 많이 쓴다.(웃음) 스트레스를먹는 것으로 푸는 것 같다. 특히 학생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험 전에필통이나 노트를 새것으로 바꾸는 친구들도 있다.

시험이 끝나면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들이 많다.특히 시험기간 전후로 돈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돈을 쓰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알바를하는 것 같다. 또 요즘 청소년들이 소비문화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 같다. 사고 싶은 것은 많아지는데, 갖고 있는 돈은 항상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은 항상 부족"

혜진 = “학교를 그만둔 뒤부터, 부모님한테 용돈을 달라고 말하기 미안해진 것 같다. 욕심 같아서는 이것저것 배우고 싶고 돈이 필요한데, 부모님들은 거기에 돈쓰는 걸 싫어하시는 것 같다. 수능을 위한 공부가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주변 친구들 중에 ‘사고’를 쳐서, 그 돈을 갚기 위해 알바를 하는 경우도 있다.(웃음)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났을 때, 학교기물을 파손했을 때, 솔직히 부모님한테 말하기 좀 그렇다. 그래서 몰래 알바를 뛰게 되는 것 같다.

또 TV을보면 예쁜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성형을 위해 알바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학교에서 여자들끼리 모이면 성형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누구누구를 닮고 싶다는…. 그리고 집안형편 때문에 알바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점점 살기가어려워지니까, 이제 부모님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까지 사회에 나가 돈벌이를 하는 것 같다.”

- 알바 현장에서 겪었던 힘들었던 점은?  

   
  ▲ 윤혜진 양 (사진=손기영 기자)
해솔 = 보통 남학생들의 시급이 높은 편이다. 어떤 고깃집은 시급으로 여학생은 2,500원을 남학생은 5,000원을 준다고 들었다. 둘 다 하는 일도 거의 비슷한데….

또 편의점 야간 알바는 보통 남학생들만 뽑는다. 여학생들도 시급이 센 편인 야간 알바를 하고 싶지만 뽑아주는 곳은 거의 없다. 여학생들은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이다.


여학생 시급, 남학생의 '반토막'

소영 = 요즘청소년들 사이에서 인력업체에 가서 막노동을 하는 알바가 유행이다. 비교적 하루에 많은 돈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서똑같은 일을 해도 청소년은 돈을 어른의 절반정도 밖에 받지 못한다. 물론 여학생들은 써주지도 않는다.

예전 에편의점에 면접을 보러갔는데, 제 나이를 물어보더니 연락처만 적고 가라고 했다. 물론 이후에 연락은 없었다. 사장님들은 청소년이면알바를 금방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면접에 가면 ‘6개월 이상 할 수 있느냐’고 꼭 물어 본다.

하 지만 우리들도 한곳에서 오랫동안 일하기를 원하다. 솔직히 일부 사장님들이 알바 청소년들에게는 말을 막하거나 힘들게 부려먹는 등그만둘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드니까 그런 것이다. ‘빨리 그만 둔다’는 식으로 말하기 전에, 이런 것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해솔 = “지금 작은 커피숍에서 알바를 하는데, 사장님이 저녁식사는 보통 가게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직접 만들어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자꾸 눈치가 보여서, 제가 만들다가 실패한 와플 등을 먹게 된다.(웃음)

소영=사무보조 알바를 했던 제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알바 첫날에는 직원들이 음식점에서 점심을 사줬는데, 둘째 날부터는 ‘자기돈으로 알아서 점심을 사먹으라’고 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따로 점심을 먹으로 간 것이다. 그 친구는 너무 황당해 하고 힘들어했다.



저녁식사는 '실패한 와플'로

혜진 = 예전에는 햄버거를 안 먹었다, 제 입맛이 고급이어서 그런 것 같다.(웃음) 하지만 모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했을 때, 배가 너무 고파서 어쩔 수 없이 햄버거 같은 ‘나쁜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오전에 알바를 할 때는 아침식사로 베이컨이 들어간 머핀을 먹었다. 솔직히 그것도 몸에 안 좋은 음식인데…(한숨)

해솔 = 커피숍에 사람들이 엄청 몰릴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빨리 커피를 달라’고 보챌 때는 정말 짜증이 난다. 그래도 항상 웃으면서 주문을받아야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제는 식당이나 커피숍에 가면 직원들한테 ‘빨리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제가 그분들의 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소영 = 전화조사 알바를 했을 때, 높은 직책을 가진 분 옆에서 일을 했다. 대기업에 전화하는 일이어서 자리 배치도 그렇게 한 것 같다. 눈치가 보이고감시를 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 점심시간만 빼고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정말 숨 돌릴 시간도 없었다. 또 가끔대기업 인사팀에 전화를 할 때, 알바생이라는 이유로 마구 대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상냥하게 전화를 걸어야 해야 했다.  


   
  ▲ 좌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장난을 치며 웃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혜진 =

“예 전에 사무보조 알바를 할 때, 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저를 뽑을 때부터 여학생이라는 것을이용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처음에 청소나 설거지를 시키더니 주급을 주는 날 저를 앉고 애인이 되어달라고 했다. 그만두겠다고하니까 ‘주급을 두 배로 올려주겠다’고 했다. 사장이 저를 돈으로 사려는 느낌이었다.



애인이 되어달라는 사장님


그런데 당시의 상황이 마음속으로는 정말 불쾌하고 짜증이 났는데, 돈을 받는 날이어서 그런지 ‘막말’을 하지 못했던 것같다. 사장이 돈을 안 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인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 자신이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된다.”

-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나?

해솔 =처음에 알바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화를 많이 내셨다. 차라리 용돈을 올려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부모님이 자존심이 상해서그러신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부모님 몰래 알바를 구했다. 두 달쯤 지나니까, 부모님도 제가 알바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결국 저를 포기했는지 이후 그냥 내버려뒀다.

소영 = 제가 다니는 학교는교칙으로 알바가 금지돼 있다. 알바를 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선생님 몰래한다. 알바 때문에 보충수업에 빠진다는 말은 꺼낼 수도없다. 인문계 학교여서 그런지 학생들이 돈을 버는 것보다 공부하는 걸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알바가 불건전하거나 나쁜 일도아닌데, 학교에서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


알바가 금지된 학교…"나쁜 일도 아닌데" 

정규수업 시간은 어쩔 수가 없지만,알바 시간을 학교에서 배려해주면 좋겠다. 보통 아침 7시 정도에 등교해, 야자 등 보충수업까지 하면 밤 10~11시가 된다.그러면 방학 때 말고는 알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자꾸 학교에서 알바를 못하게 하니까,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다.”

- 현재 어느 정도 받나?  

   
  ▲ 김해솔 양 (사진=손기영 기자)
소영 = 제 친구가 현재 모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인턴기간이라고 1시간에2,000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쯤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점장한테 직접 말을 하기가어려워서 편지를 썼다고 한다.


해솔 = 사장님한테 돈을 올려달라고 하면, 잘릴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든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110원정도 더 오르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보통 저녁 7시에 알바가 끝나는데, 어제는 퇴근시간에 사람들 많이 와서 1시간을 더 일했다. ‘1시간을 더 일했다’고 사장님한테 말해야 하는데, 입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이 체크를 해줘서 다행이다.



“돈 올려달라면 잘릴 것 같아”

혜진 = 제가 일했던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한 버거세트는 기본적으로 4,000원이 넘었다. 그런데 제 시급으로는 버거세트 하나도 사먹지 못한다는생각에 서글펐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버거세트를 몇 백 개씩 팔았지만, 그렇게 일을 해봤자 제가 받는 시급은 버거세트 하나도사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혜진 = 알바를 하는 청소년들도 노동자다. 하지만 사장님들은 우리를 노동자라고 생각을 하지않는 것 같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 하는 ‘일꾼’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다. 우리들은 정말 ‘저급’도 안 되는 존재인것 같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주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없는 것 같다.


해솔 = 특히 자영업을 하는 분들은 알바생의 ‘고용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겨우 최저임금 정도 밖에 모른다.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소영 = 학교에서 최저임금 문제 등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을 했으면좋겠다. 이런 교육이 잘 이뤄지면 사회에 나가서 어려움이 생겨도 잘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알바조차 못하게하고 있다. 오로지 국어, 영어, 수학 이런 것만 죽어라고 가르친다. 알바 문제는 학교의 책임도 있는 것 같다.



2009년 12월 07일 (월) 09:13:03 손기영 기자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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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기랑 윤티랑 어쩔겨 쿨럭

    2009.12.07 16: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저처럼 사진을 못찍는 기자한테 걸려야 사진이 운좋게 안실리기도 하고 그런 거십니다.

    2009.12.07 17:27 [ ADDR : EDIT/ DEL : REPLY ]
  3. 이리될 것을 알면서도 난 왜 사진을 찍었지;;; 아- 요즘 이래저래 참 다운;;

    2009.12.07 22:27 [ ADDR : EDIT/ DEL : REPLY ]
  4. 반한나라당유격전투쟁단대장

    그렇다!

    여러분들도 노동자동지들이다.

    여러분들의 돈 벌고 싶은 권리가 있다.

    2009.12.17 00:55 [ ADDR : EDIT/ DEL : REPLY ]
  5. 반한나라당유격전투쟁단대장

    내가 지원해 주겠다.

    혼자 몸이겠지만

    2009.12.17 00:55 [ ADDR : EDIT/ DEL : REPLY ]
    • 투쟁단 대장이시라면서 왜 혼자몸이신지 ㅎㅎ;;;;;; 우선 감사드리지만- 음... 1명의 지원보다는, 좀 더 시스템적,운동적,조직적으로 접근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는 있을 듯합니다.

      2009.12.17 17:18 신고 [ ADDR : EDIT/ DEL ]

흘러들어온꿈2009. 9. 15. 12:46
http://onlineif.com/main/bbs/view.php?wuser_id=letter_news&category_no=&no=536&u_no=85&pg=





[김신명숙의 편지 30]
교권이 문제라구요?
이프



<title>idsu.net</title>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탁 막히는 것같았습니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머리 속이 소용돌이치면서 복잡해지더군요. 이 일을 어찌 해야 하나.....
제 목을 보고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최근 큰 물의를 일으킨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에 관한 얘깁니다. ‘선생님 꼬시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유포된 이 동영상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많이들 보셨겠지만 짧은 동영상보다 그 상황을 글로 옮긴 내용이 더 분명하게 사건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같아 조선일보에서 이 사건을 다룬 기자 칼럼-“여교사 성희롱, 죄와 벌”-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45 초짜리 동영상에는 수업이 끝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건장한 체격의 한 남학생이 시험지처럼 보이는 유인물을 걷는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가선다. 여교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기자 "누나 사귀자"라고 소리친다. 다른 학생들이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치고, 카메라를 보고 "도망가는데요"라고 말한 남학생은 다시 여교사의 뒤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다른 남학생이 여교사의 손목을 잡고 있는 모습도 잡혀 있다. 여교사가 동영상을 찍는 학생을 향해 '찍지 말라'는 듯이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동영상은 끝난다.”이 글을 읽고 어떤 느낌, 혹은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그렇습니다. 언론에서는 애써 ‘성희롱’으로 축소하고 있지만 이 동영상은 전형적인 포르노의 프레임을 따르고 있습니다. 유사 포르노, 혹은 포르노 동영상의 도입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백주대낮의 교실에서 학생들이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상대로 그런 동영상을 찍는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언 론은 이를 두고 ‘추락한 교권’을 떠들고 있습니다만 이 동영상이 생산된 핵심적인 권력관계의 맥락은 교권보다는 ‘남성권력’입니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권력관계 위에 존재하는 남성권력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알파걸’이니 ‘여풍’이니 하는 말들이 요란스런 한국사회에서 페니스의 권력은 아직도 굳건한 것이고 그 권력은 인터넷에 범람하는 포르노물들을 통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단지 페니스가 달려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을 지배하는 일이 가능한 포르노 세상은 현실이 아닌 가상이지만 클릭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전세계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현실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이같은 사건까지 만들어냅니다.


이 제 더 이상 숨어있는 하위문화가 아니라 일상문화, 더 나아가 대중문화의 한 부분이 돼버린 포르노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 특히 십대들의 섹슈얼리티를 구성하는 데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포르노에서 보여지는 섹슈얼리티, 즉 상호존중의 아름다운 교감이 아니라 지배와 복종의 섹슈얼리티, 정신과 영혼이 함께 하는 온전하고 소중한 몸이 아니라 부위별로 소비되는 살덩어리에 바탕한 천박한 섹슈얼리티가 십대들을 포함한 우리들의 성생활, 나아가 여남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섹슈얼리티는 신의 축복’이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나 ‘삶의 동반자적 관계’같은 여남관계의 지향은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대신 성적 괴롭힘과 강간, 지배와 소외, 차별이 횡행하기 마련이지요.


포 르노의 시선에서는 눈에 띄는 모든 여자들, 권력관계에서 아래에 있는 여자들은 물론 선생님, 상사, 친구엄마 심지어 친엄마까지 성적 대상물로 포획돼 버리고 맙니다. 이번 사건도 그렇게 포르노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포르노의 시선으로 젊은 여선생을 바라보다가, 마침 시간강사라는 약점까지 겹쳐 겁 없이 그런 행동을 벌인 것같습니다. 언론에서는 문제학생들에 대한 처벌만 솜방망이니 뭐니 시비를 걸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포르노 천국’일 것입니다.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친구 엄마 꼬시기’ 더 나아가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제목의 실제 동영상들을 인터넷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번 사건이 말해주는 문제 자체도 두렵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막막한 건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짐짓 외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인용한 기자 칼럼의 경우 심지어 ‘'장난'으로 만든 동영상일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을 듯했다’고까지 했더군요. 물론 학생들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는 있지만 명백한 성적 괴롭힘을 ‘장난’이라는 가해자의 용어로 표현하고 있는 그 칼럼을 보자니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보 도에 의하면 그 여교사는 학생들의 처벌도 원치 않고 더 이상의 어떤 다른 조치도 현재로서는 요구하고 있는 것같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도 여교사는 없었던 일로 하려고 했는데 학생이 인터넷에 올려 문제가 된 것이라고 하지요. 그러고 보면 이번처럼 사건화되지 않고 묻혀버린 유사사건들이 얼마나 많을지요? 또 앞으로도 같은 성격의 사건들이 얼마나 다양한 변종으로 생겨날지요? 교단에 선 자신의 몸을 포르노의 시선으로 훑어보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여교사의 심정은 어떤 것일지요?


자 료를 찾아보니 이미 미국에서는 학생들에 의해 교사가 성적 괴롭힘을 당한 사건들이 법정에서 다뤄진 케이스들이 여럿 있더군요. 한 연방법원은 4년전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성적 괴롭힘에 학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 8월에는 뉴욕시 한 공립고등학교 여교사가 시 교육당국을 고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알렸는데 교육당국이 그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잘못을 지적했다는 것이지요. 그녀는 금전적 피해보상과 함께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성적 괴롭힘을 다룰 성문화된 정책을 만들 것을 요구했습니다. 충격적인 건 그녀를 성적으로 괴롭힌 건 남학생들만이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한 여학생도 그녀가 ‘성적으로 좌절돼 있어 남자가 필요하다’는 둥의 언어폭력을 썼다는 것입니다. 포르노적 상상력은 여남을 불문하고 포르노 소비자 모두에게 작동한다는 증거겠지요.


바 라건대 이번 사건이 일과성 공분(公憤)으로 끝나지 않길 바랍니다. 절대로 일부 남학생들의 ‘과도한 장난’으로 한번 따끔하게 혼내고 말 문제가 아니니까요. 포르노 천국이 만들어내고 있는 왜곡된 섹슈얼리티와 여남관계, 여교사들이 전방위로 당면하고 있는 ‘성적으로 적대적인 근무환경’, 체계적이고 효과있는 성교육 등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들과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사회가 당면한 이 심각한 병리적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할지 당사자인 여교사들, 여성단체, 교육단체들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학생들에 의해 성적 괴롭힘을 당했거나 당하고 있는 여교사들의 폭로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이번 사건이 그대로 묻히지 않고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김신명숙







공현 추신
: 학생들에 의해 + 교직원, 상사들에 의해 성적 괴롭힘을 당했거나 당하고 있는 여교사들+여학생들의 폭로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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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ㅅㅇ

    피해 망상에 빠져 지내는 김신명숙씨는 여전하군요.^^;

    이 사람은 기본적인 인격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보니 글에도 신뢰가 안 갑니다.

    2009.09.17 20:39 [ ADDR : EDIT/ DEL : REPLY ]
    • 김신명숙 씨 개인은 잘 모르지만.
      이 글의 기본적 내용에는 동의합니다 ^^

      메신져와 메시지가 어느 정도는 구분되어야죠.
      그리고 어느 정도는 신뢰할 만한 활동가라고도 생각해봅니다.

      (김정명신 씨랑 헷갈려서 잘못 말했었네요. 수정)

      2009.09.24 17:00 신고 [ ADDR : EDIT/ DEL ]
  2. 1

    이글을 보고 3곳에다 2번 않올리면 부모님 돌아가심 아무서워 젠장

    2010.04.04 13:57 [ ADDR : EDIT/ DEL : REPLY ]
  3. 2

    이글을 보고 3곳에다 2번 않올리면 부모님 돌아가심 아무서워 젠장

    2010.04.04 13:57 [ ADDR : EDIT/ DEL : REPLY ]
    • 삭제할까 하다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렇게 올렸을까 싶어서 그냥 남겨둡니다 ^^;

      2010.04.04 20:38 신고 [ ADDR : EDIT/ DEL ]

걸어가는꿈2009. 9. 12. 04:13

국민일보 사설 : 제자의 성희롱에서 교권이 읽힌다



1. 이 사건을 두고 교권 실추를 논하는 것은 참으로 지랄맞은 일이다.

물론 이 사건은 교사의 권력/권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서 여-남 사이의 성별 권력이 이를 넘어선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장이나 교감, 또는 동료 교사 등이 여교사를 성폭행하는 사건에 대해 아무도 '교권침해'를 말하지 않는 것 등을 생각해보면, 역시 이는 다분히 문제가 있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교권'은 교사가 상급자(정부, 관리자 등)에 대해 가지는 권리가 아니라, 하급자(학생)에게 가지는 권력/권위라는 인식이다.



2. 또한 우리는, 저런 식으로 '농담'(??)을 던지는 식의 성폭력(그걸 성추행이라 하든 성희롱이라 하든 성폭행이라 하든)은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게 그 빈도로는 훨씬 많은데, 그런 것들에 대해 충분히 민감하게 "이건 인권침해다"라고 반응해왔는지도 물어봐야 할 것이다.



3. 이 국민일보 사설에서 기간제 교사,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한 건 나쁘지 않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근데 마지막에 대학입시 어쩌구 하는 문장은 좀 쌩뚱맞게 보인다. 뭐든지 대학입시랑 전인교육 문제냐.



4. 어찌 되었건 저것은 성폭력이다. 여성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처한 복잡하고 복합적인 상황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
대개의 생활 현장이 그렇듯이, 학교 현장은 단지 교사-학생 권력 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관계와 맥락들이 얽혀 있는 곳이다.

어쨌건 나는 이걸 연애-사랑을 상품화하고 '소유' 양식으로 만드는 사회, 성폭력에 둔감한 사회의 문제로 이야기하지 않고 '교권실추'의 문제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5. 인터넷에 떠다니는 동영상 중에서 얼굴 다 알아볼 수 있게 된 동영상들을, '충격' 이러면서 퍼나르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사람의 권리 같은 것을 이야기하려는 성의가 있다고 봐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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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ajung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고 저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제가 아는 여교사 한 분은 "나는 그거보다 조금 덜 한 일을 학교(당시 남자중학교 근무)에서 종종 겪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나를 위안삼았으면 좋겠네..." 라고 저를 위로하더군요.

    2009.09.14 11:40 [ ADDR : EDIT/ DEL : REPLY ]
    • 거의 대부분의 여성이 성폭력의 피해자이고, 모든 여성이 잠재적인 성폭력의 피해자...라고 하더라구요

      2009.09.14 23:2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