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4. 6. 2. 14:57

[논평] 세월호 참사가 교육에 남긴 교훈
- 교육감 선거에 즈음하여
경쟁교육과의 결별과 학생인권 보장 없이 안전한 학교란 없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한 달 보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그동안 세월호에 과적된 탐욕과 부패만큼이나 무거운, 이 나라의 조직적 무책임과 지독한 반인권성을 목도해 왔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단 하나로 돌릴 수 없듯, 참사로부터 우리 사회가 얻어야 할 교훈이 하나로 수렴될 순 없다. 다만 이틀 앞으로 다가온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이 앞 다투어 학생 안전을 책임지겠다 호언장담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 교육에 남긴 교훈을 환기해본다.


침몰한 세월호는 침몰해버린, 지금도 침몰하고 있는 학교의 모습과 정확히 닮아 있다. 이윤을 위해 각종 안전조치를 삭제해버린 국가의 모습은 입시 효율을 위해 최소한의 학생인권 보장 조치마저 밀어내버린 탐욕의 교육과 겹쳐진다. 심야 학원교습을 제한하는 조례도, 학생인권조례도 불필요한 규제로 공격받고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그나마 있던 안전조치마저 깡그리 무시했던 선박회사는 눈치껏 또는 대놓고 학생인권을 짓밟는 학교의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우리는 세월호뿐 아니라 순천에서 일어난 교사의 체벌로, 진주 기숙사학교에서 일어난 학생통제형 폭력으로, 그리고 모욕과 절망 끝의 자살로 수많은 학생들을 잃었다. 학생들이 갇힌 채 야간학습을 강요당할 때, 대자보가 찢기고 징계 위협이 뒤따랐을 때, 차별과 모욕으로 휘청거릴 때, 세월호에서처럼 국가는 가해자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이것이 흔히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다고 말하는 '웃음꽃 핀 교실'의 현재 모습이다. 비극적 일상을 내버려두는 한, 비극적 참사는 이미 예비되어 있다. 학교는 과연 안전한가.

이번 참사는 희생자들 중 학생들의 비율이 유난히 높았다. 이는 학생들을 권력위계 속에 편제하는 현 교육의 무능함과 체계적 훈육의 잔혹한 결과를 만천하에 드러낸 모습이었다. 입시를 위한 허약한 공부만이 허락되는 사이, 삶에 대한 지혜와 사회에 대한 통찰을 일깨울 '삶을 위한 교육'은 학교로부터 추방당했다. 전문가나 권위자의 지시에 복종하는 태도만을 훈육해오는 사이, 정부와 학교가 지시하는 대로 잠자코 가만히 있기만을 강요당해온 사이, 학생도 교사도 질문하는 힘, 판단하는 힘을 빼앗겨왔다. 희생된 학생들은 '어른들의 말만 믿고 얌전히 기다린 착한 학생들'이 아니라, '권위자의 지시와 통제에 무력화된 학생들'이었던 셈이다. 참사 이후 학생들에게는 애도할 여유도, 애도할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다. 교사들의 입과 손발에도 족쇄가 채워졌다. 숨은 붙어 있으되 사회적 생명체로서의 존엄은 빼앗긴 공간, '가만히 있으라'는 통제만 넘실대는 공간, 잘못된 지시와 권위를 의심할 자유를 빼앗긴 공간, 학교는 과연 안전한가.

수학여행을 금지해 학생들의 발을 묶고, 안전 점검과 안전 교육을 아무리 강화한들 비극을 멈출 수는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가르쳐준 교훈은 스스로 판단할 자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자유가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해병대 캠프 참사 역시 학생들에게 원치 않는 캠프를 거부하고 위험한 지시를 거부할 자유가 보장되었다면 피할 수 있던 사고였다. 안전할 자유, 그것의 다른 이름이 학생인권이다. 교육에 의해 목숨을 잃고 상처받는 학생들의 비극적 일상 역시 진정한 학생 안전 대책이라면 학생인권정책을 포함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희생된 학생들에 대한 범사회적 애도가 학생인권에 대한 지지로 화답되어야 할 이유다.


학생인권 정책에 대한 국가의 악의적 훼방을 여러 해 목도해 온 지금, 국가를 향해 다시금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고 학교를 제대로 감독하라 요구한들 먹힐지 의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전히 국가의 의무를 촉구하는 동시에 스스로 변화를 일굴 자유와 책임이 있다. 경기, 광주, 서울, 전북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시민들이 일군 결실 가운데 하나다. 경쟁교육과의 결별과 학생인권 보장 없이 안전한 학교란 없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교육에 알려준 교훈이 교육감 후보들을 검증하고 향후 교육정책을 견인해낼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여 학생·청소년이 아닌 분들을 포함하여 세월호 희생자들 모두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과 생존자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일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6월 2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강원교육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경기학생인권실현을위한네트워크/ 경북교육연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광주교사실천연대 ‘활’/ 광주노동자교육센터/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주인권회의/ 광주청소년인권교육연구회/ 광주청소년회복센터/ 광주YMCA/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 교육공동체 나다/ 국제앰네스티대학생네트워크/ 군인권센터/ 노동자연대 다함께/ 녹색당+/ 대안교육연대/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동성애자인권연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 문화연대/ 민주노총서울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초강남교육혁신연대/ 시민모임 즐거운교육 상상/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어린이책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서울지역본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부설 한국아동청소년인권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진보교육연구소/ 진보신당연대회의 청소년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통합진보당서울시당/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학벌없는사회/ 학생인권을위한인천시민연대/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흥사단교육운동본부/ 희망의우리학교/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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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4. 5. 29. 18:02

세월호 참사에 청소년운동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


여럿이 이야기하지만 결국 끝내 정리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왜 대응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아무도 나서서 제안하지 않는가에 대한 분노를 안고.



1) 세월호 참사 자체에 대해서

  - 제 생각으로는, 세월호 참사 자체는 학생/청소년인권 문제가 아닙니다. 논쟁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요.
    다만 보편적인 인권 문제의 영역에 속하기는 할 것입니다. 마치 한미FTA가, 신자유주의가, 의료영리화가, 광우병위험이, 지구온난화가, 전쟁 위협이 보편적인 인권 문제이기는 하듯이요.
   굳이 청소년인권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입장을 만들 수 있다면 보편적인 인권의 관점에서, 어쨌건 청소년도 사람이라 연관이 되기는 하기 때문에 이러한 안전할 권리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안전할 권리는 인권으로서의 안전 자체의 의미뿐 아니라 안전을 이윤보다 후순위로 미루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복합적 논의가 가능하겠죠.


2) 세월호 참사의 파생 문제에 대해서


 - 세월호 참사는 이 자체보다도 사건의 스케일상 파생 문제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① 보호주의 문제 : 아이들아 미안하다 등 희생자 다수가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나오는 어른 책임 아이 희생자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8년 촛불집회나 그밖에 여러 상황에서 겪어봤듯이 이러한 보호주의 문제는 그 운동 내부에서 문제제기하는 것으로 깨지지 않습니다. 특히 그 운동이 조직된 단체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중적 정서에 기대어 가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문제를 깨고 해결하는 것은 오히려 그 운동 바깥에서 청소년운동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지적한다면 그것은 이 문제를 현재 이 운동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소년보호주의/차별 문제에 대처하는 더 긴 청소년운동의 전망 안에서 하나의 발자취를 남겨두는 의의 정도일 것입니다.

  ② 수학여행 문제 : 이는 안전할 권리 문제와도 비교적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요. 수학여행을 현재 금지한 상태이고, 기사에 따르면 6월 말에 재개 여부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학생 입장에서 학생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수학여행을 하니 마니 하는 문제, 수학여행 폐지나 대안 주장,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③ 표현의 자유 문제 : 청소년들의 SNS나 인터넷에서의 표현, 그리고 자발적인 집회에 대해 경찰과 학교/교육당국 등에 의한 탄압 사례가 몇 가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뚜렷하게 연결되는 사례가 없어서 대응은 못하고 있는데요. 청소년의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문제에 대해 전체적인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문제와 함께 묶어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④ 강제모금 문제 : 아수나로 서울지부에서 이미 사례 수집 등을 시도했었던 문제이고 학교의 강제모금 문제 전반에 관한 문제제기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겠지만 일단 사례가 유의미하게 모인 건 없는 거 같죠? ㅠㅠ

  ⑤ '교육' 문제 : 세월호 참사에서 학생들이 많이 죽은 이유가 교육 때문이다? 뭐 그런 논지와, 그에 반박하는 논지 사이의 논쟁. '가만히 있으라' 문제 같은 것도 넓게 보면 이 맥락에 들어가긴 하는데요. 저는 세월호 참사에서 학생들이 많이 죽은 이유는 교육 때문은 아니라고 보고, 권위자와 권력관계 문제로는 좀 볼 수 있을 거 같긴 합니다. 즉 왜 학생 아닌 승객들은 방송을 무시하고 비교적 많이 탈출을 했는데 학생들은 그렇게 탈출한 비율이 적은가? 이는 집단으로 편제되어 있었고 그 집단을 인솔하는 교사 등이 있었던 것, 그리고 학생들이 교사의 지시를 따르는 위치에 있었던 것('위치'가 문제이지 '교육받은 습성'이 문제가 아닙니다.)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좀 더 심층적으로 (어느 정도는 상상과 추정에 근거를 두는 거지만) 다루는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⑥ 기타 : 그밖에 뭐가 있을까요?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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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치가 문제이지 교육받은 습성이 문제가 아니다' 저는 이말에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정확한 표현일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들 정신적으로 심각한 일시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잖습니까. 대부분의 다른나라 학생들은 각자 다른 선천적인 욕망들에 가장 집중할수 있는 환경과, 아직 오염되지않은 의지를 간직하고 있는 빛나는 젊음을 누리고 있는게 대부분입니다. 그럴 나이이고 그게 정상이죠. 그에반해 우리나라 미성년자들은 여느 그저그런 법적성인들과 다를바없이 권력에 따라 행동하고 있습니다.

    2014.08.03 06:32 [ ADDR : EDIT/ DEL : REPLY ]
  2. 아직 권력에 대하여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누군가에게 부여받아 자신을 속이는 거짓된 신념을 형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회인들과는 분명 다르겠지만, 학교라는 기관자체가 너무 권력구조가 단순하고 그 문제가 심화되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소이다보니, 근 몇년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았을, 비록 권력에 수긍하지는 않을지언정 맞서싸우지도 않는 선택을 하루에도 몇차레씩 강요당해온 대부분의 미성년자들에게는 감정을 배제하는것이 가장 일차적인 생존전략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2014.08.03 06:33 [ ADDR : EDIT/ DEL : REPLY ]
  3.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찍은 동영상만봐도 그렇더군요. 상황을 과장하지않고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이더라도 격앙된공포가 공간을 가득채우는것이 인과관계를 따져볼때 자연스러울텐데도 라임을 만들어 랩을하는 등의 모습이 마치... 뭐랄까... 당사자로서 마땅이 행해야할 권한을 모두 포기하거나 억누루고 있는듯한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만약 그때 그곳에서, 뛰어넘을 대상을 정확히 인지해 행동하고 분노했다면, 그렇게 살아나온 아이가 예전의 일상을 그대로 계속해서 이어갈수 있었을까요? 희생과 복종이 미성년자의 절대선인것처럼 속이며 가르치던 그들이.. 그리고 우리들이... 이 사회가... 아이의 용기를 정당하게 받아들여 줬을까요?

    2014.08.03 06:3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