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2015. 7. 30. 02:22
대학거부 그 후대학거부 그 후 - 10점
한지혜 외 지음/교육공동체벗
『대학거부, 그 후』 : 행복하냐고 묻기 전에

나 역시 대학거부선언에 참여했던 대학거부자이다. "대학거부선언"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대학을 거부한 이유였고, 두 번째로 많이 들었던 질문은 부모/가족은 어떻게 반응했는지였으며, 세 번째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 바로 이거였다.

"대학거부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 혹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으냐"

사람들은 사회에서 정해놓은, 주류의 길을 벗어나겠다고, 아니 단지 벗어나는 게 아니라 비판하고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에게 다들 묻는다. 당신들은 과연 그렇게 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냐고...

그 질문의 의도는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너네가 잘 살 수 있겠냐는 비웃음과 비아냥의 의미일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정말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갖고 묻는 것이리라. 하지만 어떤 의도이든 간에 번지수가 틀렸다. 대학거부선언은 "난 대학 졸업장 없이도 행복하게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라는 자신감의 표출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을 거부한다고 선언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학력을, 출신 학교로 사람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이 대학 입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잘못되었으며 우리가 거부하고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가 '대학거부'를 외치는 일이다. 그러므로 대학거부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우리 사회가 대학졸업장 없이는 차별을 받고, 불이익을 당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회라는 것을 말이다.


대학거부자들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것은 여전히 문제를 그들 개인의 몫으로만 돌릴 뿐이다. 그들에게 대학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라고 은연중에 요구하는 것이다. 대학거부선언이 담고 있는 정치적 의미를 잘라내는 태도이며, 거부선언을 한 입장에서는 벽 앞에 가로막히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대학거부선언은 '말걸기'다. 함께 바꾸자는.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질문은 그 말걸기에 대한 차가운 거절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포장도 낭만도 하나 없이

그들은 대학거부자들에게 행복하냐고 묻지 말라고 한다. 사실, 그럼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는 이들은 행복한지부터 물어야 공정할 것이다. 『대학거부, 그 후』는 대학거부 이후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토로한다. 거부자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또 겪어보니 그 이상으로 단단한 사회의 벽에 부딪히며 살아나간다. 고민은 더 많아지고 불안은 더 커진다.

많은 고졸 성공담이나 고졸 청년들의 씩씩한 삶을 주제로 한 책들은 대개 대학을 안 가도 잘 사는, 혹은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사회적 차별과 불안한 조건보다는, 그 속에서도 살아나가는 건강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사람들은 어쨌건 이겨내고 살아나갈 테니. 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력, 학벌 차별 속에서, 대학 중심의 사회 속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기록과 고백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는, 예뻐 보이려는 포장이 없다. 차라리 '진솔해 보이려고 하는' 포장이 있을지언정 말이다. 대학거부에 대한 낭만적 태도도 없다. 읽다보면, 뭐랄까, '건조한 슬픔' 같은 게 느껴진다.


『대학거부, 그 후』를 읽고, '역시 대학거부를 하면 힘들게 사는구나' 하고 동정하는 것은 부적절한 반응일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더라도, 필자들이 대학거부자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것 같다. 여럿이 함께할 때,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행복하냐고 묻기 전에, 행복해져 보라고 요구하기 전에, 당신은 대학거부선언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먼저 질문을 던진 쪽은, 자기 삶을 걸고 거부선언을 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http://gonghyun.tistory.com2015-07-29T17:22:24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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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5. 6. 21. 13:36

투명가방끈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출판기념회 (20150627)









투명가방끈 출판기념회


투명가방끈에서 오랜 시간 준비한 책<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가 나왔습니다.

 

발매를 축하하고 한 자리에서 기쁨을 나누려 합니다. 거부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대학 말고 다른 삶을 선택한 이들의 음악이, 때론 위트 있게 때론 가슴 시리게 삶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편안히 오셔서 고생한 출판팀과 저자들에게 격려를,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거부자들에게 힘을 전해주세요.

   

<이야기로 만나기>

투명가방끈 소개와 책소개, 그리고 대학거부자로서의 공통된 이야기와 개인의 특별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현 (사회자) “"대학거부 이후에 감옥에 가게 돼서 옥중에서도 자기 원고를 써서 넘겼으나 2년이 되도록 책이 안 나와서 결국엔 출소 후에 직접 출판 일을 추진한 투명가방끈 활동가"”

공기 자기소개가 싫은 공기입니다.”

난다 몇 박자 느린 삶을 사는 스스로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요즘엔 조금씩 좋아지는 중. 신난다의 난다입니다

아리데 학교 다닐 때는 대학가는게 당연했는데, 당연함 속에 숨어있던 차별을 발견했어요. 삶이 힘들고 두렵지만 이 불편함을 잘 간직하며 살고 싶은 아리데입니다.”

시원한 형 아래서 소개


 

<음악으로 만나기>

 

팽이 : 청소년인권 운동가의 마초적이고 꼰대스럽지 않은 힙합


도마 : 노래하려 대학대신 서울로 상경한 싱어송라이터의 차분한 이야기

시원한 형 : 대학과 임노동을 거부한 뒤, 세상이 강요한 자소서와 유서 사이의 가사.



시간 : 2015년 6월 27일 오후 4시-6시

장소 : 마포 민중의 집 망원역 1번 출구 도보 5분, 남 춘천 닭갈비 3층.

문의 010-2686-삼이사일

카페 : Hiddenbag.net

 

 

고마운 사람들 : 투명가방끈, 저자 및 인터뷰대상자, 편집자, 출판팀 (호야, 공현, 찬우) 오월의 봄, 양선화, 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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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2. 3. 6. 16:30




투명가방끈 콘서트 참가제안서


3월 18일 6시 홍대 클럽 FF

http://cafe.daum.net/wrongedu1



수신 : 경쟁에 쳇바퀴 위에서 죽을때까지 달려야 하는 당신께
발신 : 투명가방끈 콘서트 팀


안녕하세요. 저희는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입니다. 투명가방끈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저희는 대학입시거부/ 대학거부자 그리고 그 움직임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모임입니다.

제안서를 쓰면서 ‘거부’라는 표현이 무겁게 다가가면 어쩔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이 상징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는 것과 제도권을 벗어나는 것의 급진성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차별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대학을 거부 하려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부조리와 잘못 된 편견을 ‘거부’하고 나아가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중 고등학교는 대학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부터 사회가 원하는 상품이 되어갑니다. 대학은 대기업 혹은 안정된 고수익직종이 되어 사회의 주류계층에 편입하기 위한 취업양성소가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끝없는 줄 세우기로 인해 자신의 존엄성을 잃어버립니다. 조기 교육된 경쟁은 심장 속에 깊숙이 박혀 공부보다는 오히려 성적에 따른 우월감 혹은 자기비하를 가르칩니다. 배움의 과정 자체도 폭력적입니다. 토론을 통해 서로의 다양한 주장과 가치관을,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닌 하나의 정해진 답을 외우고 시험지에다 옮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과정자체도 권위주의 적입니다.

매년 수백 명에 이르는 고교생들이 자살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긍정의 힘’과 1%만이 가질 수 있는 ‘성공신화’ 가 아니라 진정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배우도록 선택할 수 있는 환경 그러면서도 경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사회의 안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안티수능페스티벌', '입시폐지대학평준화페스티벌' 등의 문화제가 열려왔고 많은 뮤지션들이 함께 해왔습니다. 이 같은 문화제들 처럼 대중 들에게 좀 더 편하게 다가가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투명가방끈 멤버 중에 음악을 하고 있는/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어느새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육과 경쟁의 모순들을 다시 한 번 문제제기하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경쟁을 벗어난 삶, 꼭 승자가 아니더라도 매순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안합니다.당신이 콘서트에 함께 해주실 것을!

고통 받고 있는 청소년/청년들에게 위로를 넘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에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학업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인한 고교생들의 자살. 등록금을 내지 못해 목숨을 끊은, 취직을 하지 못해 세상을 등진 우리의 청춘을 위해서.

잘못된 교육과 환경이 그들의 삶과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검은 싸인 펜은 끝없이 OMR CARD 위에 자살자 숫자를 마킹할 것입니다.

함께 만듭시다. 가방끈의 길이를 잴 필요 없는 투명가방끈의 세상을 !



* 콘서트 후원계좌 : 제일은행 577-20-127407 김동혁 (투명가방끈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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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1. 11. 16. 01:21

[나의 대학거부] 내가 배우고 느끼고 싶은 것

고예솔


나는 지금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고3이다. 학년으로 고3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초등학교 졸업이 내 학력의 전부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학력인정이 안 되는 학교라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중․고졸 검정고시를 보지 않을 것이고 대학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하면서 그런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은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직 청소년에 대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분위기는 여전하다. 올해 초 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에 참여했다.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서명이 아니라 유권자의 서명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청소년 인권에 대한 생각들을 들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례를 제정해 반인권적인 행동에 대한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의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이 되는 입시 위주의 무한경쟁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입시거부 모임에 함께하게 되었다.

간디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에 대해 별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학이란 가면 가는 것이고 안가면 안 가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게 행복한 것이다. 결과를 위해 과정을 희생하지 마라. 대학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우리는 이렇게 6년간 배워왔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친구들은 나의 대학입시 거부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격려도 해 주었지만 동참하려 하지는 않았다. 나 자신은 무한경쟁 입시제도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것일까. 하지만 좋든 싫든 학벌만으로 평가받는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있는 한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학입시 따위랑은 전혀 관계가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도 19세 혹은 고3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 무언가 압박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낮에 학교나 학원이 아닌 곳에 있는 나를 뭔가를 포기한 사람쯤으로 취급하곤 한다.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획일적인 삶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나의 삶은 대학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런 질문 속에 지내다보면 나도 대학엘 가야하는 것 아닐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먹고살 수나 있을까? 하는 압박감으로 초조해지기도 한다. 무한경쟁 교육 속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있다고 할 수 있는 내가 이정도로 압박을 느끼는데 그 속에 살아온 아이들이 느끼는 압박은 얼마나 심할까 싶었다. 그런 압박감 속에서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교사들도 학생들도 대학에 매여 있는 사회

학교 현장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환경 또한 마찬가지 이유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은 민주사회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민주적 인간이 되는데 필요한 소양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벌 위주의 사회 속에서 보다 나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학교는 대학만이 목표인 것처럼 학생들을 몰아세우고 그 속에서 인권을 논의 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논의로 치부된다. 교사들 또한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얼마나 보내는가로 능력이 평가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을 경쟁으로 몰아세우고 권위적으로 억압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 십년 후의 행복을 위해 십년동안의 시간을 공포와 초조함으로 가득 채우고, 마음을 나누어야 할 친구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삶을 낭비하는 것이다. 삶의 가치는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매순간 순간이 모여서 미래가 되는 것인데 미래에만 의미를 두고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을 나는 살고 싶지 않다. 그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십년이 지나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행복이 찾아올까?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학벌을 거부한다는 것은 사실 불안한 일이다. 대학졸업장이 없으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이 사회에서 초졸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지금까지 보호 아래 살던 내가 이 문제 많고 험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더군다나 사회가 요구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걷고자 한다는 것이 두렵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은 대학을 목적으로 한 그런 공부가 아닌데 그것 말고 다른 배움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는 건 이 사회의 어딘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꿈들이 존중되고 그들이 다양한 선택을 당당히 말하고 꿈 꿀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대학을 가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대학은 지금처럼 학벌로 줄 세우는 사회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에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학교 현장에서나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청소년들의 인권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이 운동은 입시위주 교육이 낳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문제제기라고 봐주면 좋겠다. 문제 당사자인 청소년들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대안을 찾고 교육의 진정한 목표를 찾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이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교육의 목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답을 다시 찾아나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나는 졸업을 하고나면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로 살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귀농할 생각이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학졸업장을 따는 일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이 아니라도 이 세상에는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이 많고 거기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고예솔 님은 대안학교를 다니며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수정 삭제
인권오름 제 274 호 [기사입력] 2011년 11월 08일 15: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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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1. 11. 10. 09:58

[나의 대학거부] 내가 배우고 느끼고 싶은 것

고예솔

나는 지금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고3이다. 학년으로 고3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초등학교 졸업이 내 학력의 전부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학력인정이 안 되는 학교라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중․고졸 검정고시를 보지 않을 것이고 대학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하면서 그런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은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직 청소년에 대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분위기는 여전하다. 올해 초 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에 참여했다.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서명이 아니라 유권자의 서명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청소년 인권에 대한 생각들을 들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례를 제정해 반인권적인 행동에 대한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의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이 되는 입시 위주의 무한경쟁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입시거부 모임에 함께하게 되었다. 

간디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에 대해 별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학이란 가면 가는 것이고 안가면 안 가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게 행복한 것이다. 결과를 위해 과정을 희생하지 마라. 대학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우리는 이렇게 6년간 배워왔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친구들은 나의 대학입시 거부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격려도 해 주었지만 동참하려 하지는 않았다. 나 자신은 무한경쟁 입시제도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것일까. 하지만 좋든 싫든 학벌만으로 평가받는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있는 한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학입시 따위랑은 전혀 관계가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도 19세 혹은 고3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 무언가 압박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낮에 학교나 학원이 아닌 곳에 있는 나를 뭔가를 포기한 사람쯤으로 취급하곤 한다.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획일적인 삶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나의 삶은 대학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런 질문 속에 지내다보면 나도 대학엘 가야하는 것 아닐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먹고살 수나 있을까? 하는 압박감으로 초조해지기도 한다. 무한경쟁 교육 속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있다고 할 수 있는 내가 이정도로 압박을 느끼는데 그 속에 살아온 아이들이 느끼는 압박은 얼마나 심할까 싶었다. 그런 압박감 속에서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교사들도 학생들도 대학에 매여 있는 사회

학교 현장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환경 또한 마찬가지 이유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은 민주사회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민주적 인간이 되는데 필요한 소양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벌 위주의 사회 속에서 보다 나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학교는 대학만이 목표인 것처럼 학생들을 몰아세우고 그 속에서 인권을 논의 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논의로 치부된다. 교사들 또한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얼마나 보내는가로 능력이 평가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을 경쟁으로 몰아세우고 권위적으로 억압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 십년 후의 행복을 위해 십년동안의 시간을 공포와 초조함으로 가득 채우고, 마음을 나누어야 할 친구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삶을 낭비하는 것이다. 삶의 가치는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매순간 순간이 모여서 미래가 되는 것인데 미래에만 의미를 두고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을 나는 살고 싶지 않다. 그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십년이 지나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행복이 찾아올까?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학벌을 거부한다는 것은 사실 불안한 일이다. 대학졸업장이 없으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이 사회에서 초졸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지금까지 보호 아래 살던 내가 이 문제 많고 험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더군다나 사회가 요구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걷고자 한다는 것이 두렵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은 대학을 목적으로 한 그런 공부가 아닌데 그것 말고 다른 배움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는 건 이 사회의 어딘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꿈들이 존중되고 그들이 다양한 선택을 당당히 말하고 꿈 꿀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대학을 가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대학은 지금처럼 학벌로 줄 세우는 사회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에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학교 현장에서나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청소년들의 인권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이 운동은 입시위주 교육이 낳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문제제기라고 봐주면 좋겠다. 문제 당사자인 청소년들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대안을 찾고 교육의 진정한 목표를 찾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이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교육의 목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답을 다시 찾아나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나는 졸업을 하고나면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로 살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귀농할 생각이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학졸업장을 따는 일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이 아니라도 이 세상에는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이 많고 거기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고예솔 님은 대안학교를 다니며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수정 삭제
인권오름 제 274 호 [기사입력] 2011년 11월 08일 15:54:50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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