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0. 12. 9. 16:07

우리, 사랑 좀 하자!

청소년 연애 탄압을 반대한다

우걱우걱



성적 자기결정권, 공부 좀 하세요.

누 군가를 사랑하고, 그와 손을 잡고, 포옹하고, 키스하고, 섹스 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갖가지 같잖은 것들이 10대의 연애를 외설로 취급하며 열심히 짓밟는다. 그 중 하나인 억압적인 교칙들을 까발리기 위해 11월 16일에 서울에서 청소년연애탄압실태 보고회를 가졌다. 나름 성공적으로 어이없는 교칙들을 고발했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어라?

위 사진[설명] 11월 16일 청소년연애탄압실태 보고회


한 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고등학생 정도라면 건전한 이성교제는 가능하다고 본다. 또 이성교제와 관련된 학교 학칙들이 워낙 과거에 제정된 것이 많아 시대 흐름에 맞춰 학교 운영위 등에서 충분히 재 논의될 필요가 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과도한 걸 요구하는 학생들이 권리에 따른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라고 덧붙였다. (출처 시사인 http://bit.ly/fAlolS ) "교칙이 과하긴 하지만 청소년의 사랑에는 당연히 제한이 있어야지."하는 투로 기사 쓰는 기자들과 이런 발언하는 관계자 님들- 성적 자기결정권이 무슨 뜻인지는 아시는지 모르겠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처럼 소극적인 권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누구나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자신의 성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특정 집단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손잡았다고 벌점 주고, 섹스하면 퇴학시키고, 이런 게 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심지어 성폭력에 이성교제를 포함시킨 무개념 학교들이나 '자발적 성관계'를 처벌대상으로 명시한 학교들(압구정고등학교, 당곡고등학교 등)도 있으니 말 다했다. 본인이 한 “고등학생 정도라면 건전한 이성교제는 가능하다고 본다.” 라는 말에서 고등학생, 건전한 등의 단서까지도 모두 성적 자기결정권에 어긋난다는 것을 김 대변인은 과연 알 리가 없지 에휴.


청소년이 아니라 이 사회에게 의무가 있다



이 딴 식으로 연애에 있어 청소년을 비청소년과 다른 무인권적 존재로 다룰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핑계는 공부와 임신이다. 한국에는 아직도 모든 청소년의 본분은 입시공부이고, 그것을 방해할 소지가 있는 공부 외의 모든 일은 본인들의 미래를 위해 통제되어야 한다고 믿는 소름 돋는 사람들이 있다. 결코 청소년들 다수가 승리할 수 없는 경쟁교육의 구조 자체는 물론, 주거비용이 솟구치고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만 늘어나는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교복 입은 청소년이 손을 잡고 있거나 키스라도 할라치면 엄청난 분노를 표출한다. 학생-청소년들이 무슨 공부하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들을 멍청하거나 찌질 한 사람들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임신 운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조금 더 짜증난다. 물론 임신이고 뭐고 순수한 ’우리 아이들'이 손잡고, 껴안는 걸 그냥 뒀다가 같이 잠이라도 자면 어쩌냐!...그런 더럽고 입에도 올릴 수 없는 일을!(....우리들도 그래서 태어난 아이들인 게 분명한데......음.....) 식으로 섹스라는 말만 나와도 벌벌 떠는 이상한 인간들이 있다. 그 한편에 그러다 임신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냐, 관계에는 권리만 있을게 아니라 책임도 있다고 중얼대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말한 교총 대변인 같은 인간들이다. 역시 다 권리에 대한 몰이해가 부르는 발언이다. 애초에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야 책임도 운운할 수 있는 법이다.

위 사진[설명] 11월 16일 청소년연애탄압실태 보고회


청 소년은 직접적으로 교칙에 의해 연애를 탄압받는 것은 물론,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사랑할 권리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피임교육과 피임기구 제공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임신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공포를 갖는 것이 자기결정권에 중대한 침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결정권을 제대로 보장하게 된다면 학습노동에서 자유로운 시간, 데이트 할 장소, 피임에 대한 지식과 도구, 임신 후 출산 결정시에 각종 지원 등을 포함한 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대체 청소년에게 무슨 책임과 의무를 요구할 여지가 있는가? 당신들이 근대적인 마인드로 '허용'해 주겠다는 소꿉장난 같은 연애뿐 아니라, 섹스와 출산을 포함한 사랑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애초에 우리가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부끄럽게도 권리와 책임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청소년들의 연애와 성행위를 금지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임신·출산을 했을 때 필요한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한 번에 다 해달라고 하지 않겠으니, 우선은 방해하지나 말아 달라. 우리, 사랑 좀 하자.

덧붙이는 글
우걱우걱 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연애해온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 입니다.
수정 삭제
인권오름 제 230 호 [기사입력] 2010년 12월 08일 17:14:21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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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신후 출산 결정시'라는 말은 임신 중절도 가능하단 얘긴가요? 임신이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출산으로 연결되는 것이고, 그것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행위는 당연히 살인 행위입니다. 아마 그런것을 긍정하는 뜻으로 쓰신 말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청소년은 물론 모든 인간은 말씀하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권리는 언제나 무한히 누릴 수 있는게 아니라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서 제한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사랑,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수준의 논리밖에는 말하지 못 하겠죠. 청소년들의 연애, 이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의 섹스. 여기선 이야기가 다르죠. 완벽한 피임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섹스는 언제나 임신 가능성과 함께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그럼, 그 임신으로 인해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은 어떻게 할거냐는 문제가 생겨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할겁니까? 나라가 임신과 출산에 대해 지원해주면 되지 않냐구요? 현실을 보죠.

    생판 모르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도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에 책임지고 지원을 해야한다고 하셨죠? 현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구요. 그런데 왜 당사자들의 부모들은 그 지원을 해주지 않습니까? 또, 당사자들은 그것을 왜 부모에게 요구하지 않습니까? 사랑의 결실로 생긴 새 생명에게 안정적인 생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당장 자력으로 힘들다면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왜 그런 사례는 정말 보이질 않나요?

    제가 아는 가장 흔하지만 가장 나쁜 청소년 성 경험의 실체는 한 쪽의 강요와 관계 유지를 위한 한 쪽의 희생입니다. 주로 희생하는 쪽이 여자 아이라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겠죠. 전 당연히 그런 부분은 강간과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임신을 전후로 해서 깨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게 사회 탓이라고 하시렵니까?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시렵니까?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하시렵니까? 저는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렵니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이 그 결실을 맺었다는 이유로 부담되고 떠나야 하는 사람으로 변한답니까?

    또, 청소년의 모든 연애가 사랑은 아니죠. 성인도 다르지 않지만 때로는 연애를 위해 사랑도 만드는 것이 현실이죠. 그러니 '우리도 사랑좀 하자'같은 말은 쓰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10.12.11 0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샤펜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왜 청소년에게만 그러시는거죠? 어른들이라고 다 준비된것 아닙니다. 충분히 그런 사례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왜 비판하지 않으시는겁니까?

      2010.12.12 13:43 [ ADDR : EDIT/ DEL ]
    • 샤펜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순순히 해주시긴 하나요? 안그런 경우가 대다수일텐데요. 그리고 청소년이 출산해서 아이때문에 열심히 살려고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티비에서 여럿봤습니다. 혹시 님이 못보신건 아니시고요?

      2010.12.12 13:45 [ ADDR : EDIT/ DEL ]
    • 클린앤

      우리나라는 여성청소년이 임신후 출산을 했을때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수없는 구조죠. 태아의 생명권도 있겠지만 여성에게 임신의 모든책임을 돌리고서는 '살인자'라고 하는건 위선인거같습니다. 임신은 남성에게도 책임이 있는거고 이사회가 원하는노동력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나라에도 책임이 있는거겠죠.

      실제로 프랑스같이 유럽국가에서는 청소년들의 임신과 출산을 국가에서지원하고있습니다. 동거 결혼까지도 지원을 합니다. 걔네는 돈이 많아서 그런다고 할수도있지만 유럽에서 청소년의 복지정책은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을시점부터 준비하고 시행했습니다. GDP 2만달러인 우리나라가 돈이없어서 못한다는건 말이 안되죠.

      나쁜청소년의 성경험이라고 하셨는데 그건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닌거같네요;; 그리고 모든 연애가 사랑이 아니라고하시는데 그건 너무 주관적인 말씀같고 사랑이라는 것의 기준이머고 어디까지 사랑을 보냐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인거같습니다..

      2010.12.12 14:52 [ ADDR : EDIT/ DEL ]
  2. 아직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청소년들이 성지식을 잘 알지 못하는 것 자체가 청소년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말에 십분 공감을 합니다. 청소년의 사랑, 그리고 섹스가 일방적으로 탄압당하는 것도 인권 침해의 유형이라는 점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지적해주신것처럼 아직 청소년들의 성을 지킬 수 있는 교육이나 기구가 전무한 상태에서 그냥 우리 자유롭게 사랑을 하게 해달라, 또는 조금 더 극단적으로 우리도 성관계를 자유롭게 갖게 해달라 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어른들이 무조건적으로 연애를 못하게 규칙을 정해놓는 것도 문제지만 그냥 손 놓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나서서 청소년들의 연애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도움을 주자는 것이지요.

    2010.12.11 14:31 [ ADDR : EDIT/ DEL : REPLY ]
    • 어른들과 청소년의 경우가 어떻게 다른건지요?
      어른이라고 해서 성교육을 받고 성지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인데

      2010.12.12 12:05 [ ADDR : EDIT/ DEL ]
    • 홍도봉

      청소년과 어른 둘중에 어느쪽이 더 성지식이 많을까요?^^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계속해서 시대에 맞춰서 변화되는 성교육을 받는 학생들과 성교육받지 않고 조금씩 까먹어가는 어른 그 사이에 누가 더 잘 알고있을까요

      2010.12.12 12:38 [ ADDR : EDIT/ DEL ]
    • 클린앤

      청소년들의 연애의 올바른 방향은 어디일까요 ㅇ.ㅇ;; 그리고 어른들이 손놓고 관심을 가지지 말아야하지않을까요 ^_^? 청소년이 미성숙하고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보는 보호주의적관점인거같네요

      딱히 성관계를 위험하게 볼것도없을거같네요. 기본적인 성교육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요

      2010.12.12 14:56 [ ADDR : EDIT/ DEL ]
  3. 다래우리

    이 문제는 어른과 청소년을 구분하지 않는것, 그것이 주요한 논제가 되어야 할것. 이 문제를 단지 청소년의 교제문제로만 국한시킬경우, 문제는 끝이 없을것. 김예슬이 고대를 나가며 말하던게 있었음. "우리는 충분히 래디컬한가", 이 문제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건, 이문제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래디컬한가"

    2010.12.13 03:17 [ ADDR : EDIT/ DEL : REPLY ]

걸어가는꿈2009. 9. 6. 13:50


오답승리의희망11호, 커져버린스토리로 넣으려고 쓴 글. 원래 '불건전' 이야기랑 '이성'교제 이야기를 따로 나누려고 했는데
쓰다보니까 한 맥락에서 다루게 되었다. 투덜리즘은 다른 사람이 쓰기로 했다.





  ‘불건전’한 ‘이성’교제와 오지라퍼들


  길을 걷다가 포돌이가 방긋 웃으며 “청소년선도”를 외치고 있는 알림판을 본 적 있는가? 거기에서 ‘학교폭력’ 운운하며 폭력이나 강도질 같은 것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경찰이 이야기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그 알림판에 써있는 청소년들의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근절하자는 글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성폭력이나 성매매가 아닌 이상은 형법상 처벌 조항이 있을지조차 의문인(만13세 이상의 경우 성폭력이나 성매매가 아닌 한 처벌하기는 어렵다. 하긴 한국 경찰이 언제 법을 그리 잘 알고 지켰겠냐만) 청소년들의 이성간 연애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관심이 많으시다니, 대한민국 경찰들은 좀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으신 것 같다.

  오지라퍼라고 하면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게 학교다. 많은 학교들에서 학생들의 연애에 대한 관심이 넘쳐서 때로는 학교 규정에 학생들의 연애에 대한 규칙들을 마련해놓고 있다.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금한다거나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면 징계한다는 식의 규정은 차라리 형식적인 애교로 보인다. 동아리 안에서 이성교제를 하다가 소문이 나거나 뭔가 가십거리가 생길 경우 해당 동아리를 폐쇄한다는 학교, 어깨에 손만 올려도 처벌하는 학교, ‘남녀칠세부동석’의 현대판이라도 되는 양 여학생 남학생 단 둘이 한 방에 있기만 해도 처벌한다는 학교… 아주 각양각색으로 오지랖을 과시한다.



  경찰과 학교 말고도 널린 게 오지라퍼들이다. 부모, 가족, 교과서, 미디어…. 모두가 청소년들의 성과 연애에 대해서 ‘선도’하지 못해 안달이다. 집에서는 좀만 늦게 들어오면 추궁하고, 청소년들의 첫 성경험 나이를 조사하고, ‘건전한 이성교제’를 위한 가이드를 교과서가 제시하는 세상인 것이다. 쯧쯧.



‘불건전’의 조건

  대체 저들이 말하는 ‘불건전’한 연애란 무엇일까? 알기 쉽게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


  불건전① 입시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

  대한민국의 청소년들 중 다수(학생. 특히 대다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 상당수 전문계고 학생, 중상위권 중학생이나 초등학생들.)는 ‘입시공부하는 기계’가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사랑과 연애가 성적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네 어쩌네 아무리 떠들어도, 사랑놀음에 푹 빠져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아무래도 추락하는 성적에는 날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공산이 크다. 거기다가 어쩌다가 싸우거나 헤어지기라도 하면 즉각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거다.
  그래서 ‘불건전’한 연애의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입시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연애에 있어 어느 정도가 입시공부에 방해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가정마다, 학교마다, 지역마다 그 기준이 다양하다. 연애 그 자체가 입시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쪽에서부터 연애를 하되 공부시간을 줄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시간을 할애한다면 괜찮다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인 것이다.
  사랑하는데 연애를 할 수 없어서 느끼게 되는 상실감이 성적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는 지적에도 그들은 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건 절대로 연애를 규제하거나 방해하는 사람들 탓이 아니라 감히 사랑(짝사랑 포함)이란 감정을 품은 년놈들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잠깐 앓고 넘어가는 게 낫다는 식으로 말하기까지 한다.

  이 ‘불건전’을 규제하기 위한 학교/가정의 행태 중 한 변종은 학생들 사이에 일종의 신분제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 공부 못하는 학생과 사귀는 건 공부 잘하는 학생의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안 된다. 모범생/우등생들끼리 사귀는 건 뭐 다소 제한은 있지만 일단 허용된다. 공부 못하는 애들끼리 사귀는 것도 금지한다.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고, 연애할 시간에 공부나 하게 한다. 등등… 실제로 학생부장 교사가 이런 식으로 학생들의 연애에 직접 간섭하고 어떤 연애는 되고 어떤 연애는 안 된다고 ‘허가/불허’를 해대는 학교도 있다. 일종의 성적에 따른 카스트 제도인 셈이다. 저러면서 어떻게 ‘민주공화국’의 교사로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가지만, 그런 교사들이 한둘이 아니다보니 이제는 저런 교사가 그리 이상하지 않게 보일 정도다.


  불건전② 임신의 위험이 있는 것

  두 번째로, ‘불건전’을 판별하는 기준은 바로 성적인 신체 접촉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임신 위험이 있는 이성간 섹스, 또는 섹스로 자연스레 연결될 위험성이 있는 애무와 패팅, 딥키스 등의 스킨쉽이다.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에 종속된 존재이고, 이런 청소년들이 덜컥 임신이라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거나 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용납받기 힘든 일이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따라서 이런 규범을 넘어 탈주하는 ‘난감한’ 상황을 막고 청소년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불건전’의 딱지를 붙여가며 청소년들의 연애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 역시 사람마다, 가정마다, 학교마다, 지역마다 기준이 다양하다. 여하간 임신만 안 하면 문제삼지 않는다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경우(드물다)에서부터 가벼운 키스까진 괜찮다는 입장, 아예 단 둘이 있는 모든 야릇한 상황과 팔짱끼는 것까지 안된다는 ‘남녀칠세부동석’식 입장까지…. 광주의 모 고등학교는 여남 사이에 ▲손을 잡는다 ▲장난으로 때리고 잡고 꼬집는다 ▲머리를 쓰다 듬는다 ▲어깨동무 한다 ▲머리를 맞대고 있다 ▲몸에 손을 댄다 ▲어깨에 손을 댄다 ▲상대의 입에 과자나 음식물을 넣어 준다 ▲교실, 레슨방에서 단 둘이 있을 때 문을 잠그고 있다 ▲의자에 앉을 때 가까이 앉는다 등 10가지 행위를 금지하고, 걸리면 벌점을 준다고 해서 한때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기준이 강력하게 적용되면 이건 “우리 사랑은 정신적이고 깨끗한 거예요.”라는 식의 ‘플라토닉 러브’만이 인정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여성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적인 ‘순결’ 이데올로기와도 연관되어 있다.


  불건전③ 사회적 ‘상식’을 위협하는 것

  이상의 두 가지 이유가 가장 주된 이유이긴 한데, 동시에 우리는 이 둘만 놓고 보면 하나의 논리적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초등학생이나 유치원 나이의 청소년들 중 상당수는 이 두 가지 ‘불건전’ 기준에 걸리지 않고 연애와 성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렇지 않은가? 초등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입시공부의 압박을 덜 받는다.(요즘은 점점 그렇지도 않게 되어가는 추세지만) 그리고 아직 초경을 시작하지 않은 0~11세 정도의 여성 청소년들은 임신 위험도 거의 없다. 신체적 성장의 정도 등을 고려하더라도 9~13세의 청소년들은 연애와 성행위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논리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이 사회는 초등학생들이 성행위를 한다고 하면 발칵 뒤집히고 만다. 지난번에 대구의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집단 성폭력/성행위 사건에 대해서 이 사회가 과연 “이런 집단적, 상습적 성폭력이 저질러지다니!”하고 반응했던가? 물론 이런 반응도 있었지만 나는 “어떻게 초등학생들이 성행위를! 말세야 말세…”하는 반응도 꽤 많이 봤던 것 같다.
  이 사회는 아동/청소년들을 통제하는 한 방식으로 아동/청소년들은 순수하고 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편견을 ‘상식’으로 만들어왔다. 요즘에 나온 『이팔청춘 꽃띠는 어떻게 청소년이 되었나』라는 책을 보면, 청소년들의 성욕과 성적 에너지를 통제하여 조국 근대화와 국력 신장에 쏟아넣게 하려는 역사적 시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키기 위해서 이 편견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모든 아동/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행위는 금지되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연애를 보면서 “귀엽네 초딩 짜식들”하는 반응을 보일진 몰라도, 초등학생들이 서로 애무를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그것이, 이 사회 오지라퍼들의 수준인 것이다.



‘이성’ 교제?





  “불건전한 이성교제”라는 말 속에는 ‘불건전’의 문제 말고도 ‘이성’교제의 문제가 있다. 왜 연애, 사랑, 성애(性愛)적인 관계를 굳이 “이성교제”라고 부르는 걸까? 그건 아마도 그 관계가 성적인 것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여성과 남성이 친구로 사귀는 것이라는 식의 뉘앙스를 주고 싶어서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 표현 자체에서부터 이미 왕따당하는 사랑이 있다. 바로, ‘동성애’다.

  동성애에 대한 왕따는 앞서 언급한 ‘불건전’성과는 또 다른 맥락이 있다. 사람들이 동성애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혐오하고 배척하거나, 무시하고 입에 올리지 않거나. 평소에는 무시하는 태도가 압도적이다. 동성애는 ‘연애’나 ‘사랑’을 얘기할 때 아웃오브안중으로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취급을 받기 쉽다. “이성교제”, “남녀관계”, (여자에게) “남자친구”, (남자에게) “여자친구” 등 온갖 말들 속에서 우리는 동성애를 아예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건 가정이건 사회건, 동성애를 항상 무시할 수는 없다. 동성애는 현실에 존재하니까 말이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동성애적 경향이 존재한다는 식의 연구결과들도 있다는데,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한국 인구의 최소한 5%쯤은 동성애자일 것이다. 5%가 가볍게 들릴지 몰라도 그 말은 학생수 1000명인 한 학교에서 50명은 동성애자라는 뜻이다. 정희진 씨는 “거의 모든 사회에서 장애인과 동성애자는 각각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한다.”라고 하기도 했다.
  존재하는 동성애를 때려잡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 종교, 폭력, 학교의 통제, 법적 제재, 그리고 때로는 정신의학이다. 일부 학교들은 ‘이반검열’이라고 하여 머리를 짧게 깎은 여학생, 또는 여학생과 연애를 하는 기미가 보이는 여학생 등에게 벌점을 주고 처벌을 하는 차별과 폭력을 저질렀고, 학교 안에서 교사나 다른 학생들에 의한 차별, 폭력도 존재하고 있다. 자식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체벌을 하다가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 이야기도 있다. 청소년보호법은 2004년까지는 동성애 관련 컨텐츠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분류하고 통제했다. 동성애는 저 오지라퍼들에게는 너무나도 ‘불건전’해서 아예 입밖에 내지조차 말아야 하며, 어쩌다가 그 존재가 확인될 때는 가차없이 때려잡아야 하는 존재라도 되는 걸까.


  따져보면 동성애라고 해서 이성애에 비해 특별히 문제가 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임신할 걱정이 없으니까 더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동성애를 무시하고, 때려잡으려고 난리를 치는 것일까? 여성 1명 남성 1명이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 가족제도를 절대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유교적인 관념으로, ‘대를 잇는’ 가문을 위해? 기독교의 영향 때문에? 저출산에 대한 공포?
  글쎄 동성애에 대한 오지라퍼들의 차별이 워낙 비합리적인 구석이 많아 보여서, 나로서는 그 속내를 다 알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이런 그들의 폭력적인 오지랖 덕분에, 동성애자 청소년들은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청소년’의 연애와 성적 행위에 대한 차별을 한꺼번에 감내해야만 한다는 것. 그런 당신들 덕분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정작 불건전한 건

  청소년들의 연애가 불건전하다고? 글쎄… 내가 보기엔 그건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기계 ― 우등모범생을 벗어나는 걸 용납 못하기 때문이거나, 청소년들에게 사회경제적인 능력을 빼앗고 학교와 가정에만 갇혀 살아야 하고, 청소년들에게 성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는 현재 사회의 문제인 것 같다. 즉, ‘불건전’한 건 현재의 사회랄까. 심플하게 말해서 연애하다가 성적 떨어지면 아 살면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덜컥 임신이라도 하면 아 낳아서 잘 기를 수 있게 해주거나 입양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걸 허용하고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회가 '불건전'한 거다.

  아니면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알고 성적인 즐거움을 누리고 좀 더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면 안 되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예를 들자면 자본과 국가의 음모라거나…?




추신 : 근데 말이지, 솔직히 나는 대체 저 오지랖 넓은 족속들이 무슨 자격으로 ‘불건전’ 운운하는지를 모르겠다. 내 눈에는, 경제적 조건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거가 주된 이유가 되어서 결혼하고 성관계를 가지는 것, 성매매하는 것, 외모지상주의, 그런 게 훨~씬 더 ‘불건전’해 보이거든?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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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래 불건전을 소리 높여 운운하는 사람들이 정말 '불건전'한 법이라죠.

    2009.09.07 13:1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