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냉소적으로 말하면

공현 2013. 9. 2. 13:05

통합진보당에 대해 이런 이야기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법적 처벌과 무관하게, 공당으로서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그 사상은 소위 진보진영 또는 넓게는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통합진보당은 정치적으로 국회 등 정치계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통합진보당 전체에 대해서든, 통합진보당 내의 일부 극단적으로 북한정권에 친화적인 분파에 대해서든, 이런 주장은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그러나 난 이런 입장들에 대해서조차 회의적이다.

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객관적 기준들 -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에 관한 기준이나 헌법의 정신 등 - 에 비추어 볼 때,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대체 공당으로서 신뢰를 받을 수 있고 합리적인 공존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공당들이 몇이나 될까?
세계인권선언과 그걸 구체화시킨 국제인권협약들의 기준조차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당들, 학생인권이나 병역거부나 노동3권이나 차별금지법 등을 대놓고 적대시하는 정당들, 약자에게 불리한 입법을 하고 착취자, 강자들을 비호하면서도 뻔뻔하리만큼 당당한 정치인들, 평화주의/침략전쟁부인 등의 원칙을 무시하는 군사주의적 정당과 정치인들.
그런 사람들이 다수인 곳이 대한민국 국회이고 정부이며 사회이다.

나는 그들 모두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못한다. 하더라도 허황된 주장이 될 걸 뻔히 아니까. 그래서 난 어쨌건 그들과 싸우면서도 '공존'할 방법을 찾아나간다.

거기에 좀 '진보'라고 이름은 내세우지만 실상은 군사주의적이거나 주체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이 몇몇 추가되는 게 내 입장에서 과연 얼마나 다른 일일까? (어차피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진 않으므로.)

그리고, 반인권적이고 군사주의적인 다른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퇴출시키라고 진지하게 주장하지 못한다면,
통합진보당의 일부에 대해서만 그런 주장을 하는 게 결국 권력관계에 기대어 '종북'과 '빨갱이'의 낙인에 기대어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신자유주의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기에 실제보다 덜 나빠 보이는 것뿐 아닌가?

통합진보당이나, 그 안의 일부 극단적 집단이 과연 친지배계급적이고 뻔뻔한 정치인들이나 비청소년 중심적 꼰대들보다 더 해로운가? 오히려 덜 해롭지 않나?

한줄 요약 : 어차피 국회든 정부든 같이 못 살 것들이 다수인데 성격이 좀 다른 것들이 추가된 게 밝혀졌다고 거기에만 열내는 이유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