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239

체벌거부선언문

체벌거부선언문 두려움 체벌이라고 하면, 벌써 십수년 전 일이지만 중학교 과학 수업 중 정기적으로 돌아오곤 했던 일종의 즉문즉답 시간이 떠오르곤 한다. 과학 교사가 학생 1명 1명에게 그 전 시간까지 배운 것 중에 아무거나 질문을 하고, 5초 안에 대답을 못 하면 손바닥을 맞는 시간이었다. 대답을 더듬거리거나 한 음절 틀리기만 해도 손바닥을 맞았다.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질문을 받고 5초 안에 대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뇌를 작동시켜야 했던 시간, 그 두려움과 조바심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 시간만 되면 교실 안의 공기는 마치 손에 잡힐 듯 목에 걸릴 듯 팽팽해지곤 했다. 공기의 밀도가 바뀌었을 리는 없으니 그저 내가 숨을 제대로 못 쉴 만큼 긴장했던 것뿐이겠지만.우스운 것은 반 이상의 학생들..

걸어가는꿈 2018.11.30

'실수'가 보여주는 것

문재인이 jtbc 토론회에서 홍준표의 "동성애 반대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럼요." "반대합니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습니다."(심지어 문맥상으로는 '인정'하지도 않는다.)라고 발언한 게 시끄럽다.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는지 갖고서도 말이 많아서, 동영상을 직접 보면서 받아 적었다. 아래와 같다. 홍준표 "그럼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군 동성애는 이 국방 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 거기는?" 문재인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준표 "그렇죠?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반대하지요." 홍준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그럼요." 홍준표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 파티도 서울, 그, 그 앞에서 하고 있는데? 서울시청 앞에서?" 문재인 "서울 광장을 사용..

걸어가는꿈 2017.04.27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1995년부터 청소년(인권)운동의 역사를, 참여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한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가 나왔습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저와 둠코 님이 공저했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청소년운동과 청소년활동가들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 과거에 청소년운동에 참여&관여했던 분들 - 앞으로 청소년운동을 하실 분들 - 학생인권조례 등이 만들어진 맥락과 역사가 궁금하고 조사해야 하는 분들 - 소수자 인권 운동이 만들어지고 발달하는 사례와 과정을 연구하고 싶은 분들 YES24 http://www.yes24.com/24/Goods/31090355?Acode=101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1320221 청소년 벗 인물로 ..

걸어가는꿈 2016.09.11

[나이주의와 청소년인권] 우리 사회의 청소년혐오

[나이주의와 청소년인권] 우리 사회의 청소년혐오 쥬리 ‘청소년혐오’, 아마 당신이 처음 들어보는 말일 것이다. 소수자 집단에 대한 사회적 대우를 명명하는데 사용하는 용어로는 혐오, 차별, 배제, 폭력, 낙인 등이 있다. 모든 소수자 집단이 혐오와 차별과 배제와 폭력과 낙인을 겪고, 이 용어들의 의미는 종종 중첩되지만, 집단에 따라 그 양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특히 어떤 집단에 대한 어떠한 대우는 특정한 용어로 명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거나 그 본질을 드러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혐오'로 명명되어 분석된 적이 아직 한국에서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청소년을 비하·경멸하고 공포스러운 타자로 간주하는 문화는 청소년혐오로 해석되어야 한다. 청소년에 ..

걸어가는꿈 2016.07.06

[나이주의와 청소년인권] 청소년 억압의 뿌리, 나이주의를 발견하다

[나이주의와 청소년인권] 청소년 억압의 뿌리, 나이주의를 발견하다 필부 청 소년인권운동은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나이주의’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사실 나이주의(Ageism)라는 개념은 노인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에서부터, 그리고 페미니즘에서까지 사용되던 개념이다. 청소년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며 ‘한 우물만 파는 모임’인 우물모임에서는 지난 1년 여 동안 나이주의에 대해 자료를 찾고 토론하며 청소년운동이 이야기하는 나이주의가 어떤 것인지 정리했다. 그 결과 중 일부를 인권오름을 통해서 공유하고자 한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이 사회에 여러 가지 도전을 했던 청소년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을 강요하는 일을 중단시키기 위해 헌법 소원..

걸어가는꿈 2016.06.23

[공현의 인권이야기] ‘소비자’의 권리를 넘어서

[공현의 인권이야기] ‘소비자’의 권리를 넘어서 공현 학생이 소비자여야 하는가 아닌가 “우리가 교육의 소비자인데 학교/교사가 우리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야?” 학생인권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만나는 학생들 사이에서 간혹 듣게 되는 말이다. 사실 그렇다. 교육을 ‘서비스’로 보고, 학교도 ‘교육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수요자(소비자)의 요구에 맞추라고 하는 시장주의적인 교육정책 속에서 학생들이 겪는 현실은 모순적이다. 어느 서비스에서 소비자, 고객을 그렇게 막 대한단 말인가. 물론 답은 명확하다. 어느 대학 총장이 “학생은 피교육자일 뿐”이라고 밝혔듯이, 교육의 그림 속에서 학생들은 소비자가 아니다. 그 친권자‧부모들이 소비자일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은 차라리 ‘상품’에 가까운 위치다...

걸어가는꿈 2016.03.24

[공현의 인권이야기] 청소년운동? 청소년‘인권’운동? 인권, 함께해서 좋지만 또 조금 부담스러운 그것

[공현의 인권이야기] 청소년운동? 청소년‘인권’운동? 인권, 함께해서 좋지만 또 조금 부담스러운 그것 공현 “노동인권운동이라고 안 하고 노동운동이라고 하고, 여성인권운동보다는 여성운동이라고 더 많이 쓴다. 성소수자운동도 그렇고. 그런데 왜 우리는 청소년인권운동이라고 더 많이 쓰지?” 우 리가 하고 있는 운동을 소개할 때면 이런 소박한 의문을 느끼곤 한다. 그냥 단체의 이름에 인권이 들어간다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의 중요한 과제는 “청소년인권운동”이라는 진영을 만드는 일이었다. 2006년 만들어진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그 목표로 “△청소년인권운동 내부의 일상적 소통 강화, △청소년인권운동의 전략 마련과 현안 대응, △청소년인권활동가 역량 강화를 위한 배움터 개설과 연구 작..

걸어가는꿈 2016.02.18

[한겨레 2030 잠금해제] 10년째 두발자유 운동 중 / 공현

[2030 잠금해제] 10년째 두발자유 운동 중 / 공현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88489.html 2005년 5월 다시 한번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청소년운동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도 그해였다. 그래도 그땐 두발자유화가 금방 될 줄 알았다. 헤어스타일은 개인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할 문제이고, 학교들은 규제를 할 그 어떤 합당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으니까. 길이든 색깔이든 머리카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같았다. 같이 활동하던 지인이 “두발자유를 위해 뼈를 묻을 각오가 있느냐”는 낯간지러운 질문을 했을 적에 나는 흔쾌히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정말로 뼈를 묻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걸어가는꿈 2015.04.27

체벌이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

어린이책시민연대 소식지 원고로 청탁받아서 쓴 글이에요 체벌이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체벌금지 관련 현황 UN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해 아동체벌금지를 처음으로 권고한 것이 약 19년 전, 1996년의 일이다. 그 뒤에도 ‘모든 곳에서의 체벌금지’는 한국 정부에 대한 단골 권고 사항 중 하나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도 한국에서 체벌금지 문제는 제대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학교 체벌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김대중 정부에서 학생인권에 대해 최초로 논의를 했으나 교사 등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했고, 오히려 체벌을 정당화하며 체벌 도구 등을 지정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그 뒤 수많은 학교에서의 체벌 사건과 희생자들, 그리..

걸어가는꿈 2015.03.30

[한겨레 2030 잠금해제] 하루 6시간 학습 / 공현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84468.html[2030 잠금해제] 하루 6시간 학습 / 공현"시간에 대한 권리는 곧 자기 삶에 대한 권리이다. 교육제도 속 학생들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면 공교육, 사교육을 가릴 것 없이 장시간 학습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장시간 학습을 ‘교육열’이라며 미화하고 공부를 많이 할수록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는 ‘악습’은 그만두자. 경쟁과 불안의 논리 속에서 늘어나는 학습시간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 학습시간의 상한선에 대한 기준은,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이 그러하듯이, 바로 현실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장시간 학습을 억제하는 장치가 되어줄 것이다. ‘8시간 노동’처럼 언젠가는 ‘하루 6시간 학습’이..

걸어가는꿈 201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