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참세상] 오리걸음 걷는 학생인권 현실...가난할수록 “학교 싫어요”

공현 2013. 10. 1. 23:52

오리걸음 걷는 학생인권 현실...가난할수록 “학교 싫어요”

전국학생인권생활실태, 학생인권조례 시행 여부에 따라 대조적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경제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인권 개선 현실도 오리걸음이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가 1일 발표한 전국 학생인권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 수준이 낮은 학생 47.2%는 “학교에 있으면 숨이 막힌다”고 답했지만 같은 질문에서 경제 수준이 높은 학생은 32%만이 “그렇다”고 답해 경제적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경제 수준이 낮은 학생 56.7%, 높은 학생 35.7%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학교는 학생들을 차별한다”는 데에 대해는 각각 45.1%, 33.6%가 “그렇다”고 답했다.



조사를 공동 진행한 조영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국장은 “공교육 교육복지는 학생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느끼는 차별을 보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데 학교는 실제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는 학교에서 교육복지나 사회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또 학생 인권 현실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언어폭력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한 학생은 42.3%, 체벌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한 학생도 47.0%로 절반에 이르지 못해, 학생 절반 이상이 체벌이나 언어폭력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체벌이 “자주 있다”는 응답과 “가끔 있다”는 응답을 합친 것도 23.2%로, 학생 4명 중 1명은 최근 1년 간 종종 체벌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은 오리걸음이나 손들고 있기 등 신체적 고통을 야기하는 유형이 62.9%, 회초리, 단체기합에 이어 손이나 발을 이용한 체벌도 28.2%로 큰 비중을 가졌다.

교육부가 체벌의 대안으로 권장한 벌점제는 체벌과 병행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대체 효과에 의문을 낳았다. 벌점이 쌓였을 때 기합이나 체벌을 받는다고 답한 학생은 21.9%, 벌점이 쌓여 처벌을 받은 후 가중처벌을 당하거나 벌점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는 경우도 51.2%에 달했다.

학생들은 또 다양한 이유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특별 우대하거나, 외모나 성별, 장애, 임원 출마 여부를 이유로 학생들은 차별받는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공현 활동가는 “성수소자에 대한 차별도 5순위이긴 하지만 청소년들의 자신의 성정체성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13.7%란 수치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설문에 참여한 학생 53.4%는 두발 규제를, 52.7%는 복장규제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해 다수의 학교가 여전히 학생들의 인격권과 개성 실현권을 침해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극히 소수의 학생들만이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알고 있었다. 8.4%는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으나 24.7%의 학생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보장해야 할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다수가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38.3%의 학생은 학생회가 학생들이 교칙을 지키는지 검사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한다고, 38.9%는 학생회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일하는 곳이라고 봤다.

학생인권조례 여부에 따라 인권 침해 차이나...교육부, 전국적 제정 정책에 나서야

그러나 학생인권조례 시행 여부에 따라 학생 인권 현실의 변화가 대조되며 눈길을 끌었다.

광주, 경기, 서울 등 학생인권조례시행 지역과 미시행지역 학생들은 체벌 경험에 대해 각각 58.7%, 39.8%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체벌과 언어 폭력 빈도에 대해서도 각각 8.0%, 17.1%가 거의 매일 당한다고 답해 조례 시행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 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위원장인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교수는 “학생인권조례는 사회적 약자로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역 공동체의 반성과 약속이자 노력”이라며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를 가로 막는 것이 아닌 전국적으로 제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성화고교에 다니는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영서 활동가는 “인권은 아직 교문을 넘지 못했다”며 “학교는 두발 규제를 넘어 학생 복지, 자치 등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81개교 초중고 학생 2,921명에 대해 실시됐다. 95% 신뢰도 수준에 오차범위는 ±1.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