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청소년운동에 후원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공현 2013. 11. 19. 21:08





2005년에 처음 청소년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학교 다니는 중이라고 당장 먹고 사는 걱정은 안 해서, 용돈을 받는 걸 조금씩 모아서, 그걸 털어서 운동에 들어가는 돈을 메꾸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사비를 털어 모아서 ‘청소년자유언론’ <오답 승리의 희망> 같은 신문을 발간하고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 들어가서 청소년운동을 계속 하면서 20대가 되었습니다. 그때 제 마음 속에서 혼자 세워본 목표는 이거였습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몇 년 안에 나한테 상근비를 줄 수 있게 만들어보자." 그때는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제가 그런 마음을 품은 지 어느새 6년이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저는 상근비를 받지 못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전국에 13개의 지역모임들이 있지만 한 달에 약 90만원밖에 되지 않는 CMS 정기후원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이 돈은 활동회원들 중에 교통비가 없어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 몇 명에게 월 5만원 이내의 활동지원비를 주고, 지역모임들이 여러 활동을 할 때 쓰고 나면 바닥이 납니다. 아니, 모자랍니다. 새로 지역모임들이 만들어질 때, 그 모임들에 좀 더 여러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이미 활동을 하던 활동회원이 가서 여러 활동에 대해서 챙겨주고도 싶고, 조언도 해주고 싶습니다. 모여서 새로 활동을 시작할 때 필요한 여러 물질적인 지원도 해주고 싶습니다. 지역모임에 상시적으로 쓸 모임공간 하나라도 마련해주고 싶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과욕이겠죠?

지금 청소년활동가들의 삶을 지원하고자 만든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에는 책임활동가가 2명 있습니다. 활동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챙기고 단체를 꾸려나가는 책임을 맡은 이들입니다. 이들이 책임활동가 일을 하면서 받는 돈은 월 15만원입니다. 한 달간 교통비와 통신비만 써도 대부분 써버릴 금액입니다. 그들이 <활기>에 들이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이고, 그들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액수입니다. 그나마 월 15만원이라도 받는 사람들은 다행입니다. 많은 청소년활동가들이 저임금 시간제 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그러면서 활동을 합니다.

처음에는 저와 제 친구들이 사비를 들여서 만든 <오답 승리의 희망>은, 그 사이에 15호까지 나왔지만 이제 더 이상 재정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할 경계선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폐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수나로>보다도 먼저 제 청소년운동의 시작이었고,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담는 게시판이 되고자 했던 ‘청소년자유언론’이 처해 있는 현실은 저를 우울하게 합니다. <오답 승리의 희망> 뿐이 아닙니다. 그동안 필요하다고 이야기가 나왔지만 돈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활동들이 얼마나 많던지…. 물론 돈이 무제한으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정도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활동을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는 이제 몇 년 뒤면 서른살이 됩니다. 우겨서라도 청소년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나이지요. 그래서 청소년운동이 지금보다 조금 덜 빈곤해져도, 제가 직접적으로 그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보다 더 열악한 상황의 청소년들에게 먼저 자원이 배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나이를 먹을수록 청소년들 눈치를 많이 봐요. ㅎㅎ) 그러나 그래도 저는 청소년운동이 조금 덜 빈곤해지고 조금 더 풍족해지기를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야 청소년활동가들이 더 열심히 청소년운동을 할 수 있게 되고, 저도 유예해둔 제 생계 문제를 조금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챙길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제게는 제 삶의 문제와 청소년운동의 문제가 결코 분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옥에 있을 때도 거의 청소년운동 걱정만 했고, 청소년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불안하고 다른 일은 속편히 할 수가 없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청소년운동 중독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청소년운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저것 설득하는 말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게 저의 문제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그저, 청소년운동이 청소년운동이라서 중요합니다. 청소년들이 좀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서 중요합니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좀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도록 이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청소년운동에 후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세요. 저 같은 ‘청소년운동 중독자’들이, 청소년운동이 자신의 삶인 청소년활동가들이 좀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활기>가 돈이 좀 더 있으면 무엇을 할까? 활기는 지금도 여러 청소년운동 단체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나름아지트>를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 돈이 많아진다면, 우선 <나름아지트>를 좀 더 넓고 좋은 곳으로 바꿀 것입니다. 그리고 또 무엇을 할까요? 저는 우선 새로 생기는 청소년운동 모임들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생겼다가 망한 청소년운동 모임이 참 많습니다. 전국청소년학생연합, 청소년노동조합준비모임 등등…. 그렇게 막 생겨난 청소년운동 모임에 반상근비를 지원해서 반상근 활동가를 한 명 둘 수 있게 하기만 해도, 그 청소년운동 모임은 잘 안 망하고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청소년활동가들이 모여서 세미나를 하고 연구를 하고 청소년운동의 정리된 논의를 만들어내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럴 여유조차 없이 바삐 활동을 굴려오던 활동가들에게 길게 내다볼 여유와 능력을 보장해주고 싶습니다.

<활기>에서 여는 후원주점, "잔액이 부족합니다 - 활기충전"에 후원을 해주세요. 이 이름에는, 교통비조차 빠듯해서 곤궁에 처하곤 하는 청소년활동가들의 처지를 담았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하나의 후원 티켓이, 청소년활동가들이 회의를 하러 학교에 홍보를 하러, 갈 때 사용하는 교통비가 될 것입니다. 더 많이 모이면 한 명의 반상근 활동가가 될 것입니다.

<활기>나 다른 여러 청소년운동 단체들에 정기 후원회원이 되어주시면 더 좋습니다.
연대와 후원으로 청소년운동에, 조금이라도, 활기를 불어넣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