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영화 변호인 감상

공현 2014. 1. 4. 23:24



1. 우선 영화는 약간 내 취향은 아니었다. 법정 드라마 요소를 기대하고 보는 관객으로선 실망스러울 거라고 생각.

물론 당시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이긴 한데...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을 끊임없이 다루는 방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도 변호인으로서 변론을 하기보다는 격앙된 분노를 보여주는 데 장면을 주로 할애한다.


80년대 남한의 인권 문제를 환기시키려는, 남영동 같은 의도라면 성공적인 편인데...


영화로서의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내부고발을 감행하는 과정이나 그 인물을 법정에 불러오기까지의 과정도 감동적으로 또는 스릴 있게 그리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함.


그래서 볼 만한 영화이긴 한데,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하고 사회에 보수적으로 순응하며 살던 주인공이 다르게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





2. 다음으로 정치적으로 불편한 점.

  아 노무현 어쩌구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이 영화에서 결국 대학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야학을 하던 학생들은 계속해서 불쌍한 피해자로만 묘사가 된다.

결국 영화가 마무리를 송우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송우석이 87년에 추도집회를 선도하고, 그 과정에서 법정에 서는 것으로 끝냄으로써 영화는 학생들을 송우석의 변화의 계기로 수단으로 삼고 지나갈 뿐이다.

실제로 부림사건 피고인들은 그런 불쌍하고 억울한 피해자로만 있던 게 아니라 민주화운동, 사회운동 등에 일정하게 기여하고 활동을 했던 주체들이 많았다. 그러나 '변호인'과 '국가폭력'을 강조하다보니까 영화는 피고인들을 긴장감 없는 불쌍하고 무력하고 무고한 존재로만 그리고 있다.


특히나 이 영화는 "법조인이라면 그래야 한다"라는 식으로 일종의 '엘리트의식'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가끔씩 시민혁명을 이야기하지만, 영화의 흐름 속에서 이 시민이란 지식인-법조인 엘리트가 되고 만다.

시대와 불의한 권력 때문에 자기 피고인을 지키지 못한 '변호인'이,

자기가 변호했던 사람 곁에서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지켜주고 앞장서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뭐, 재판 과정에선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예를 들어 출소 후에 그 학생들과 송우석이 무언가 같이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는 식의 마무리가 있었다면 그런 면이 희석되었을 텐데.


끝내, 그 불의한 권력을 뒤엎은 사람이 그래서 변호사들이었던가? 송우석이었던가? 노무현이었던가? 6월항쟁의 주역은 누구였던가? -- 이런 역사관에 연관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변호인 한 개인의 모습, 순응적으로 살다가 시대 앞에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던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굳이 그런 엘리트주의적 역사관으로 끝을 맺어야 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시민과 함께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