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청소년운동 ≠ 청소년의 진보적 운동?‘

공현 2014. 1. 30. 21:09

'청소년운동 청소년의 진보적 운동?‘

 

발제 : 공현

 

청소년운동은 진보적 운동인가? 청소년운동과 다른 진보적 사회운동사이의 관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이 짧은 질문에는 실로 청소년운동의 역사 속에서 오갔던 많은 논쟁과 경험들이 담겨 있습니다.

한때 청소년운동은 비정치성’, ‘순수성을 내세웠습니다. 비청소년들에게 조종당한 청소년이라는 누명을 벗어나기 위해서였고, 청소년들의 독자적 운동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흔했고, 2011년 정도까지만 해도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같은, ‘비정치성을 내세우는 청소년운동조직이 존재했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한편으로는 다른 운동과의 선긋기로, 다른 한편으로는 비청소년에 대한 운동에서의 배제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가 그 다음 시대에는, 그런 방식이 청소년운동의 고립을 낳고, 발전을 저해하고,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 뿐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촛불집회나 진보정당 운동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청소년운동이 정치적 성격을 띠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청소년운동의 특징을 진보성으로 규정하는 진보적 청소년운동과 같은 주장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그렇게 2000년대 중반에는 진보적청소년연합같은 모임도 생겼고,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도 생겼습니다.(현재는 노동당 청소년위원회등도 있습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등의 단체들도 정치적이기를 주저하지 않는 청소년운동의 결과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어떤 정치인가?

 

그러나 비정치성순수성이라는 관념을 극복해가는 시대를 지나 2010년대에 들어선 지금. 저는 다시 우리가 청소년운동의 정치성을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성은 정치성이되, 그 안에 다른 여러 결들이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08년 촛불집회 때 생겨난 여러 청소년들의 모임이나 전국청소년학생연합같은 조직은 대단히 정치적인 운동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했고, “촛불 청소년을 표방하며 한나라당-새누리당에 반대하는 편에 섰습니다.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어쨌건 그것은 진보적인 청소년들의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직접적 문제보다는 사회적 대의에 연관된 운동에 더 쉽게 참여하는 것 같고, 많은 청소년활동가들도 그런 데 참여하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운동들과 비교해볼 때 오히려 너무 다른 운동과의 거리 두기가 없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올 법합니다. 그에 대해 딱 잘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청소년운동인지, 우리는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의 진보적 실천이 곧 청소년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청소년운동의 발전과 청소년활동가들의 증가에 따라 이제 이런 질문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으로 보면 이런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활동가들은 왜 부산으로 가는 희망버스를 탔을까? 혹은 타지 않았을까? 그것은 청소년운동의 일부였을까, 아니면 활동가들의 개인적인 실천이었을까? 청소년활동가들은 다른 진보적 운동들(노동운동, 장애운동 등)에 왜 관심을 가지거나 가지지 않을까? 그것은 청소년운동 차원의 연대의 문제일까, 활동가들의 개인적 성향 차이일까? 그리고 저는 이 질문이 귀결되는 것은 결국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운동이란 무엇인가?” 제 문제의식을 여기에 더해본다면, 이런 질문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운동이란 진보적인 청소년들의 사회운동’, ‘청소년들의 진보적 운동과 같은가 다른가?”

이 질문은 청소년운동은 정치적이다!’라는 선언 다음으로, 여기에서 우리가 말하는 정치성이란 어떤 것인가를 더 세밀하게 묻는 것입니다. 저는 청소년운동에는 고유의 정치가 존재하고, 청소년운동의 독립성과 고유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다른 입장들도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운동의 정치성은 다른 운동과의 연대와 사회적으로 큰 정세에 대한 개입 및 참여를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운동의 정치성이란 반자본주의 운동을 선명하게 표방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구요.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아마 정당 청소년위원회 활동가들이 다를 것이고,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다를 것이며, 사회주의적 청소년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다를 것입니다. 아니, 한 단체 안에서도 활동가들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얼마든지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문제이기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청소년운동은 무엇인지, 청소년운동의 정치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청소년운동과 다른 진보적 운동사이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지, 그런 생각들을 여기에서 듣고 말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논쟁을 표면으로 펌펌

 

지금까지 청소년활동가들은 여러 가지 일로 논쟁을 하고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저는 그 중에 하나의 축에는 분명 이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연대체나 하나의 단체의 운동 방향을 설정할 때도, 전교조나 정당 등을 비판하거나 그들과 관계를 맺을 때도, 하다못해 일정 하나를 조정할 때도, 청소년운동은 무엇인가, 청소년운동의 정치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우선시하는가 등의 쟁점이 연관되어 있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중에서 명백하게 어느 한 쪽을 지지하고 대표하는 듯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저는 다른 운동과의 연대나 연관성보다는 청소년운동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강조합니다. 저는 청소년운동이 청소년의 진보적 운동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운동에는 청소년이라는 존재와 관련한 청소년운동만의 정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해방에는 노동해방이나 사회주의 등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 그 자체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그런 입장을 주장하기 위해서 이 주제토론을 마련한 것은 아닙니다. 매번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큰 틀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좀 덜 날을 세우게 하지 않을까요?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해나가는 것이 청소년운동의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발제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 그럼,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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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청소년활동가마당에서 발제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