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대학순위평가 거부, 대학서열 거부

공현 2014. 9. 25. 12:50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0418

"대학평가 거부 운동, 수능 '배치표'부터 거부해야"

투명가방끈모임 "대학 본질 찾기, '특권의식'부터 내려 놓아야"






대학순위평가 거부, 대학서열 거부



● 고려대 총학생회가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와 대학순위 매기기를 거부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관련해서 투명가방끈 모임이 비판적인 입장을 제출했고요.



● 저는 중앙일보식의 대학평가(여기에는 사실 '정부에 의한 대학평가'나 동아일보 평가 등도 포함이 되어야 하는데)가 대학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대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취업률이라는 기준이 되었든, 국제화지수(?)라는 미명으로 늘어나는 영어 강의 등이 되었든...

대학생의 입장에서 당연히 이를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고, 학생회는 이러한 대학생들의 권익 요구를 표출하는 기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예 를 들어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학을 서열화할 수 있다는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서열화할 수 있다는 마음'이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안에 있는 것이던가요? 오히려 중앙일보가 내세우는 명분은 기존의 대학서열체제를 더 합리적인 서열체제로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 아니던가요?

대학을 서열화할 수 있다는 마음, 아니 이미 대학 사이에는 서열이 있다는 마음은 고려대학생들부터 대부분이 가지고 있지 않나요?

대학서열을 반대한다, 대학순위를 거부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것으로는 좀 핀트가 어긋난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 저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구성원들, 이 운동을 하는 공식적 주체들의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걸 의심해도 소용도 없고...) 하지만 이 운동이 지지받는 기반에 대해서는 좀 더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려대학교 총학생회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학생회와도 연대하겠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왜, 소위 말하는 학벌 서열 체제의 정점에 있는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인 것일까요?  좋게 말하면 그보다 서열체제에서 애초에 하위에 있는 대학 학생들은 이 순위 평가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이겠고, 나쁘게 말하면 기존의 대학서열이라는 기득권이 있는 대학들에게나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고려대 총학생회에서 이 운동을 하는 분들은 대학서열체제, 대학의 시장화-기업화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운동을 하고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해당 대학의 대학생들은 어떨까요? 연세대나 고려대, 이화여대 등의 지인들을 통해 주워들은 바로는 기존의 서열체제에서 자기보다 밑에 있던 대학들이 '기어오르는' 것이 아니꼬우니 거부해야 마땅하다는 등의 이야기는 빈번하게 나오고 있고, 자기들보다 공부도 못하던(정확히는 수능점수 커트라인이 낮은 대학이겠죠) 대학이 더 상위로 가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있다고 합니다.



● 이 운동을 둘러싸고 있는 학생들의 지지기반이나 여론은 이중적입니다.


한쪽에는 대학이 서열평가에 집착하고 학생들을 위해서보다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기업화되어가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이는 대학서열체제나 대학의 시장화-기업화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과 딱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분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 른 한쪽에는 기존의 대학서열체제에서 가지던 기득권이 다른 대학순위평가에 의해서 위협받는 데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입시 결과에 따라 자신이 얻은 학력 학벌이 정당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겠지요.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에 매달려야 했고 대학에는 엄연히 서열이 있으며 수능점수, 입시 결과가 실력-능력-노력을 입증하며 이에 따른 차별이 정당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 이해합니다. 하지만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바꿔가야 할 것입니다.



● 저는 투명가방끈 모임이 제기한 비판이, 왜 더 근본적이지 못하냐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일보의 대학순위평가를 거부한다'라고 하는 이 이야기가 뭔가 헛도는 부분, 주변의 맥락 속에서 가지고 있는 간접적인 모순에 대해서 직면하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서열을 거부한다는 수사를 쓰려면, 고려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서열체제가 잘못되지 않았냐는 이야기도 함께 던져야 하겠지요. 중앙일보의 대학순위평가가 가능하게 하는 조건인, 기존의 당연시되는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제기되는, 이거 명문대들이 기득권 지키려는 거 아니냐는 냉소적인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 고려대 총학생회가 '대학평가 바로잡기 캠페인'이라는 말도 썼었고, 대학평가 기준이 대학의 본질과 상관 없다는 이야기 등도 했었습니다.

평가를 바로잡는 건 뭔가, 애초에 대학의 존재 양태가 교육의 본질에서 동떨어져 있지는 않나, 그럼 대학의 본질과 연관된 평가와 서열화는 괜찮나, 평가 기준, 서열화 기준과 방식이 공정하면 괜찮은 건가... 여러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별 의미를 안 담은 꾸밈말이었겠으나 대학생 스스로를 가리켜 '지성인'이라고 하는 것도 참 미묘한 의식 같고...



● 이 쪼고만 투명가방끈 모임이 고려대에 얹어서 우리 이야기도 좀 알리려는 거라고 생각하셔도 크게 틀릴 건 없을 텐데...

여하간 대학서열을 거부한다고 할 때 더 풍부한 이야기들이 좀 오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차원에서 한 마디를 보탰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