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5. 2. 8. 15:02

[벼리] ‘2015청소년활동가선언’을 소개합니다①

검은빛, 공현, 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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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2015 청소년활동가선언'은 청소년 운동이 지금 놓인 현재와 고민, 그리고 새롭게 청소년 운동을 시작하거나 알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안내가 담겨있습니다. 인권오름에서는 선언에 담긴 내용과 그에 대한 설명과 맥락을 다양한 사람에게 들려주려 합니다. 다만 웹으로 글을 읽을 때의 한계로, 부득이하게 하나의 글을 두개의 글로 나누어 담습니다.

2015년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청소년활동가마당’이 열렸습니다. 지난 2014년에 처음 ‘청소년활동가마당’을 연 뒤 횟수로 두 번째였습니다. 청소년활동가마당은 청소년운동 단체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청소년운동의 의제나 활동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청소년활동가들이 모여 교류하고 토론하자는 취지로 열린 활동가대회 성격의 행사입니다. <2015 청소년활동가마당 - 여긴 어디? 나는 누구?>는 그 제목 그대로 청소년운동의 현주소와 청소년활동가들의 현재를 함께 확인하는 자리로, 청소년활동가들 30여 명이 각 단체의 활동을 공유하고, 질문과 고민을 나누고 토론을 했습니다. 2015 청소년활동가마당의 마지막 순서는 ‘2015 청소년활동가선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2015 청소년활동가마당 셋째날에 기획단이 미리 준비해온 ‘2015 청소년활동가선언’ 초안을 놓고 수정 및 보완하는 토론을 했으며, 참여자 중 자신의 이름이 이 선언에 명기되는 것에 동의한 활동가들의 연명으로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기획단에서 굳이 선언을 제안하고 채택한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개별 단체 소속을 넘어 ‘청소년활동가’로서, 함께 청소년운동의 목표와 현재를 명문화된 형태로 발표하자. 둘째, 새로 청소년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청소년운동이 어떤 것인지를 안내해줄 수 있는 자료를 만들자. 셋째, 청소년운동과 부대끼고 있거나 청소년운동을 잘 모르는 다른 운동/활동가들에게 청소년운동에 대한 내용을 좀 더 합의된 형태로 제시하자. 청소년운동의 단체와 흐름들이 다양해지면서, 한 단체의 강령이나 운동원칙 합의 정도로 청소년운동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선언은 총 11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소년운동이 그간 논의해온 수많은 의제들과 고민들을 모두 내용으로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청소년활동가들이 운동적으로 함께 인식해야할 중요성이 있는 내용들을 모아 만들게 됐습니다.

선언의 전반부는 주로 청소년운동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청소년에 관련된 단체나 활동이 여러 종류가 있고 ‘청소년’ 자체의 개념도 모호한 까닭에 대체 무엇이 또는 어디까지가 청소년운동인지 혼란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선언을 통해서 청소년운동의 정의와 방법론 등 그 중심에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식들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청소년운동을 바라보는 시선, 또는 청소년운동과 다른 사회운동 사이의 관계 등을 다루는 내용이 있습니다. 운동의 정체성이란 다른 이들과의 관계나 외부로부터의 시선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청소년운동을 보는 잘못된 관점을 비판하고, 청소년운동의 정치성과 독립성, 연대성 등의 원칙과 성격을 적었습니다.

‘2015 청소년활동가선언’은 그 이름 그대로 2015년 시점에서 청소년운동의 문제의식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 청소년운동이 변화하고 발전해가면서 새로운 문제의식과 발전한 내용을 담은 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2015 청소년활동가선언’을 통해 청소년운동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되길 바라는 한편으로 그런 변화의 여지 또한 염두에 두시길 청합니다.

2015 청소년활동가 선언

지 금 우리의 청소년운동은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 청소년운동은 쌓인 경험과 기억, 그리고 더 깊어지고 다양해진 목소리와 실천을 바탕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청소년운동의 새로운 모습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등과 같은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고 있기도 하다. 운동의 존속에만 급급하던 시대를 넘어, 이에 더해 발전과 변화 또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해방을 위한 경로를 찾기 위해서는 현재 위치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청소년운동이 무엇이며 어디를 향해 있는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청소년운동 안팎으로 알리는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는 <2015 청소년활동가마당 - 여긴 어디? 나는 누구?>에 참여하여 청소년운동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자리를 마무리하며, 우리들은 각자의 소속 단체를 떠나서, 한 사람의 청소년활동가로서 청소년운동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우리의 청소년운동이 서있는 위치와 걸어갈 방향, 그리고 걸음걸이를 밝히고자 한다.

1. (청소년운동의 목표) 청소년운동은 청소년의 해방을 지향하는 사회운동이다. 청소년운동은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인 억압, 차별, 폭력, 착취에 저항하며, 청소년들이 인간적으로 존중받고 개인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2. (청소년의 정의) 우리가 말하는 청소년은 사회에 의해 ‘미성년’이라고 구분되는 모든 사람들이다. 연령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사회적・제도적․관습적․문화적 구분의 기준이 청소년운동의 당사자를 결정한다. 그 범위는 대개 만18세~20세 미만이 되며, 경우에 따라 더 적은 나이나 더 많은 나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3. (청소년의 성격) 청소년은 소수자인 동시에 보편적인 집단이다. 현재 청소년인 사람은 사회적으로 억압과 차별을 받는 소수자의 위치에 있으나, 모든 청소년은 언젠가 청소년이 아니게 되며 모든 비청소년은 한때 청소년이었다. 또한 청소년은 청소년이라는 계급성을 가지지만, 그러면서도 속한 가족의 계급의 영향을 받는다. 청소년은 한 마디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한 채 유예된 존재이다. 청소년운동은 단지 현재 청소년인 사람들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투쟁할 뿐 아니라, 특정 연령의 사람들을 ‘청소년’으로 구분하고 억압하는 현상과 사회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4. (청소년억압의 성격) 이 사회에서 청소년은 국가와 자본을 위한 ‘인적 자원’으로 생각되며,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 이윤을 위한 수단, 또는 미래를 준비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청소년억압은 신체적・사회적 약자인 청소년들을 억압적인 사회구조에 맞춰 사회화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사회에서 청소년억압의 대표적인 사회구조는 학교와 가족이다. 학교제도는 청소년이 자본주의적인 경쟁 및 차별 논리, 능력주의를 내면화하고, 권력에 복종하는 국민이 되도록 교육하고 있다. 현 가족제도는 청소년을 친권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만들고 양육과 생존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계급을 재생산한다. 학교와 가족뿐만 아니라 비청소년 중심의 각종 제도와 문화 역시 청소년억압의 중요한 요소이다.
5. (청소년 안의 다양성) 청소년들은 단일한 존재들의 모임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계급, 성(性), 사상 및 이념, 신체적 상황, 그밖에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자 다른 억압을 경험한다. 청소년은 여러 차원의 중첩된 억압을 겪는 존재이다. 따라서 청소년운동은 다양한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형태의 억압에 저항한다.
6. (청소년운동의 주체) 청소년운동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의 주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청소년운동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청소년 당사자이다. 청소년 당사자가 정치적인 힘을 가진 주체로 나서고 연대를 통해 집단적인 세력이 되는 것은 청소년해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소수의 엘리트나 ‘선한 어른들’이 청소년해방을 대신 이루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7. (청소년운동과 나이주의) 청소년운동은 ‘나이주의’에 반대한다. 나이주의는 연령에 따른 위계, 나이에 따른 차별 등의 문화와 제도를 가리킨다. 청소년들은 나이주의에 의해 사회 전반에서 차별과 억압을 겪기에 청소년운동은 나이주의를 극복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나이주의는 운동사회에도 존재하며, 그로 인해 청소년활동가들은 동등한 활동가로서 존중받지 못하기도 한다. 청소년운동은 청소년이 나이를 이유로 운동의 참여가 제한되거나 업무에서 배제되는 현상에 문제의식을 갖는다. 청소년운동은 청소년들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활동가로서 존중받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조직 구조와 문화를 지향한다.
8. (청소년운동의 정치성) 청소년운동은 정치적인 운동이다. 사회를 운영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정치이고, 따라서 사회의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정치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겪는 일상적 억압과 차별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이며, 이에 저항하는 청소년운동도 정치적인 운동이다. 청소년운동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주장하며, 정치적 활동이 청소년이 접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에 반대한다.
9. (청소년운동의 독립성) 청소년운동은 다른 운동에 종속되지 않은 운동이다. 청소년운동에 ‘배후’가 있다고 여기거나, 청소년활동가들이 다른 비청소년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자 거짓이다. 또한 청소년운동은 다른 사회운동의 ‘준비과정’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동등한 사회구성원이므로 청소년의 사회적 참여는 당연한 것이지 특별하거나 대견한 일이 아니다.
10. (청소년운동의 고유성) 청소년운동은 청소년운동만의 문제의식과 고유한 영역을 가진다. 청소년억압은 다른 구조의 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운동은 청소년의 관점에 의한 정세 판단과 가치 기준, 우선순위를 갖고 활동한다.
11. (청소년운동의 연대성) 청소년해방은 인간해방과 분리되지 않는다. 청소년억압은 우리 사회의 각종 억압적인 구조와 제도,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청소년운동은 우리 사회의 인간해방을 위해 함께 투쟁한다. 그리고 인간해방과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를 위해 청소년운동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한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청소년운동의 지향을 함께 선언하며,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모든 청소년의 해방을 향해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와 단체에서 청소년운동을 하면서도, 해방을 위한 단결의 필요성을 잊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다른 운동과 구별되는 고유한 청소년운동을 하면서도, 청소년해방은 전체 사회구조의 변혁과 함께 온다는 것을 잊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정치적 투쟁에 연대할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활동가이고, 우리의 옆에는 청소년해방을 함께 이루어낼 동료가 있다. 우리는 더욱 많은 청소년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더 많은 청소년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다.

2015년 1월 15일
※ 이름 뒤의 단체명은 참여자의 소속 단체를 참고삼아 알리기 위한 것이며,
해당 단체가 공식 입장으로 이 선언에 참여했다는 뜻이 아님을 밝힙니다.
검은빛(관악청소년연대여유), 공현(대학입시거부로삶을바꾸는투명가방끈들의모임․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난다(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델라(관악청소년연대여유), 둠코(청소년활동기상청활기), 루블릿(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마카롱(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목성돼지(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미쁨(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박씨(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별다(청소년활동기상청활기), 선우(노원지역연합청소년인권동아리화야), 윤서(희망의우리학교), 이응이, 자유(대학입시거부로삶을바꾸는투명가방끈들의모임), 쥬리(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쥰(노원지역연합청소년인권동아리화야), 최준호(중고생연대), 치이즈(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플린(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필부(노원지역연합청소년인권동아리화야), 하루유키(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호야(대학입시거부로삶을바꾸는투명가방끈들의모임)
덧붙이는 글
검은빛 님은 관악청소년연대여유 활동가 입니다. 공현 님은 대학입시거부로삶을바꾸는투명가방끈들의모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입니다. 쥬리 님은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425 호 [기사입력] 2015년 02월 05일 14:20:47


















[벼리] ‘2015청소년활동가선언’을 소개합니다②

검은빛, 공현, 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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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2015 청소년활동가선언'은 청소년 운동이 지금 놓인 현재와 고민, 그리고 새롭게 청소년 운동을 시작하거나 알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안내가 담겨있습니다. 인권오름에서는 선언에 담긴 내용과 그에 대한 설명과 맥락을 다양한 사람에게 들려주려 합니다. 다만 웹으로 글을 읽을 때의 한계로, 부득이하게 하나의 글을 두개의 글로 나누어 담습니다.

선언 해설

먼저, 선언의 앞머리에는 청소년활동가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문제의식을 담았습니다. 짧게 보면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청소년운동은, 정치적 권리 부재와 경제적 독립의 어려움이라는 청소년 집단의 특수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지속하고 성장시켜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이 운동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결의로 성장해온 청소년운동은, 이제 불충분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지속가능한 운영과 활동가 재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지금이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문에서는 선언이 나온 그런 현실 인식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1. (청소년운동의 목표)
2. (청소년의 정의)
3. (청소년의 성격)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운동’이라고 하면, 청소년들을 선도․보호․육성하는 종류의 단체들이 많이 떠오르고 ‘청소년단체’라고 하면 여전히 그런 단체들이 주류입니다. 청소년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는 우리의 운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고 일부 충돌하기도 합니다. 이는 사실 1920년대에 ‘소년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운동이 청소년에 대한 보호․교육과 청소년 해방, 두 가지 상이한 입장을 함께 안고 있던 것에서부터 예언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선언 1항에서부터 청소년 해방을 운동의 목표로 명시하며, ‘청소년운동’이라는 이름을 재정립하기를 바랐습니다.
청소년운동에서 청소년이 무엇인가 역시 설명할 필요가 있지요. 우리는 그것이 어떤 자연적인 나이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분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을 분명히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운동이 특정한 세대의 성격이나 문화(청소년들은 순수하다, 정의롭다, 충동적이다, 발랄하다 등)로 인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 억압이라는 사회구조에 맞서는 지속적인 운동이라는 것도 밝힐 필요가 있었습니다. 특히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은 시간이 흐르면 변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적 특수성이 있습니다. 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청소년 집단은 소수자이며, 권력에서 배제되어 있는 집단이라는 점에서도 소수자이지만, 청소년기의 경험과 억압은 모든 사람들이 겪고 (보통은 미화되거나 왜곡되곤 하지만) 기억하며 살아간다는 보편적인 성질을 지닙니다.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폭력을 철폐하는 일은 전체 인간의 해방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4. (청소년억압의 성격)
5. (청소년 안의 다양성)
다음 4항에서는 ‘청소년억압’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했습니다. 청소년운동은 청소년억압이 단지 비청소년들의 고정관념이나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논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유교 문화, 신자유주의, 권위주의 문화 등 다양한 것들이 거론되었었지요. 이번 선언에서는 청소년억압의 원인을 국가와 자본에 의해 수단화되어 자본주의적 구조 하에서 자본을 위한 인적 자원으로 청소년기를 희생당하는 것을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나아가서 억압적 사회구조에 맞춰서 사회화시키는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라고 짚어봤습니다.
청소년기는 특히 지배 이데올로기와 구조를 내면화하도록 요구받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은 기본권을 억압당한 채 권력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고, 경쟁과 차별 등을 내면화합니다. 또한 핵가족단위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은 미성년 자녀의 권리를 그 보호자에게 양도하는 친권제도와 청소년의 성과 생활에 대한 통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족제도는 청소년들에게 계급재생산/상승을 위해 사회에 순응할 것을 종용하고, 양육의 책임을 부모 개인에게 떠넘기기도 하며, 여성들은 어머니라는 굴레 속에서 자녀의 삶을 책임지고 관리하느라 가정과 가부장에 종속되게 만듭니다.
5항에서는 청소년들이 여러 다른 조건에 놓여 있기에 여러 중첩된 억압을 겪는다고 적었습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겪는 다양한 억압에 복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즉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들이 단지 청소년억압에 대한 인식 하나만으로는 설명하거나 대처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5항에 관해서는 무엇을 조건의 예시로 나열할지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졌는데요. 초안에서는 일단 청소년운동이 지금까지 다루어온 경험이 있는 계급(경제상황)이나 성(성별,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나열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더해 몸과 마음의 문제를 대표격으로 넣어서 사상 및 이념과 신체적 조건(예를 들어 장애, 외모 등이 얘기됐습니다.)을 명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6. (청소년운동의 주체)
6항은 청소년운동의 주체를 다룹니다. 준비 과정에서는 청소년운동의 방법론을 다룬 항과 주체를 다룬 항이 따로 있던 것을 논의 끝에 합쳐서 만들어진 항이기도 해서, 방법론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소년운동의 주체는 청소년해방을 지향하는 모든 이들이지만, 청소년 당사자가 주체가 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청소년운동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청소년 당사자인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활동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비청소년으로서 청소년운동을 하고 있으며, 운동에서 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당사자’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단체마다 회원 자격이나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청소년 당사자의 주체적 활동은 청소년운동에서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7. (청소년운동과 나이주의)
7항은 ‘나이주의’에 대한 것입니다. 나이주의적 제도나 문화는 청소년이 미성숙·무능력하다는 편견에 따라 많은 억압과 차별을 가하며 보호라는 미명 하에 청소년의 경험과 참여를 차단하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청소년활동가들이 운동사회 안에서도 이런 나이주의 문제에 부딪히고,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청소년활동가들은 이런 문제로 다른 운동에 몇 차례 항의를 하고 사과를 요구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서울교육감 후보를 뽑는 경선과정에서는 청소년들을 배제하는 결정에 반발하여 연대체를 탈퇴했던 적도 있습니다. 우리는 나이주의가 청소년운동이 다른 운동과 함께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 중 하나라고 보고, 이런 청소년운동의 문제의식을 알리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선언을 기획하던 과정에서부터 반드시 넣어야 할 내용으로 상정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청소년 집단 내의 나이주의에 대해 특별히 더 언급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나이의 차이로 인한 위계가 특히 심각하기도 하니까요. 청소년 집단 안의 나이주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것에 관해서는 대체로 동의가 되었지만, 청소년 집단이 그러한 억압적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는 현상은 나이주의 외에도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며, 나이주의에 관한 항에서만 특별히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는 의견에 따라 따로 담지는 않았습니다. 청소년운동 단체들의 여러 조건상 이를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단체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8. (청소년운동의 정치성)
청소년운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에 관한 항 중 대표적으로 들어간 것이 정치성에 대한 것입니다. 청소년운동은 종종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제도권의 정치 등에 참여하면 순수성을 잃는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그러나 청소년해방의 문제는 정치의 문제입니다. 넓은 의미의 정치도 그렇고, 좁은 의미에서 정부나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정치도 그렇습니다. 예컨대 학교에서 벌어지는 체벌 사건 역시 국가의 정책과 법률, 예산 배분 등이 모두 관련된 사건인 것입니다.
그래서 청소년운동은 ‘청소년운동의 정치’를 할 것이고, 또 청소년들이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에 반대합니다. 또한 청소년운동이 여러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도 봅니다.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은 각자 서로 다른 수준과 방식으로 정치적 문제를 다루겠으나, 적어도 청소년운동이 정치적인 운동이며 또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9. (청소년운동의 독립성)
청소년운동을 바라보는 관점 중에 가장 힘을 얻는 것은 사실 청소년운동을 다른 데 종속된, 독립되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미성숙하고 어른들에게 의존적이라는 편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보수언론 등 한쪽에서는 청소년운동에 어떤 배후 세력이 있어서 청소년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함부로 말하는 일이 많습니다.
또한 이른바 진보적인 운동을 한다고 하는 쪽에서도 사실상 궤를 같이 하여 청소년운동을 마치 다른 운동의 준비과정이고 청소년활동가들은 나이가 든 이후에 당연히 (대학생운동이든 청년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뭐든) 다른 운동을 할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활동가들에 대해 대견하거나 기특하다고 말하며 우리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무례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독립적이고 평등한 사람이라고 본다면 할 수 없는 이야기지요. 우리는 양쪽 모두에 문제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선언 9항에 이와 같은 내용을 넣었습니다.

10. (청소년운동의 고유성)
11. (청소년운동의 연대성)
선언 중 마지막 항들은 청소년운동과 다른 운동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청소년운동이 좀 더 청소년운동 자신의 이슈에 집중해야 하는가, 또는 좀 더 다른 사회운동들과 연대해야 하는가, 이는 청소년운동 내부에서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사실 하나의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 다른 답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언에서는 청소년운동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을 고유하게 가진다고 했고, 청소년억압의 문제가 독자적인 것이라는 것을 우선 강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청소년운동이 전반적인 사회의 변혁과 인간해방을 위해 타 운동과 연대해야 할 필요성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청소년운동의 고유성과 연대성 중 어떤 것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 활동가마다 판단의 차이가 있었고, 이는 정도의 차이이고 강조점의 차이였기에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선언에서 “청소년운동으로서” 고유한 판단을 토대로 하여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고유성과 연대성에 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검은빛 님은 관악청소년연대여유 활동가 입니다. 공현 님은 대학입시거부로삶을바꾸는투명가방끈들의모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입니다. 쥬리 님은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425 호 [기사입력] 2015년 02월 05일 14:30:36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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