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이제 나는

공현 2008. 2. 29. 11:15



이제 나는


나의 눈빛은 그를 묶어두기엔 충분히 무거웠지만
잠시 거리를 보는 사이에 떠난 그를 쫓아가기엔
너무나 무거웠네

뱃속부터 그림자처럼 떨려오는 몸뚱아릴
어느 전철 파란 의자에 풀썩 던져두고
시청역을 지날 때면 그의 이름을 기대하고
어느 호선 어느 종점 어느 역에 기대 서서
꼭 지구가 도는 만큼 움직이며
그를 찾아 움직이고 움직이고 움직이며

그저께 어느 전철에 두고 내려 차량기지로 떨어져간
마음들을 줍네
한결 가벼워져 돌아온 나의 마음들

이제 나는 등 뒤 거리에서 그가 앞서오길 기다릴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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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첫 구절은 지금을 표현하는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시는 전체적으로 과거를 보고 있다.

이제 나는 내가 너무 앞서갔다고 자책하지 않으면서 그를 기다릴 수 있다. 다른 방향에서 앞서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