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평화가 뭐냐고? 쉴라(=실버라이닝)을 들어보삼

공현 2008. 5. 21. 22:54
 "비트 위에 쓰여진 비폭력의 서시"라는, 왠지 "두둥~!"하는 효과음과 함께 등장해야 할 거 같은 거창한 소갯말을 달고 있는 비폭력 랩음악 팀, 실버라이닝.(애칭 쉴라)
 Silver Lining이 뭐냐 싶어서, 학교에서 모르는 단어 나오면 사전 펼쳐보라고 하며 다음 시간에 배울 부분에 모르는 단어 안 찾아온 애들을 한대씩 패던 폭력적인 영어 선생의 가르침이 이미 몸에 각인되어버린 폭력의 소산물인 나는 영한사전을 펼쳐보았다. "구름의 흰 가장자리; 밝은 희망[전망] : Every cloud has a ~. -> cloud"라는 설명이 써있었다. 아, 희망. 그래 극악탄막게임에도 꼼수는 있는 법이다.(응?)

 랩음악은 그 태생부터 분노, 불만, 비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음악이었고 그 속에는 많은 욕설이나 폭력적인 표현들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실버라이닝은 비폭력을 지향하기 때문인지 그런 관례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범생이틱한 랩이란 건 아니지만 ㅎㅎ. 많은 욕설들이 소수자들(특히 여성이나 장애인 등)을 비하하는 내용이거나 폭력성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실버라이닝의 음악들을 주욱 듣다 보면, 랩음악이 사회적인 비판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동시에 연대나 희망의 메시지를 랩에 담으려는 노력이 느껴진달까. 美味~

 실버라이닝 중에서 그나마 잘 알려진 멤버는 '박하(buzz)'일 것이다. 한겨레21 인터뷰라거나 뭐 등등. 현재 정식멤버는 buzz, 웅술, core, 팽이, 한낱 5명. 슬프지만 난 이 5명이 한꺼번에 한 무대에 서는 걸 본 적이 없다 -_- 바쁜 건지 결속력이 떨어지는 건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많은 수가 무대에 선 게 3명이 출연한 거고, 1명만 나오는 경우도 많다. (5명 다 출연하면 롤링발칸과 로보트 출동을... <- 폭력적인 만화를 어린 시절부터 시청해온 폐해다.)

 실버라이닝은 구체적으로 뭘 노래하는 팀이냐구? 그것에 대해 내가 주절주절 떠드는 것보다는 직접 몇 곡의 가사를 적어두는 게 좋을 거 같다.
 가장 유명해진 곡 중 하나인 「평화가 무엇이냐」와, 실버라이닝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로 나온 곡 중에 교육과 청소년인권에 관해 다룬 「The Wall」 이 두 곡의 가사를 아래에 달아둔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엄마 찾아 반만리」도 넣고 싶었으나 분량 관계상 생략. 직접 듣고 싶으면 http://cafe.daum.net/ahimsa  로 들어가시길.(입장료는 무료다.)



평화가 무엇이냐


원곡 '조약골
편곡 'core
작사 '문정현·조약골 + buzz

<vocal - core>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rap1 - buzz>
나를 둘러싼 세상의 것을 보라
상대적인 가치와 기준에서 나의 판단이
옳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낮은 곳을 못 본 척 외면하진 말아
그 곳에 진정한 너와 나의 모습이 있으니까
세상은 모두의 것이니까
아기 까마귀, 아기 다람쥐, 한 마리의 메뚜기
모두가 주인이니까

<rap2 - buzz>
신나게 노래하자 / 일어나 춤을 추자
화사한 너의 얼굴 / 이제는 낯익구나

말뿐인 나의 행동이야 / 메마른 얕은 강물이야
너만을 기다리고 있어 / 그래서 살아갈 수 있어





The Wall


프로듀싱 '팽이(sampling from 「Another brick in the wall」)

작사 '팽이

<intro>
난 의도를 가진 음악가, 낭팽 / 불만이 너무 많아, 룸펜마냥 그냥 있진 않아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대답해 / 대답해, 무엇을 할 것인가 대답해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 벽을 깨닫게
하지만 선생은 입닥치게, 발목이나 잡지 말고 혼자 깝치게

<verse>
까시네, 맨날 앞에 서서 연설 / 까시네, 결국 매를 들 거면서
"사랑해, 모두 너를 위한거야" / 그것이 배신의 낚시네
까시네, 글로벌 인재의 육성? / 까시네, 당신의 개로 기르면서
"기대해, 보다 밝은 너의 미래" / 그것이 배신의 낚시네

<hook>
We don't need no education
교육인 척 자원부가 제공하는 기만의 우라질레이션
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
선생들이 구사하는 임요환 뺨치는 환상의 control
No dark sarcasm in the classroom
폭력을 가르친 건 어른, 결국 상처받는 우리들의 마음
Teachers, leave them kids alone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니 이런, 이거 완전히 사기 치는 결론

<verse>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됐어"
"족해, 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족해"
94년 그때지, 서태지가 "이젠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고 말하면서
배때기를 불렸지, 여전히 학교는 학생들을 굴렸지

<chorus>
그러니까 학교! 이제는 바꿔! 더 이상 맞고! 살아갈 순 없잖아 이제는 바꿔!
어른에게 맡겼다간 낚여! 내가 직접 바꿔!

<verse>
"따지지 말고, 비판은 논술 할 때만 하고,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잠깐일 뿐이니 참아둬"
십대들은 그래 ,흔들리기 쉽대
"6년만 참으면 되는데 뭐 하러 겁대가리 없이 개떼 마냥 모여 있데?"
떠들어봐야 바뀌는 건 없대
"공부해서 법대 가고 나서 말해"
원래 그 때는 불만이 많대
부모님한테, 이런 얘기 들을 때면 손을 들고 소리쳐!

<hook> 반복

<verse>
외쳐, 학생인권!
외쳐, 두발자유!
외쳐, 체벌금지!
외쳐, 입시폐지!

<chorus> 반복

<outro>
대답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대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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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엄마찾아 반만리」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엄마찾아 반만리


원곡 'Bob Marley Rebel Music

프로듀싱 '팽이

작사 '실버라이닝


<buzz>
난 미스터 박하 아무도 안 봐 아무도 나의 이름을 몰랐지
그런 날 보고 그대 서울 거지라 부른다지만 설거지하기 싫어
아웅다웅하는 댁들보단 Soul 그득하지는 않겠어? 하, 가당치 않은 말 같다고?
자, 여기 설거지에 치여 사는 한 여인네의 하소연 한 번 들어봐

 
<한낱>
때를 알아 따랄랄라 울려대는 알람소리
정신차리기도 전 밥상 차리기도 전
쌓여있는 설거지 감 난 갈 길이 먼데
밥만 먹고 쏙 빠지네 지들끼리 뭔데
18세기든 20세기든  삼시 세 끼 쳇바퀴 여인네의 하루야
아이구마 화병들어 내 맘속이 썩누나

 
<팽이>
아이 엄마 과일깎아 내 입 속에 쏙 놓아
언제나 밥해주고 과일도 깎아주니
우리집 가까우면 내 마음 푹 놓아
학교에선 자기 일은 자기가 하라는데
어떻게 귀찮은데 아빠 어떡해야되?
 

<웅술>
아들아, 아버지 말 잘 들어라
자고로 남자란 근엄이 생명이라
부엌 근처엔 얼씬도 생각 말아라
설거지는 엄마가 우린 밥이나 잘 먹자
남자는 남자 할 일 해야지 그게 바로 답이지
애초부터 힘이 다르지
벽에 못박고 고치고 때빼고 광내고
여자들은 못하니 우리가 해야지


<팽이>
역시 우리 아버지 진짜 사나이 세상이 바뀌었지만 남잔 바깥 일
또 여잔 집안일을 해야 주변이 뭐라고 안하지 멀었지 난 아직

 
<hook>
엄마찾아 반만리 이제 밥말리 (가사가 잘 안 들리네-_-;)
밥말리의 레게음악은 내게 있어 진정한 밥의 의미, 그건 힙합의 의미 yo!
레블뮤직에 맞춰서 랩을 하며 내 밥그릇은 미루지 말고 내 손으로 설거지
밥말리의 레게음악은 내게 있어 진정한 밥의 의미, 그건 힙합의 의미 yo!
레블뮤직에 맞춰서 랩을 하며 내 밥그릇은 미루지 말고 내 손으로 설거지


<buzz>
듣자하니 답답해서 내 한 마디 하겠네
이 리듬에 맞춘다면 ‘일판’도 ‘놀판’
자 여기 잘 돌아가는 밥말리 판에 맞춰
다 같이 팔을 걷고 함께 설거지를!
 

<웅술>
부바라부바라부바바 밥 말아 먹을 반만리를 봤냐
왜 할 일 없이 남의 집에 들어왔냐 그리 할 일이 없었냐


<한낱 + 팽이>
한낱: 니는 일이 많냐 방에 박혀서 죽치고 떼쓰고 성내고 너네들은 뭐다냐 남자들은 못하냐
팽이: 아이 엄마 못하지 머리 속이 터지도록 공부하는데 엄만 집에 있는데 왜 속이 타지
한낱: 웃기다지 여태까지 갖가지 집안 일 처리 뚝이면 뚝, 딱이면 딱 요술 방망이 짓거리?
팽이: 뭔 말이 그리 정이 싸그리 없어요 엄마 잘 하시는 집안 일에 좀 더 애써요
한낱: 가족이란 매서운 사슬에 매여 살아 이름을 잃고 산 나의 결혼생활 이십년아
팽이: 신사와 같이 엄마 돕고 싶사와 아빠 가끔 식사와 설거지도 하잖아
한낱: 하참 나, 그 하찮다던 설거지 한참을 티내며 칭찬해 달라 생색은
        즐거운 우리집? 지겨울 뿐이지 이제 나는 갈란다 내 살 길 찾을란다



<hook>
엄마찾아 반만리 이제 밥말리 (가사가 잘 안 들리네-_-;)
밥말리의 레게음악은 내게 있어 진정한 밥의 의미, 그건 힙합의 의미 yo!
레블뮤직에 맞춰서 랩을 하며 내 밥그릇은 미루지 말고 내 손으로 설거지
밥말리의 레게음악은 내게 있어 진정한 밥의 의미, 그건 힙합의 의미 yo!
레블뮤직에 맞춰서 랩을 하며 내 밥그릇은 미루지 말고 내 손으로 설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