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그러나 민주주의는

공현 2008. 5. 25. 12:03

  시위를 '진압'한답시고 경찰에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37명을 연행해갔다. 그게 새벽의 일이다.
  나는 아침 8시반에 일어나서, 5시부터 2통이나 와있는 문자를 보며, 그리고 인권활동가들의 메일링으로 와 있는 긴급 소식을 보며, "이게 무슨 소리지?"하며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아마 오늘내일이 기점일 것이다.
  1987년 6월 혁명이 가져온 절차적 민주주의와 최소한의 국민주권을 부정하려는 명백한 '반혁명'(6월 혁명에 대한 '반')에 대한 반동이 가능할지, 가능하지 않을지는 오늘내일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나치게 서둘렀다.
자신들이 받은 지지율이 '반사이익'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먹고 살기 바쁜 데서 온, 낮은 투표율과 정치적 무관심의 혜택을 입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던 건지 어떤지-

적어도 87년 이후로, 혹은 김영삼 정부(김영삼 정부는 민주정부로 칠 수 없고 0.5로 쳐야 한다고 하지만) 이후로 조금씩 이어져 온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정치문화, 사회구조들을 정권교체 직후에 너무 빠르게, 노골적으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므로 이것은 6월 혁명에 대한 반혁명이다.

(* 그러나 87년 하반기 노동자 대투쟁에 대한 반혁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87년 노동자 투쟁에 대한 반혁명은 이미 신자유주의화, 비정규직 증가, 외환위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만일 사람들이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들을 접하고 거기에 분노를 느껴서 더 많이 거리로 나온다면,
우리는 아마도 최소한의 민주주의와 최소한의 국민주권을 부정하려는 반혁명을 몰락시키는 역사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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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쉬움은,
이런 상황이 4월 총선 이전에만 있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역시 선거는 인민의 뜻이 제도 정치에 반영되는 것을 한 차례 걸러내고 시간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설령 이명박 대통령이 하야하더라도 국회의 절대 과반은 한나라당(+친박연대+자유선진당)이다.

이런 뷁.

결국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하야시킨 다음에는 한나라당이 장악한 국회랑 싸워야 하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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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

과연 이것이 '반동'에 맞서서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쌓아온 기만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민주주의를 인정하는 체제를 '지키는' 것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민주주의까지 나아갈 것인지
혹은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고 단지 한나라당 정권을 어렵게 만들고 견제하는 데 그칠 것인지

 
난 이미 이 운동이 자본주의적 축산업 구조라거나, 교육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개혁(정책의 하나로 대학평준화 등을 포함한)이라거나 그런 데까지 나아갈 거라는 기대는 거의 버렸다.
이 흐름은 그것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차라리 나는 여기에서 국민소환제나 집시법 개정을 기대하겠다. (대통령 사퇴는 보너스로)


그럼,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