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촛불이 낳은 고민들 속에서

공현 2008. 6. 30. 01:46
촛불이 낳은 고민들 속에서



촛불과 청소년인권 사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여러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 중에서도 아수나로서울지부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함께하고 있는데, 어차피 제가 서울지부 외의 다른 지역 사정 같은 걸 잘 아는 것도아니니까 아수나로 서울지부의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수나로 서울지부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단연그 촛불집회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자율화가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장할 정부의 의무를 포기한 인권침해라는 내용의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출하고,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빨강물고기 인권교육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도있기는 했으나 거의 대부분의 활동이 촛불집회에 관련된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촛불과 청소년인권사이"라고 달아보았지요.

  아수나로(서울지부 뿐 아니라)가 처음에 초점을 맞춘 것은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를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찰이나 교육청 그리고 학교들의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촛불집회를 주최하고 있는 여러단체들이 청소년들을 차별적으로 대하거나 보호주의적으로 대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수나로차원에서 <현재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운동에 대한 청소년인권단체로서의 우려>라는 글을 써서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들이나 카페들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좀 까칠한 글이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반응이 그리 좋았던 거 같진 않습니다. ㅋㅋ;
  (참 관련 글로 <청소년들을 평등한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라!>  요런 성명서도 썼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5월 17일에 '휴교시위'를 하자는 문자메시지가 돌면서,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어째서 사람들은 청소년들의등교거부에 대해 그토록 알레르기,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이 사회는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의 불복종 행동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대학생들의 동맹휴업을 반겼던 것에 비하면 잘 이해가가지 않는 모습이지요. -_-
  그래서 우리는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저항 의지의 표현이었던 5월 17일 휴교시위문자메시지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교육공동체 나다 및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5.17 청소년행동 공동준비모임"을 꾸리고 열심히준비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단체들과의 의견 충돌이나 마찰도 좀 있었구요. 여하간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했던5.17 청소년행동을 끝냈습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흑흑... (휴교시위 문자 처음 돌린 사람을 잡아서 집회 준비에동참시켜야 합니다!!!)

  그 이후에도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5.17 청소년행동 공동준비모임에서, 이 이른바'촛불정세' 속에서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와 청소년들만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왔습니다. 촛불정세는 분명청소년인권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전개시키고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촛불정세는 여러 가지이야기들을 모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또는 "광우병" 또는 "반 이명박"에 묻히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으며, 더 많은청소년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을 묻어버리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촛불집회 안에서도 청소년들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이나 보호주의적인시선들은 여기저기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5.17 청소년행동 공동준비모임(in 서울)은 "거리를 학교로 도로를칠판으로"라는 표어와 함께 거리에 락카칠을 하고 사람들과 함께 분필로 아스팔트에 글씨를 쓰며 놀았습니다. 그러면서 전단지와선전물 등으로 청소년들을 평등하게 대우할 것을 요구하는 홍보활동을 했습니다. 효과는 얼마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요-.



"촛불소녀"

  아수나로 서울지부가 활동한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이제 이 촛불정세가 던져주고 있는 고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이 촛불정세는, 청소년들(10대들)이 그 처음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비롯해서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정치/사회 참여와 그런 정치/사회참여를 이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런 복합적인 측면이 모여 있는 상징적 아이콘이바로 "촛불소녀"입니다.

  "촛불소녀"는 처음에는 나눔문화라는 단체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기획의도가 청소년들의주체성, 적극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할 존재로 그려내는 것이었는지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있습니다. 제가 나눔문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나 나눔문화가 촛불소녀를 만들기 전부터"아이들이 무슨 죄냐 우리들이지켜주자"("우리들"이란 표현도 문제지요.)라는 종이피켓을 나눠주고 있었고 촛불소녀 기획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나비판은찾아볼 수 없었으며, 촛불소녀를 만든 이후에도 그런 종이피켓들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나눠주고 있었다는 점은 지적해야 합니다.또한 <촛불소녀의 코리아> 카페의 공지에 올라가 있는 글 중에는, 우리 10대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었다며, 청소년들의행동을 깜찍하다고 표현하는, 기존 비청소년들(어른들)의 여러 차별적 시선들을 그대로 담고 있는 글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촛불소녀"라는 상징의 내용과 뉘앙스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주의적/차별적인 인식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촛불소녀는 현재 집회현장이나 운동 속에서의 청소년들의 지위에 관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문제작이었으며, '촛불'이라는상징과 함께 '소녀'라는 이미지를 내세움으로써 지켜줘야 할 약자, 혹은 순수한 존재로서의 (여성) 청소년들의 이미지를 재생산하는기획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즉,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촛불소녀"는 이 촛불정세 곳곳에서 눈에 띄는 청소년들에 대한차별적/보호주의적 시선들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촛불소녀의 이미지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 것같습니다. 촛불소녀가, 청소년들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나타난 상징이라는 것은 분명한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촛불소녀는, 처음 그 아이콘과 단어를 만들어냈던 기획 의도가 어떤 것이었든지 간에, 촛불정세 속에서두드러지는 청소년들의 활발한 활동 속에서 청소년들의 적극성을 표현하는 아이콘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동시에 집회 현장에서"촛불아줌마" "촛불노동자" "촛불대학생" "촛불회사원" 기타 등등의 표현들이 등장하면서, 처음에 '촛불'과 '소녀'를결합시킴으로써 강조되었던 촛불소녀의 그 '특별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희석되기도 했습니다.

  촛불소녀는 요컨대청소년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촛불집회 안에서도 강고한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보호주의 사이에서 변화하고 움직이고 있는이미지입니다. 청소년들은 그리고 그런 변화하는 면들, 이중적인 면들이 아수나로와 같은 청소년인권단체를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인것이지요. 청소년들의 평등한 정치적 권리나 지위에 초점을 맞추고 촛불정세와 청소년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 이런이중적인 부분들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서울지부는, 함께하는 단체들과 함께 더욱 더 집회 현장과 촛불정세 속에도 고집스레 자리잡고 있는 '미성년자' 보호주의나 차별들에도전하려 할 것이라는 점이겠군요. ^^; 청소년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이런 고민들을더 나누고 심화시킬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소식지에 넣을 글로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