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꿈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공현 2008. 7. 9. 23:55
(시)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문재철

막차는 떠나 버렸다
못 쓰게 된 차표 위에
묵은 추억이 흐르는 대합실
나는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미처 작별을 고하지 못한
슬픈 어제에게 고개를 숙였다
시행착오와 고독한 결별
눈물 같은 흰 눈이
내 어깨 위에
떠나는 기적 소리로 쌓인다
마지막 열차는 보이지 않고
무릎 꿇은 운명 앞에
너는 또 내일을 재촉하고 있다
기다리는 봄은 멀리서 돌아오지 않고
꿈속에서 그 정류장을 배회 했지
화사한 봄을 싣고 올
그 소문의 봄은 오지 않고
무거운 그림자만 거기 두고 왔지
그 어느 날 막차가 되어 버린
나의 첫차가
고장 난 시계를 안고
쓸쓸한 기적을 울릴 때
떠나지 못하는 내 가슴 속엔
먼 봄을 이야기하는 겨울비가
떠나간 사람을 위하여
세레나데보다 슬픈
이별가를 부른다.



(노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박은옥, 정태춘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


그 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를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박은옥 씨와 정태춘 씨가 예전에 공연을 하면서,

이 노래를 "92년, 장마 종로에서"에 이어서 어느 세대에 보내는 두 번째 편지라고 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신도림역 버스 정류장이 생각난다.



위의 시는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은 건데,

어느 쪽이 원작인지는 모르겠다. 비슷한 표현들이 일부 있는 걸로 봐서 우연히 제목만 같은 건 아닌데...

하긴 어느 쪽이 먼저냐, 가 중요한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