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꿈

올림픽에 대한 불편함

공현 2008. 8. 17. 23:45


나름 올림픽 시즌이라고, 올림픽 떡밥을 준비해봤습니다. -_-

그렇다고 해서 뭐 올림픽에 대해 금메달을 몇 개 딴 한국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태극전사가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구요.


오히려 저는 올림픽에서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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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두고 평화와 화합을 위한 경기라고 이야기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여럿으로 나뉘어져 있던 도시국가[폴리스]들이, 제우스 앞에서 온 국민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올림픽을 했다고 하고, (근데 정말일까요?)
또 근대 올림픽도 온 세계 여러 나라들이 화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태극전사"라거나, 지극히 군사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여러 표현들을 보십시오. 해설을 보면 정말 전투용어들이 난무합니다.

그리고 한일전을 치룰 때는 그런 국민 감정이 극에 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국민적 신경전이랄까요 그런 것도 많이 눈에 띕니다. 특히 최근에는 양궁 등에 관한 게 눈에 많이 띄더군요. 중국 관객들의 행동이든, 한국 누리꾼들의 흥분이든, 저에게는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올림픽은 세계의 여러 국가들을 국경을 넘어 화합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국가주의.민족주의를 더욱 강화시키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국가 안에서의 '국민'들의 단결을 강화시키는 데는 톡톡히 기여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리고 그런 국민들의 단결은, 다른 국가와 국민들에 대한 경쟁심과 적개심을 바탕으로 형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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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저는 장애인운동을 하는 노들야학 후원 주점에서도, 자랑스러운 한국의 선수가 메달을 땄다고 할인해주는 모습을 봐야 했습니다. 정말 올림픽으로 강화되는 민족주의.국가주의가 널리 퍼져 있다는 걸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왜 제가, 제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메달을 딴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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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박태환 선수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은 걸 두고 말이 많더군요.

저는 국가에 대한 사랑과 충성심을 강요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고, 작년에 그런 것을 요구하는 운동도 했던 사람입니다 -_-;; 정말 이런 분위기 불편하기 이를 데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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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올림픽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메달을 따기 위해 온힘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그리고 최근에 인터넷에서 한국 양궁에서 경쟁이 얼마나 쎈지 써놓은 글을 보면서, 저는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학원체육사(史)’를 다시 쓰자

라는 예전에 읽었던 글을 떠올렸습니다.

저 글에서는 4강 제도를 비판하고 있는데...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야 연금을 받을 수 있고 여러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적인 제도들 속에서의 체육이란 결국 소수의 엘리트 체육일 수밖에 없고 경쟁을 중심으로 한 '빡센' 체육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경쟁적인 올림픽은, 오히려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체육을 지속시키는 한 요소는 아닐까요?

사람들은 학원체육에서 성폭력이나 폭력 기사를 보고 혀를 끌끌 차다가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것을 보면 열광하는데, 과연 그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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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홀리데이』를 보면, 아니 그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88올림픽 때 많은 철거민들이 생겼다는 이야기와
또 88올림픽 기간 중에 있던 노동자 탄압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예컨대, 기륭전자 단식 같은 걸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정부 정책이나.)


올림픽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립니다.

그리고 올림픽은 제가 너무나 불편해하는 것들을 강화하고 유지시킵니다.


그래서 저는 올림픽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