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지하철역 무인화는 돈 없는 사람들 차별 -_-

공현 2008. 9. 2. 01:45

예전에 들었던 생각인데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는 건 처음이네요.

이 생각은 아주 간단한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현재 서울지하철 7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은 무인화되어 있습니다.
무인화되어 있다는 말은, 매표소나 카드충전을 하기 위한 창구에 사람이 없다는 거죠.

이 말은, U패스, T머니 기타 등등 교통카드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아마 아시겠지만, 서울 지하철의 교통카드 자동 충전기에는 거스름돈 기능이 없습니다.



어느, 다른 지역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서울로 올라온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수중에 돈이 1만원짜리 하나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먼 거리를 왔다갔다 하느라 길에 돈을 뿌렸거든요.)

계좌 잔고도 없었고, 뭐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수료 1000원 정도를 물어가며 출금을 하는 것도 좀 억울한 노릇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 교통카드(U패스)에는 돈이 500원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여서, 결정적으로, 저는 저녁을 사먹어야 했습니다. (두둥)



결국 저는 지하철역까지 내려왔다가,
1만원짜리를 잔돈으로 바꾸기 위해 위에 올라가서 슈퍼 같은 데를 찾아 다녀야 할지
아니면 저녁밥을 포기하고 1만원을 통째로 충전해야 할지 골라야 했습니다.

여행으로 피곤했던 저는 그냥 저녁을 포기하고 1만원을 충전하고 집에 와서 자는 걸 택했죠 -_-;

배고팠습니다 ㅠㅠ




여하간 그날 생각한 건, 어쩌면 지하철 노동자들의 생계라거나 그런 문제에 비하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하철역 무인화라는 건 거스름돈 같은 건 신경 쓸 필요 없는 어느 정도 돈(여유자금?-_-;;)이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한 건 아닐까, 하는 것일까요.




지하철역 무인화, 지하철 운행 무인화가 조금씩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노무현 정부인가 김대중 정부 때부터 말이죠...)
 공기업 선진화 방안 같은 걸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그런 추세는 아마 더 박차를 가하면 가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지하철공사 등에서 지하철을 무인운행하거나 해서 작년에 노조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비판했었지요.

거스름돈 몇 천원씩을 쪼개가며 식비와 교통비를 그때그때 충당해야 하는 한 20대로서

지하철역 무인화에 반대합니다.

저는 거스름돈을 거슬러주기도 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인사도 할 수 있고, 길이나 막차 시간, 갈아탈 가능성 같은 것도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합니다.




지하철역 무인화를 막기 위해 관심과 도움을...(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