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08. 11. 13. 21:11

  수능 시험을 보지 않고 교육부 앞에 선 고등학교 3학년에 속해 있는 여성 청소년은 말했다. 여기 서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무섭다고 하면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서도 말했다.

  친구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다들 수업 잘 듣고 쉬는 시간에 잘 떠들고 점심시간에 매점 가고, 이러면서 살지만,
  가끔씩 다이어리를 보다보면 블로그를 보다보면 지나가면서 문득문득 보다보면,
  죽고 싶다고 하고 힘들다고 말한다고. 우리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면들이 너무 많다고.
  친구들이 사는 걸 보면 태엽을 감으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인형 같다고.

  목이 메인 그가 잠시 발언을 멈췄을 때, 눈치 없게도 한 기자가 "왜 수능을 거부하게 되었지만 말해주고 들어가세요. 왜 거부하게 되었는지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요."라고 물었다.
  그 말에 "이유요?"라고 반문한 그는 또 잠시 뜸을 들였다.
  몇 초 후, 그는 나직하지만 또렷하게, 그리고 명쾌하게 말했다.

  수능에, 입시경쟁에 반대해서라고. 이런 입시경쟁을 없애자고 말하기 위해서라고. 지금 같은 입시경쟁, 지금 같은 교육이 계속된다는 것은 너무나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그 말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들어왔을 법한 평범한 말이었지만, 거기에 묻어나는 감정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을 공감시켰고, 그래서 다들 울었다. 비록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울었을 것이다. 연민이 아닌, 슬픔과 분노로.


  어쨌건, 작년에 홀로 1인시위를 하며 서있던 그루에 비해,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하며 서 있는 엠*의 모습은,
  좀 덜 쓸쓸해 보였다.





  수능 시험 때문에 자살한 청소년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기원하기 이전에,
  당당해지라고, 수능은 중요하긴 하지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기 이전에,

  무책임하게 살라고 "명령"하고 "요구"하기 이전에
  입시경쟁을, 입시경쟁교육을 어떻게 없앨지 고민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닐까.
  청소년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든 후에, 인간답게 살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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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입시가 폐지되어도 대학이 평준화 될지라도
    그렇게 되면 취직전에 또 다른 선별과정이 생길것입니다
    서열화되기 싫다면 취직전선에 뛰어들지 않으면 됩니다

    솔직히 입시경쟁 비인격적인것 다 알고 있습니다만
    뚜렸한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건 호소력이 약할듯합니다

    2008.11.13 22:35 [ ADDR : EDIT/ DEL : REPLY ]
    • 대안이 없다구요?
      입시 경쟁이 가열된 이후
      대안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백, 수천개씩 이야기되곤 했습니다.
      단지 입시 교육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정부와, 입시교육 틀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대안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 뿐입니다.

      당장 큰 서점에 들러보세요.
      입시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들은 넘쳐납니다.
      그 책들 중 한권이라도 읽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읽기 싫으시다구요?
      제가 대표적인 이론 몇가지 알려드릴까요?
      본인이 관심이 없다고 대안이 없다고 말하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교육에 관심을 갖는 건 모든 사람의 의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서울대 교육의 부당성을 이야기 했다가 쫒겨난 서울대 총장도 있고,
      대학이 아닌 대학원 위주의 분과형 교육체제를 말한 교육부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안이 없다는 건 좀 알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이정도 라는 게 한심할 뿐입니다.
      참여하지 않을 거면, 최소한의 관심이라고 가지려는 노력을 보여주세요.

      지금의 문제점은 대안이 없다는 것과 상관없습니다.
      넘쳐나는 대안들을 수용할 수 있는
      성숙된 사회분위기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교육을 이렇게 바꾸자라고 말한다면,
      정부와 보수단체들도 토을 달며 반대할 것이고
      뉴라이트같은 또라이 집단들도 또 뭐라 쭝얼거릴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교육은 곧 학력이다라는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인재는 곧 지식을 많이 갖춘 자입니다.
      인식의 문제부터 시작해야 할 터인데 대안을 내 놓아라 하는 것은 무책임입니다.

      대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합니까? 받아들일 자세가 안되어 있는 것이 문제인데...

      2008.11.14 09:24 [ ADDR : EDIT/ DEL ]
    • http://edu4all.kr 뭐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이 사이트만 잘 보셔도 ^^; 책으로도 나온 게 많지만요-
      흠..
      제가 구상하는 "완전한" 대안은 거의 혁명 수준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정도이기는 한데요.
      불완전하지만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라면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정책 정도~?

      노동시장에서의 경쟁 문제도 분명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변화가 필요합니다.

      2008.11.17 20:56 신고 [ ADDR : EDIT/ DEL ]
  2. “뚜렷한 대안도 없이”라고요? 대안을 주장하는지 안 하는지 찾아보기나 하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취직 전에 또 다른 선별 과정이 생길 것”이라는 말은, 경쟁이 미뤄지든 앞당겨지든 상관 없다는 말씀이신지 궁금하네요. 저는 입시도, 취업경쟁도 완전히 사라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경쟁이 그래도 뒤로 미뤄져서 숨쉴 햇수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게 나아보이는데요.
    조금이라도 함께 고민해야지, 너무 냉소적으로 말씀하신 듯합니다.

    2008.11.14 02: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