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곽백수 씨의 만화들

공현 2009. 1. 9. 20:42

오래간만에 한나절 내내 자고 먹고 그러는 시간을 보냈다.

밀린 블로그에 쓸 거리들이나 몇 가지 청산해야지... 싶어서



일단은 곽백수 씨(대표작 : 트라우마) 이야기.

내가 곽백수 씨 만화를 처음 만난 것은,

http://trauma.pe.kr 이라는 홈페이지에서였다.   (지금은 안 열린다)

고2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어느날 만화 하나를 발견했고 그래서 그 만화의 출처로 표시된 홈페이지를 들어갔더니 곽백수 씨 개인 홈페이지.


그 당시부터 곽백수 씨는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단편 만화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화는 "고독한 반항아 김을동", "광고계의 이단아 가우스기업", "니바지스" 등등...



(물론, 곽백수 씨 만화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대중만화들이 소재로 삼고 있는 여성에 대한 상품화/성욕대상화, 외모차별 등은 불편하다. 서핑 중에 보니까 '트라우마'의 몇몇 화들을 소재로 여성주의 측면에서 어떻게 문제가 있는지 분석한 글도 있더라.
다만 대개의 대중만화들이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고, 트라우마나 곽백수 씨만의 특색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워서 많이 쓰지는 않겠다. 이후에 '카노콘'을 사례로 해서 대중문화의 그런 문제에 대해 글을 쓸 계획인데, 그때 자세히 다루어볼 생각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 곽백수 씨의 '트라우마'보다 더 기억에 남는 만화들은
그 당시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던 '투맨코미디', '태권V', '회사국가시대' 등의 흑백 만화들이다.


특히 '인테리어킹'을 보면서 엄청 많이 웃었었는데,

투맨코메디 중에 '내일은 야구왕' 같은 것도 짧은 편이었지만 정말 웃다가 의자가 뒤로 넘어가서 -_-;;


아쉽게도 그 쪽 만화들은 곽백수 씨가 홈페이지를 닫고 어디에도 올려놓지 않아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약간 내용을 네타하자면...

인테리어킹은, 당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러브하우스' 방송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것이다.
요컨대 매우 좁고 환경이 안 좋은 집에 사는 가족에게
방송국에서 '인테리어킹' 디자이너 김민정과 같이 찾아가서 집을 깔끔하고 넓게 고쳐주는 뭐 그런 구도인데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시니컬한 개그와...
집 개조 과정에서 어이없는 요소들 + 편파적인 개조
특히 방을 넓히는데 집착하다보니 화장실이 없는 초유의 사태로 막을 내리는...-_-;; 뭐 그런 만화였다.

그리고 내일은 야구왕은,
'투맨코메디'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인 '백만장밴드'의 멤버들이 옛날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인데..
그 친구의 꿈은 메이저리그에 가는 것. 그래서 열심히 혼자 야구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 꿈에 감동받았다며 백만장밴드 멤버들은 연습을 도와준답시고 달라붙는데...
정작 던진 공을 아주 쉽게 쳐내면서 친구에게 좌절감만 -_-
나중에는 특훈이랍시고 스프링으로 된 옷 같은 걸 구해와서 입히는데
스프링 사이사이에 살이 찝히면서(ㅎㄷㄷ..) 고문기구가 되어 버리는...
짧지만 압축적으로 웃긴 스토리.


그밖에도 태권V라거나, 재밌는 것들이 많지만 다 네타할 수는 없고, 다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보니, 마사토끼님 만화나 곽백수 씨의 그런 만화들에서 느껴지는 '아스트랄한 개그' 센스가 내 취향인 것도 같다.
(정치적으로 그리 올바르지 않아서 쓰지 않고 싶은 말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느낌의 개그를 '병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
(* 마사토끼님 만화 중에서 '두뇌 싸움' 물을 즐기는 분도 있겠지만, 내 취향은 아스트랄 개그 쪽... 그래서 난 '킬더킹'보다는 '카스테라레시피'나 '너와나의선'을 더 좋아한다 *_*)



인테리어킹이나 귀신이야기, 내일은야구왕, 오디션 등 투맨코미디 만화를 소장하고 계신 분이 혹시 없을지... 뒤적뒤적해봐도 인터넷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간신히 야후 검색에서 '곰치는 사내' 하나를 찾았다;;

곽백수 님이 그런 작품들을 모아서 출판이라도 하시려고 하는 걸까? 왜 안 올려두시는지...

홈페이지라도 있으면 부탁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부탁을 드릴지도 모르겠고...
(인테리어킹이 정말 구하고 싶다 ㅎㅎ)


아, 회사국가시대에 관해서는 검색하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다. 그때 몰랐던 결말을 대충 알게 되어서, 기쁘다고 해야 할지 슬프다고 해야 할지 쩝 -_-;;









덧.
곽백수 씨 관련해서, 여러 만화들 캡쳐와 리뷰, 인터뷰 등이 올라와 있는 곳을 발견했다.

링크 
링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