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전북청인모에 부쳐

공현 2008. 1. 11. 13:57
2006년 3월에, 전북청소년인권모임(전북청인모, 또는 제발천원만;;) 사람들에게 썼던 글.
지금 와서 보면 참 몇몇 스스로 동의하기 어려운 표현들도 있지만서도...
당시엔 이런 고민을 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지금 나르샤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참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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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은 언제나 민중에게 있지만 민중은 지배자에게 종속된다."

 아마 촘스키가 인용했던 말인 듯하다. (원래는 누가 말한 거였지 그럼;) 솔직히 말해서, 고등학교, 운동하기 꽤 열악하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때는 절박함이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의 투쟁은 상대적으로 절박함이 덜하다. 몇 년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고, 그 몇 년 동안 체제에 순응하면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부모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에 학교 짤릴 걸 각오하고 막 나가기도 어렵다든가, 학교 시간표 자체가 빡빡하다든가...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굳이 비유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제대로 노조고 뭐고 만들어지지도 않았던 작업장의 노동운동일까. 소수의 운동가들이 생업에 바쁜 대중을 상대로 애쓰고 있는...(분명 차이는 있지만, 억지로 끼워맞추자면 -_-)


 본래 변화는 자생적인 동시에 개입적이어야 한다. 저~기 그람시라는 사람이 했던 이야기랑도 맥락이 좀 닿는데... 자생적인 변화의 움직임은 감정적인 불만의 수준에 그친다. 그러한 불만의 외침 속에서 선진적이고도 정치적인 보편 이론과 요구 원칙을 종합하여 구체화시키고, 그것을 확산시키는 것이 소위 운동가의 일이다. 그리고 운동가 운동가하지만 운동가도 사실 대중이잖아 -_-; 2005년 두발자유운동에서, 그것을 못했기 때문에 불만을 살짝 해소시키는 "완화"만으로도 학생 대중이 힘을 잃은 게 아니었던가. 머리 2cm만 더 기르게 해달라는 불만 차원의 요구를, 두발자유는 인권의 원칙이라는 데까지 끌어올리고 나아가서 모든 용의복장규정은 인권침해라는 데까지 나아가야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권침해를 이슈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의 냄비근성 따위를 말하기 전에, 과연 운동가들은 얼마나 잘했는지 반성할 일이다... 일부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등 관심을 받자 다소 낙관했던 것은 아닌지. 혹은 일부는, 아예 처음부터 그런 개입의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는 2005년 두발자유운동 이후 만들어진 ㅈㅂㅊㅇㅁ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다. 대중이 우리 편이 아닌 듯 느껴져도 우리는 대중 편이어야 한다는 말은, 결국 힘은 언제나 민중에게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젠장. 우리가 뭔 힘이 있겠냐. 돈이 있어서 섬 하나 사서 신세계를 건설하겠냐, 아니면 폭탄을 터뜨리겠냐. 마음 같아선 우리가 법 만들고, 우리가 스쿨폴리스(배움터지킴이)하고 싶지만 쳇. 우리의 힘은, 우리가 다수의 정당한 권익을 위해 싸우고 있기에 많은 대중 물량공세를 펼 수 있다는 것과, 끈질긴 정의에의 신념뿐인 것 아닌가.

 현재 청소년대중 중 상당수가 청소년인권운동에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그런 곱지 않은 시선뿐 아니라 자기자신의 여러 문제(학업이라거나 연애라거나 가정이라거나 금전이라거나 시간이라거나) 때문에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그런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오기로라도 가야 하지 않은가. 굳건한 의지. 음. 그래...

 누가 우리에게 그 길을 가라고 했나? 아니 나는 솔직히 이 길은 가야 하는,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여긴다. 큐안 군 말처럼.(http://blog.naver.com/sjhn3/40022365806) 우리는 우리의 자발적인 의지로, 고쳐야 한다는 당위 의식으로, 고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한 걸음 더 내딛으려고 애쓰고 있지 않은가. 어제 비정규직 집회 가서 이 노래를 부르는데 왜 ㅈㅂㅊㅇㅁ가 생각나던지.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글/조호상 가락/김성민)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내게 투쟁의 이 길로 가라 하지 않았네
그러나 한 걸음 또 한 걸음
어느새 적들의 목전에
눈물 고개 넘어 노동자의 길 걸어
한 걸음씩 딛고 왔을 뿐
누가 나에게 이 길을 일러주지 않았네
사슬 끊고 흘러넘칠 노동해방 이 길을


 

 뭐 ㅈㅂㅊㅇㅁ는 노동해방은 아니지만 말이지.
 혹시 "당신이 가라고 했잖아.-_-"라고 생각하는 사람 나중에 나 좀 보...(퍽!)

 우리는 장기전을 내다볼 수밖에 없다. 장기전을 내다보되, 그 전쟁의 승리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앞당길 수 있을까 궁리하고 노력할 따름이다. 즉, 단기전 같은 기분으로 장기전을 치러내야 한다. 체력이 버텨줄까? 버틸 수밖에 없잖아 -_-

고독한 너의 발길이 머무르지 않는 건
귓가에 유혹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마
물론 쉴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무지개를 쫓는 방랑자처럼
우리가 흘리는 눈물만큼의 걸음을 걷잖아

- 동물원 「세상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中

 
 중고등학교, 청소년대중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지닌 세력이 되도록. 온전하고 정당한 권리의 주체로 대우받을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그래서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현재의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힘내서 갈 것을 부탁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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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 링크된 큐안 블로그의 글 전문)


...... 

공현 : 자네는 청소년인권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큐안 : 안하는 놈은 둘 중 하나야. 의지력이 없는 놈이든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놈이지.

         개인적으로 난 전자였지......

...... 

그래.. 그랬다... 

나는 병신 같은 의지박약이었다.

공현을 보기 전까지... ㅋ


그렇다. 그건 안 하는 놈이 뭔가 없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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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큐안은 요새 뭘 하고 있는 거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