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꿈

고령화 시대와 신자유주의

공현 2008. 1. 12. 17:30

고령화 시대와 신자유주의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부족한 복지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노동인구 부족을 우려하여 출산을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한때의 베이비붐이 있었던 만큼 현재와 같은 노령인구 증가 현상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생태주의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시점에서의 출산율 저하 또한 상당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비정상적인’ 베이비붐 이후 출산율이 저하되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자연스런 현상이라 보면, 고령화의 원인은 결국 사람들이 오래 살기 때문이다. 곧 나이에 비해 정정한 인구도 많을 테니, 단순하게 생각하면 복지예산이나 노동인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 연령을 높이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퇴직정년을 높이는 등의 방법을 쓰려 하면 이제는 청년실업이 문제가 된다고 난리다. 어라,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고령화 시대가 되어서 노동인구와 복지예산이 부족하다고 떠들어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실업 때문에 노인들을 일하게 하면 안 된단다. 실업이 많다는 것은, 실업자들이 실업을 ‘선택’한 게 아닌 이상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며 노동인구가 남아돈다는 의미다. 자, 대체 노동인구는 부족한 건가, 남는 건가?


  이와 같은 모순이 일어나는 이유, 즉 고령화 사회에 대한 처방으로 노년 인구를 노동인구로 끌어들이는 간단한 방법을 쓸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분배 없는 성장”과 “일자리 없는 성장”. 애초에 자본은 이윤을 얻으면 그것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보다 기술이나 설비에 투자, 인건비를 절약하여 더 큰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이런 경향은 신자유주의(신자본주의) 정책으로 “노동의 유연성”이 제고되고 자본이 국외의 값싼 인건비를 찾아 자유롭게 이동함에 따라 더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 이야기되는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고령화 자체의 문제인 것인 양 말하는 것은 실로 그 일부가 신자유주의 경향과 결부된 것임을 은폐하는 서술이다.


  신자유주의와 같은 여러 상황을 배제하고 고령화 시대 그 자체만을 생각하면 그 전망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다. 자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생태주의적이고 세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저출산 저사망 상태는 고출산 저사망 상태보다 바람직하다. 낮은 출산율을 유지하여 인구를 줄이는 것은 적어도 당분간은 원칙적으로 장려되어야 한다. 우리가 고령화 시대의 문제로 꼽는 여러 현상들은 단지 과거의 고출산 저사망 시대(그 정점은 베이비붐이었다.)에 맞춰져 있는 여러 사회 상황(제도나 의식)이 저출산 저사망 시대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제도와 의식을 재정비하여 고령화 시대의 사회 상황에 맞추기만 하면 해결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진통은 있겠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는 아니라는 소리다. 저출산 저사망과 인구 감소의 원칙을 위배하지만 않는다면,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사회가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고령화 속도를 늦추는 선에서 출산 장려 정책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자본주의의 흐름은 저출산 저사망의 고령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사회 변화를 방해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원자화, 만성적인 실업 상태 또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어떤 의미에서는 잠정적인 실업), 그리고 양극화의 심화는 노동인구를 증대시키는 정책과는 충돌하는 성격을 띠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와 세계 자본주의(신자유주의)라는 두 난관 사이에서 우리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자본주의에 굴복하여 고령화 시대 자체의 진행을 막으려 발버둥칠 것인가, 아니면 고령화 시대의 추세와 인구감소라는 대원칙을 옹호하여 자본주의에 맞서 그 경향을 견제할 것인가? 혹은 그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 물론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자본주의가 고령화 시대에 맞춰서 변화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며,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지지하는 것이 그대로 자본주의 반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 국가주의적인 발상에 의거한 인구증가 정책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다.







그냥 고령화 시대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느낀 약간의 모순 - 노동인구 부족과 청년실업 - 에 대한 글입니다. -_- 그다지 엄밀한 이야기는 아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