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노무현 씨의 죽음에 대한 삐딱한 생각

공현 2009. 5. 25. 00:40


어제 아침에 노무현이 죽었다는 문자가 와서, '오늘 만우절이었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곧 켜본 컴퓨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자살... 그런 내용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뭐 노무현을 애도하냐 마냐 이런 이야기는 접어두겠다.
나는 여하간 이명박 대통령이나 전두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 죽음을 애도할 뜻이 있고,
그보다야 좀 많이 나은 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애도하는 데 대해서 별 거부감은 없다.

그리고 그가 뭐 진보를 표방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주도한 인물이었다거나, 비정규직법안이나 한미FTA나... 이세남 열사 등에게 한 말들이나... 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며 노무현 개인을 비판하며 날을 세울 의도도 없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의 초석을 쌓았다... 검찰-대통령 유착 관계를 끊고 무소불위의 왕 같던 대통령직을 낮춤으로써 민주주의에 기여했다... (근데 국가보안법은 제발 좀 폐지해주지;; 하는 아쉬운생각은 든다. 열우당과 노무현.) 이런 긍정성들을 부각시키고 싶지도 않다.
노무현 씨의 죽음에 있어서는,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소식들을 들으면서 처음에 든 생각이 "짜증"이라는 것은 고백해야겠다.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죽으면 안 된다.

대통령은 살아서 자기 정치에 대해 평가받고, 욕 먹고, 아니면 지지를 받고, 그런 것들을 받아내면서 살아야 한다.

그게 한 사회의 대통령으로 수많은 정치의 최고책임자로 있었던 사람이 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한창 이런저런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마당에,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나서 또 그 이후에 두고두고 평가받으며 공과를 논의당해야 할 대통령이,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건...
솔직히 이 땅에 속한 한 정치적 인민인 나의 입장에선 짜증나는 일이다. (슬픔과 짜증이 동시에;;)

아무리 표적수사니 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느니 하더라도 (비리가 없더라도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건 노무현 대통령 본인도 인정한 일이다.)
노무현 씨는 결국 이렇게 자살을 택함으로써 평가받기보다는 추모받고 동정받고 기려지는 대통령으로 남겠지. 그게 대세겠지...

이 죽음은 전 대통령의 자살이 아니고 그저 노무현 씨의 자살이라고 해야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치인 노무현'의 죽음이거나.
노무현 씨가 자기 목숨을 끊음으로써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수사를 받으면서 힘들어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나,
거기에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죽음을 통해서 수사를 종결시키는 것이든 정치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든
자기에 대한 평가나 국민적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든...


여하간에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죽으면 안 되었다.
삐딱하고 매정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나는 노무현 씨의 죽음을 마냥 애도하기가 어렵다.
우선 안타까워하고 애도할 수는 있고, 그러고 있지만...

적어도 한 국가 정치의 최고책임자라면, 그런 사람이 되었다면, 더 많은 각오와 책임감이 있길 바라는데.
아, 물론 뒤집어서 말하면 노무현 개인을 그렇게 죽음으로까지 몰아붙인 표적수사와 검찰과 이명박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노무현 개인과 노무현 대통령 둘의 구별이랄까 그런 문제는 계속 제기되어온 거긴 하지만...






p.s.노무현 씨의 자살로 다른 것들이 묻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약간 하면서.

p.s.2. 사실은 나도 내 삶의 일부인 내 죽음은 가능하다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씨의 모습에서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어떤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s.3.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가 죽었을 땐 그리도 무덤덤하게 보도하던 언론들이... 속보를 쏟아내고... 추모행렬이 이어진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지도와 박종태 열사에 대한 인지도는 천양지차이긴 하지만... 참 슬프다. 한 해에도 몇십, 100명이 넘게 입시경쟁과 성소수자 차별, 학교의 폭력 등등의 이유로 죽음을 택하는 청소년들을 생각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