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이영도를 복기하면서

공현 2009. 5. 28. 19:08


『드래곤 라자』를 복기(라고 하는 게 맞을까?)하고 있다.


직접적인 동기는 『그림자 자국』을 읽기 위해서다.
드래곤 라자 10주년을 맞아 황금가지가 드래곤 라자 애장판을 내놓으면서 이영도한테 애장판에 실을 후속작, 속편 같은 걸 부탁했는데, 이영도가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써서 줘버려서 탄생했다고 하는 책. -_-;;

그래서 『그림자 자국』을 읽으려고 대충 훑어보니까
아니 도대체 기억이 안 난다;; 이루릴이라거나 아프나이델이라거나 이름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캐릭터' 였는지가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드래곤 라자』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걸 처음 읽은 게 2000년인가 99년인가의 추석이었으니까
거의 10년만의 복기다.

『눈물을 마시는 새』처럼 사서 모셔놓고 두고두고 읽고 싶지만 그럴 돈은 없어서 일단 대여점 신세를 지면서 한 권 한 권 돌파하고 있다.
(돈만 생기면 애장판 세트로 지르는데 -_-;
이번 달에는 『헬로우 블랙잭』13권을 폐업한 대여점에서 질러버려서 돈에 여유가 없다.)



하지만 『그림자 자국』 외에도 『드래곤 라자』를 복기하는 이유들이 또 있다.

나의 중학교 이후의 사유 중 1/4 정도는 이영도가 자신의 소설에서 제시한 질문과 논의들을 붙들고 싸우면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는 철학사와 사상사에 대한 공부, 그리고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나 사이의 간극들을 넘지 못해서 바둥거리고 있는 요즈음에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내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모조리 이영도를 읽히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황당한 발상인데,
뭐 그건 실현 가능성이 없으니 무시하더라도-

여하간 나 자신의 생각의 흐름이 형성되었던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건 요즘 좀 많이 힘들어서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이나 만화는 분명 현실 도피 기능이 있다.)

『퓨처 워커』는 별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폴라리스 랩소디』, 『피를 마시는 새』는 꼭 다시 전권을 읽고 싶은데, 『폴라리스 랩소디』는 집에 4권인가까지밖에 없고... 『피를 마시는 새』는 눈마새의 두 배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하는 대작이라서 언제 다 사서 볼지 ㅎㅎ ㅠㅠㅠㅠㅠㅠ



# 네이버에서 연재된 이영도 단편 「에소릴의 드래곤」도 심심풀이로 읽어볼 만하다. 기존의 판타지 서사를 가지고 노는 듯하고 조금은 풍자적인 작품이지만, 그러면서도 생각할 꺼리들을 두세 가지 쯤 던져준다.
http://navercast.naver.com/literature/genre/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