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가지도 않았던 기자회견 갖고 조사받으래서 안 간댔더니 협박을 -_-+++

공현 2009. 6. 4. 03:24

종로경찰서에서 출석요구하는 전화가 왔습니다.
유래국 형사인가 그런 이름이었는데
지능범죄수사팀인가.

유엔사회권위원회에 낼 NGO 보고서 만드는 일 때문에, 화요일에 회의하고 있는 도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차원에서 회의에 들어가고 있는데-)

2월 25일에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뭐 한 거 때문에 조사 받으러 오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지가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2월 25일이면 거의 100일 전일 텐데 -_-;; 기억이 바로 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회의도 빨리 해야 하고 해서 그냥 알겠다고 하고 수요일 낮에 가겠다고 했는데


회의 끝나고 곰곰 생각해보니까
그날 이명박 취임 1년이라고 여러 단체들이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 했잖아요?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모임 Say No도 같이 했었고.
그래서 그거를 말하는 거 같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저는 거기를 안 갔더라구요 -_-;;
그때 다른 일을 맡아서. 그 기자회견 자리를 안 갔었는데.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가 뭔가 가지도 않았던 자리인데 조사 받으러 오라는 것도 신경질 나고 해서리

오늘 전화해서 약속 깬 건 죄송한데,
생각해보니까 갈 이유가 없을 거 같고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안 가겠다고,
정 불러야 하면 소환장을 보내든 사유서를 보내든 체포를 하든 하시라고 뭐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담당자인 유모 형사가 전화했을 때 자리가 없어서 다른 형사한테 전해달라고 말했는데
전달을 못 받았는지 4시 5분에 유모 형사한테서 전화가 왔더라구요
왜 출석 안 했냐고.
그래서 다른 형사한테 말 전해달라고 했는데 전달 못 받으신 것 같다고
나갈 이유가 없는 거 같아서 안 나가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말투가 싹 바뀌면서(그전까지는 경어이다가 갑자기 반말로 ㅋㅋ)
너 그럼 출석요구 불응이다, 출석요구 3차까지 하고서 체포하러 갈 거라고, 내 앞에 수갑차고 끌려와서 울지 마라~?
대충 그러더라구요.
수갑 차고 자기 앞에서 울지 말란 소리는 2번인가 하던데요.

열이 확~ 올라왔는데 지하철 안에서 통화 중이라서 언성을 높이진 않았구요.

정 필요하시면 다시 부르던가 끌고 가던가 하라고 하고,
존댓말 쓰시고,
경찰이 그렇게 저속한 말을 하는 건 불쾌하다고 말하고
끊었습니다.


저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꿀 줄 알았으면 녹음 기능이라도 켜놓을 걸 그랬단 생각을 했지요. ^^++++++


경찰들이 요즘 여러 사람들 계속 줄줄이 조사한다고 부르고 출석시키고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 친구 하나도 최근에 집시법 위반이라면서 출석요구해서 갔더니, 자기가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인데 채증한 사진 잘못 보고서 부른 거여서 그냥 시간만 낭비하고 왔었지요.




퍼포먼스든 기자회견이든 집회든 언론이든 영화제든, 말할 기회가 짓밟히고 있는 사회.
가지도 않은 사람한테 출석요구를 하는 경찰.
안 가겠다고 하니까 곧장 반말로 수갑 차고 울지 말라고 협박하는 경찰.


이것 참, 혈압이 올라서 말이죠.
정말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by PD수첩)이네요.
(PD수첩이 적절하게 잘 쳐준 것 같습니다.)

무조건 잡아가고 보고
무조건 부르고 보고
무조건 불허하고 보고
그런 게 요즘 집회 관련해서 경찰이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추신.
혹시 제가 잡혀가거들랑 면회는 안 오셔도 되어요 @_@
만화책이랑 소설책만 좀 많이 넣어주시길. (???)

하지만 잡아가더라도 어쩌죠.
저는 그때 그자리에 정말 없었기 때문에 증거 사진 같은 게 있을 수도 없어서.
그리고 그냥 기자회견 좀 하겠다는데 그걸 집시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요.
그냥 세금낭비 삽질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