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눈 혹은 장례식

공현 2008. 1. 13. 22:34
눈 혹은 장례식


「우성수산」에선
하늘에 내동댕쳐진 모습 그대로
입술이 꿰어 매달려 있는 것들
그 뒤론 들쭉날쭉 얼음에 묻힌
바다내음 피내음 찬 살갗들
다들 쌀 한 줌 대신 소금 한 줌 물고
눈도 감지 않은 채 때낀 스티로폼 관에서 자고 있다

「우성수산」 앞
바다 닮아 검푸른 등 위로
어디서 염하는 소리 내려앉아
하얀 관 하얀 얼음 하얀 소금, 하얀 염 소리
깜빡이지 않는 눈 위로
흰 꽃잎 내려앉아 흐르는데

「우성수산」 안엔
갈고리바늘이 낙태시킨 애들을 파는 사람들
애들을 애 밴 여자에게 먹인다며 흰 꽃잎 날리는 장례식 저녁 속을 한 손에 봉지 흔들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죽지 않은 사람들

「우성수산」 앞에선
숨결만 하얗게 검은 하늘로 올라가서
어디선가
소리 없이 하아얗게 염하는
꽃잎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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